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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에 눈을 떴다. 봉사활동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제법 시간이 남았다. 이웃마을인 하누당가 마을로 산책을 나갔다. 아마 오전 7시경이었던 것 같다. 소들은 한가롭게 마을 어귀에 누워있기도 하고 짚단 더미 아래에서 풀을 뜯기도 하였다. 이 마을은 힌두교도들이 많아 소를 아주 중요한 가축으로 생각하기에 군데 군데 소똥을 모아두기도 하고 소똥을 나무 벽에 말리려고 붙여두기도 하였다. 이곳 힌두교도에게 소는 아주 중요한 가축이다. 소의 분비물은 말려서 연료로 쓰기도 하고 진흙 벽의 오두막을 짓는 재료로도 쓰며 우유, 버터밀크는 필수 영양소가 되기도 한다. 심지어 이곳에서는 소를 죽이는 것은 사람을 죽이는 의미와 같아서 소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한다.

벽면전체에 소똥을 붙여두고  햇볕에 말리는 모습
▲ 벽면 전체에 발라둔 소똥 벽면전체에 소똥을 붙여두고 햇볕에 말리는 모습
ⓒ 송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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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소는 사람들과 아이들과 어우러져살고 있었고 마을의 규모에 비해 소가 아주 많았다. 또한 마을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여물을 먹고 있어도 누구도 나무라는 사람이 없었다.

마을 곳곳에 누워있는 소들
▲ 한가로이 누워있는 소들 마을 곳곳에 누워있는 소들
ⓒ 송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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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스프같은 액체와 카레를 아주 즐겨먹는 듯했다. 우리나라에 전해진 카레의 색과 모양은 같았고 다만 야채나 감자의 크기를 아주 크게 썰어 조리하거나 죽처럼 먹는 것이 특징이었다. 밥은 손을 이용해서 먹기 때문에 아주 뜨겁지는 않다고 한다.

식사를 마친 여인들이 스테인레스 소재의 밥그릇들을 들고 나와 마을의 연못의 물을 이용해 설거지를 하기도 했다. 설거지는 세제가 따로 없고 재를 이용해서 그릇을 손으로 빙빙 돌린 다음 연못의 물로 닦아내는 것이 전부였다.

카레 죽 같은 아침을 오른 손으로 먹는 아이
▲ 아침먹는 아이 카레 죽 같은 아침을 오른 손으로 먹는 아이
ⓒ 송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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읍보다 더 외진 리 정도의 시골마을인 이곳에서는 생활환경이 어렵기도 하지만 문명의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집은 흙으로 담을 쌓고 소철 나무 이파리를 가지고 지붕을 덮은 것이 고작이었다. 인근 벽돌공장 옆에는 우리나라 움집형태의 집들이 여러 개가 다닥다닥 붙어있고 그 집 하나는 약 1.5평 규모의 크기였다. 안으로 들어가보니 건장한 성인 한 명 정도와 아이가 겨우 누울 수 있는 크기였다. 짚으로 만든 대문과 짚으로 만든 지붕이 고작이었다.

흙으로 바르고 소철나무로 지붕을 만든 하누당가 마을의 집
▲ 하누당가 마을의 집 흙으로 바르고 소철나무로 지붕을 만든 하누당가 마을의 집
ⓒ 송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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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닥다닥 붙어있는 벽돌공장의 움집
▲ 벽돌공장의 움집 다닥다닥 붙어있는 벽돌공장의 움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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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안쪽에는 슬레이트 지붕으로 집을 만든 곳도 있었다. 간혹 집 안 쪽에 거울과 올 해의 달력이 있는 집도 보였다. 벽돌공장에서는 날마다 열심히 벽돌을 찍어내고 굽고 다시 나르기를 계속하는데 이 많은 벽돌들은 이곳 주민들에게는 돌아오지 못하고 도회지의 건설현장으로 다 가버리는 것인가 보다.

벽돌공장에는 이른 아침이었지만 남자들과 수많은 여자들이 일하고 있었다. 우선 진흙을 적당한 농도의 물을 혼합하여 일정 부분 떼어낸 다음 벽돌틀에 담는다. 그리고 손으로 팍!팍! 다진 다음 그 벽돌 틀을 뒤집으니 벽돌 모양이 나왔다. 공장에서 기계적으로 찍어내는 것이 아니라 흙을 나르고 벽돌을 찍어내는 과정까지 하나하나 모두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는 공정이었다. 이른 새벽부터 벌써 많은 일을 마친 인부들은 벽돌 공장의 굴뚝 옆에 있는 황로에서 군불을 쬐며 추위를 달래고 있었다. 여름이면 섭씨 45도까지 올라가는 이들에게 요즘 같은 섭씨 5도의 날씨는 동사자가 생길 만큼 아주 추운 날씨인 것이다.

흙을 반죽하고 틀에 넣어 벽돌을 만드는 모습
▲ 벽돌만드는 모습 흙을 반죽하고 틀에 넣어 벽돌을 만드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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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일을 마치고 화덕에서 불을 쪼이는 벽돌공장 사람들
▲ 벽돌공장의 아침 새벽일을 마치고 화덕에서 불을 쪼이는 벽돌공장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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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이 마을 대부분의 어린 영아들이 언니 오빠의 등에 매달리고 품에 안기어 마을의 공터로 학교로 나타나는 것은 이 벽돌공장에 돈 벌러 나간 엄마 아빠가 집에 안계시기 때문일 것이다. 벽돌공장의 사람들은 자신들보다 피부가 자신들보다 흰 내가 이상한지 모두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았지만 "나마스테!" 하고 인사하자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는다.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자신들에게 주어진 삶을 숙명처럼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이 순수하고 아름다워 보였다.

벽돌공장을 나와 대학생들과 아침 수업을 준비하여 마을의 공터로 나갔다. 오늘의 오전수업은 림보 게임이었다. 줄을 만들어 놓고 그 장애물을 통과하는 스포츠 게임이다. 아이들 중에 남자아이 '삐꾸루'와 '손비딸'은 아주 적극적이고 열심히 학습하는 아이들이다. 우리나라 나이로 13살 정도인 이 아이들은 몸도 유연하고 매사에 적극적이어서 모든 경기에 열심이었다. 오늘의 람보 게임에서도 끝까지 남은 최종승자가 되어 대학생들과 마지막 릴레이를 펼치기도 하였다. 인근의 마을 주민들도 나와 함께 응원하고 이 모습을 지켜보며 즐거워하기도 하였다.

림보게임을 하며  기뻐하는 아이들
▲ 림보게임을 즐거워하는 아이들 림보게임을 하며 기뻐하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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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보게임을 하는 아이들에게 지팡이로 장난을 치며 함께 웃었던 할머니
▲ 아이들을 지켜보는 할머니 림보게임을 하는 아이들에게 지팡이로 장난을 치며 함께 웃었던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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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할머니가 림보 게임을 통과하는 남자들에게 자신이 가진 지팡이 모양의 나무 막대기로 남자 아이들의 바지 앞 부분을 마구 찔러 대는 바람에 모두들 폭소를 터뜨리고 말았다. 선수도 웃고 관중도 웃는 즐거운 상황이었다.

오후에는 학교에서 4팀으로 나누어 수업을 하였다. 제 1팀은 운동장에서 남자 아이들을 모아두고 딱지치기 놀이를 가르쳐 주었고 제 2팀은 풍선을 불며 그 위에 그림그리기를, 제 3팀은 탬버린, 트라이앵글, 캐스터네츠를 가르치는 음악 수업을 그리고 제 4팀은 컴퓨터 수업을 하였다. 아이들의 기호와 나이에 맞게 반을 세분화하여 수업을 진행하니 아이들이 더 집중도 잘하고 즐거워하는 듯했다.

색색의 풍선을 받아들고 즐거워하는 아이들
▲ 풍선놀이 하는 아이들 색색의 풍선을 받아들고 즐거워하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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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 30분의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려보내며 간식 하나씩을 손에 쥐어 주었다. 컵 케이크 하나를 받을 때마다 '땡큐'하고 인사한다. 이것도 이제까지 이루어진 교육의 결과이다. 간식을 나누어주다가 아이들 머릿수를 보니 간식 개수가 모자라 보였다. 남은 컵 케이크는 10개가 되지 않는데 기다리는 아이들의 머리수는 거의 30명이나 되었다. 나는 정신없이 사무실로 뛰어가 어제 남았던 사탕과 과자를 가져와서 남은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휴~~~~~~~!"

어쩌면 이 아이들에게 간식은 단순한 빵이나 과자 이상의 의미임을 잘 알고 있던 우리들은
간식이 모자랄까봐 늘 긴장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녁에는 읍내로 나가 내일 나누어 줄 케잌을 넉넉히 사와야겠다.

"워! 워!"
아침이면 논 매는 농부들의 외침소리,
"음메~~"
넉넉하고도 평화로운 소 울음 소리,
"에헤헤헴~"

한가로이 풀를 뜯는 염소와 어린 양들의 모습들! 그리고 이 어린 꼬마천사들이 살고 있는 하누당가 마을에도 아름다운 석양과 함께 저녁이 찾아왔다. 가난하지만 겸손한 그들! 변화하는 사회에서 교육받지 못하고 숙명대로만 살아가는 그들의 선한 모습이 자꾸만 머릿속에 떠오른다.

밭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는 염소들의 모습
▲ 한가롭게 풀을 뜯는 염소들 밭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는 염소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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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만든 벽돌을 싣고 그 위에 앉아 읍내로 가는 사람들
▲ 하루일을 마치고 돌아가는 벽돌공장 사람들 자신이 만든 벽돌을 싣고 그 위에 앉아 읍내로 가는 사람들
ⓒ 송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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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인도산티니게탄 , #하누당가마을 , #소똥 , #움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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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입니다.세상에는 가슴훈훈한 일들이 참 많은 것 같아요. 힘들고 고통스러울때 등불같은, 때로는 소금같은 기사를 많이 쓰는 것이 제 바람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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