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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이 기록적인 한파로 꽁꽁 얼었다. 그나마 겨울 추위가 꼬리를 내린 지난 20일 오후 여수 예술인촌을 찾았다. 굽이굽이 시골길 달리는데 제대로 가고 있는지 의문들 정도로 외졌다.

 

여수시 화양면 나진마을 뒤쪽을 한참 달리면 옥적이라는 마을이 나오는데 아이들 떠나 폐교된 옥천초등학교가 예술인들 창작공간으로 거듭났다. 여수시가 3억 원을 들여 교육청으로부터 부지를 매입해 2009년 12월 예술인촌을 조성했다. 작업 환경이 열악한 지역 예술인들에게 옹달샘과 같은 곳이다.

 

이곳에선 지난해 12월 30일부터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예술인촌 조성 후 꼬박 한해가 지난 작년부터 올 1월말까지 한 달 동안 다섯 작가(박동화, 문경섭, 박영한, 서국화, 이은경)가 그간 땀 흘린 노작을 내걸었다. '2010 여수시예술인촌 입주작가전'을 보러 화양면으로 향했다.

 

예술인촌 들머리엔 하늘 향한 솟대가 길게 늘어서 있고 건물 주변으로는 알듯 모를 듯 한 조각들이 점점이 박혀있으리란 소박한 기대는 예술인촌 모습 보고 단박에 깨졌다.

 

 

여수시가 야심차게 마련한 예술 공간은 교실 8칸을 합친 882㎡ 직사각형 폐교만 덩그러니 놓여있어 약간 실망했다. 박동화 예술인촌장 말은 이제 1년 지난 터라 체험실과 상설전시장 등 갖춰야할 시설에 대한 지원이 미흡하단다. 애초, 시는 폐교를 작업실과 숙소 등으로 개조해 지역 작가들을 지원하려 했지만 예산 부족으로 지지부진이다.

 

그런데 선약 후 기다리고 있던 박동화 예술인촌 촌장님과 만남은 엄동설한 추위와의 만남이었다.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몸속으로 파고드는 한기는 건물 밖 햇살을 마냥 바라보게 한다. 실내에 몸 녹일 만한 그 무엇도 없었는데 대화가 길어지면서 입에서는 하얀 김나고 손과 발은 점점 얼어간다.

 

따듯한 차는 고사하고 시린 손 비비며 작품 보고 있자니 몸에 스미는 차가움이 지역 작가들 대하는 우리 마음이란 생각에 씁쓸함이 번진다.


가장 여수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

 

 

1시간을 버텼다. 다행히 추운 날씨에도 촌장님 열정은 누구보다 뜨거워 대화 속에 따듯함을 더했다. 촌장님은 얼어가는 발과 반대로 가슴과 입은 점점 달아올라 이곳을 아름답게 가꿀 방법과 작품이 지역민에게 호응을 얻을 길은 무엇인지 끝없이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그 열정을 들어보았다.


- 여수예술인촌이 만들어진 배경은?

"여수예술인촌은 우리나라 여러 예술창작촌 중 특이하게 기초자치단체가 장소를 매입해 리모델링한 경우로 지난 2009년 12월 지역 예술인들에게 창작공간으로 제공한 곳이다."

 

- 이곳에서 숙식하며 창작활동을 하는가?

"당초 시는 작업실과 숙소, 상설전시장, 체험관을 만들 계획이었는데 예산이 부족해 작업실만 운영하고 있다. 입주 작가들은 평일 오후와 주말, 휴일을 이용해 작업한다. 숙식은 아직 이른 듯하다. 올해 1년이 지났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 해가 거듭돼 예산 반영이 잘 이루어지면 원하는 시설이 갖추어지고 풍부한 예술 공간이 되리라 기대한다."

 

- 전시회에 참여한 작가를 간략히 소개하면.

"자연과 함께 일체화되기를 기다리는 박동화의 자연주의 작품, 판화와 회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해가는 문경섭, 조형세계의 새로운 질서를 탐구하는 박영한의 조각, 다양한 매체의 호기심을 즐기는 서국화의 회화와 품격 높은 우리그림의 원형을 찾아 나선 이은경의 작품세계로 구성됐다."

 

- 올해 예술인촌이 계획하고 있는 일은 무엇인가?

"올해는 개관 2년차인데 그동안 예산 부족으로 미루어진 조각동과 전시장 개설이 우선이다. 또, 노후된 기존 시설물 교체와 보다 효과적인 운영 프로그램 도입을 위해 노력하겠다."

 

 

- 생각하고 있는 효과적인 운영 프로그램은 있는가?

"많은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이곳을 중심으로 가까운 거리에 다양하고 많은 예술가들 작업실이 있다. 이들과 연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고민하고 있다. 예를 들자면, 요즘 걷기 열풍인데 예술인촌과 개인 작가 작업실을 잇는 산책길을 만들고 길가에 작품을 전시해 놓는 일도 생각해 볼만하겠다."

 

- 지역민과 시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바야흐로 시대는 문화가 경쟁력이다. 몇 년 전 표현이 생각난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 지금은 좀 더 구체적이길 바란다. 가장 여수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인 시대가 됐다. 지역의 문화예술인들이 가장 여수적인 것을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한다. 박람회장과 예술인촌은 상당한 거리에 있는데 그 거리에 반비례해서 여수시민들이 예술인촌을 아끼고 관심을 가져준다면 큰 힘이 되겠다."

 

따듯한 이야기를 끊어야 하는 마음이 야속했지만 점점 얼어가는 발가락이 자동차 히터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돌아오는 고갯길에 바람이 차다. 대화를 나누는 내내 나를 괴롭히던 그 차가움이 다시 떠오른다. 바라기는 여수시가 예술인촌에 냉, 난방시설이라도 갖췄으면 싶다. 촌장님의 마지막 말이 귓가에 울린다.

 

"날씨 따뜻해 진 봄에 한번 오세요. 막걸리라도 대접하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복지방송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여수시, #여수예술인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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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아들 커가는 모습이 신기합니다. 애들 자라는 모습 사진에 담아 기사를 씁니다. 훗날 아이들에게 딴소리 듣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세 아들,아빠와 함께 보냈던 즐거운(?) 시간을 기억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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