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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자리의 주제는 '야권단일정당 가능한가'다. 한 마디로 얘기하자면, 불가능하다. 민주당 때문에 불가능하다. 지방선거 당시 '5+4 선거연합'을 추진하다 안 되지 않았나. 표면적으론 유시민 때문이라고 하지만 본질적으로 민주당의 패권주의 때문에 안 된 것이다." - 정성희 민주노동당 최고위원

 

"내가 볼 땐 이 자리에 나와 있는 네 정당 모두 그렇게 큰 차이가 있는 것 같지 않다. 한나라당·이명박 정부에 비하면 별 차이가 없다. 난 여러분의 생각을 다 받아주면서 통합하고 싶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70%를 내어주더라도 연합하라'고 했다. 만약 내가 당에 힘을 발휘할 정도라면, 기득권 최대한 포기하면서 반드시 통합에 나서겠다."

- 천정배 민주당 최고위원"

 

'야권단일정당'에 대한 정성희 민주노동당 최고위원과 천정배 민주당 최고위원의 생각은 저만치 떨어져 있었다. 차이가 있는 것은 그들만이 아니었다. 국민참여당의 천호선 최고위원이나 진보신당의 박용진 부대표의 생각도 서로 조금씩 달랐다. '백만 민란'의 정책기획위원장인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는 가끔씩 고개를 흔들며 무언가를 메모했다.

 

'국민의 명령'으로 야권단일정당을 건설시키려는 '백만 민란'이 19일 오후 서울 마포구 김대중 도서관에서 첫 번째 대토론회 '백만 민란 아고라 국/민/野/단'을 열었다. 지금까지 총 6만2285명의 동의를 얻어낸 '백만 민란'과 각 야당들이 모두 모여 야권단일정당 건설의 필요성을 토론하고 그 구체적인 청사진을 그려보잔 자리였다.

 

네트워크형 정당·정파등록제·내부협의제 등 쏟아져 나온 단일정당 '청사진'

 

이미 야권 연대·연합의 절박성에 대한 암묵적인 동의는 마련된 무대. 연대·연합을 넘어 통합으로 나가기 위한 각종 제안이 쏟아졌다. 단일정당의 모델로 다양한 진보세력의 '협치'를 중심으로 하는 네트워크형 정당이 제시됐고 정파등록제와 소수파 보호를 위한 내부협의제 등 각종 방안이 '연합정당'의 운영 규칙으로 제안됐다.

 

이인영 민주당 최고위원도 "필요하다면 선거 이후 연합정당 내 정당별로 '원내교섭단체'를 따로 꾸리는 것도 가능하다고 본다"며 정파별 '원내 독립 활동'을 보장하는 방안을 새롭게 제시하기도 했다.

 

이 최고위원은 이를 "진보의 확장이란 원칙적 방향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각 정당의 지향점을 지속적으로 추구할 수 있는 방향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통합이 연대·연합보다 더 파괴력이 있다"는 당위적 통합론을 넘어 각 정당이 합의할 수 있는 구체적 방법을 모색한 셈이다.

 

하지만 '왜 야권단일정당인가'란 명제는 모두가 합의한 게 아니었다. 각 야당을 대표해 토론회에 참석한 이들의 말에선 단일정당 건설에 앞서 해결해야 할 숙제들이 제시됐다. 국민참여당의 천호선 최고위원은 "야권의 현 상태를 '분화'가 아닌 '분열'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냐"고 '백만 민란'에게 물었다.

 

"왜 국민참여당이 창당됐고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갈라졌을까. 이 과정을 '분화'가 아닌, '분열'로만 보는지 묻고 싶다. 각 야당이 분화됐던 이유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연합운동이나 통합운동이 진행돼야 한다."

 

"다른 당의 김해을 재보선 승리 용납 않는 민주당과 통합 가능한가"

 

특히 천 최고위원은 통합의 걸림돌로 민주당의 태도를 지목했다. 민주당이 4·27 김해을 재보궐선거에서 다른 당 후보를 용납하지 않겠단 태도를 보이고 있단 게 그의 주장이었다. 민주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관을 지낸 김경수 봉하재단 사무국장을 무소속으로 내세워 후보단일화를 꾀하고 있단 언론보도에 대한 날 선 반응이다.

 

천 최고위원은 "지금 민주당은 적절한 후보를 당내에서 찾기 어려우니 당 밖의 사람을 불러서 무소속으로 내세우려 한다"며 "사실상 민주당이 아닌 다른 정당이 김해을에서 승리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겠단 태도를 보이는데 나중에 같은 정당을 할 수 있을까"라고 되물었다. 그는 또 "민주당·민노당·진보신당·참여당은 2012년 총·대선에서 어쨌든 연합해야 하겠지만 솔직히 단일정당으로 갈 순 없다고 본다"며 "백만 민란 역시 그 부분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성희 민노당 최고위원도 야권단일정당 건설 가능성을 원천 부정했다. 그는 "통합진보정당을 만들고 민주당과 원칙에 맞는 연대·연합을 통해 2012년 총·대선에서 진보적 정권교체를 이루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며 "노선도, 정치문화도 다른 당들을 하나로 합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당원민주주의를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 2012년 총·대선까지 시간이 얼마 없다. 민주당이 이 짧은 시간 안에 이런 문화나 체계를 일신하는 엄청난 환골탈태를 이룰 수 있을까? 참 어려울 것 같다."

 

"기득권 양보 약속한 민주당 의원들, 자기 의석 걸고 관철할 수 있나"

 

이에 천정배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7월 트위터를 통해 진행됐던 '민주당 똑바로 토론회' 얘기를 꺼냈다. 당시 히트쳤던 "정책은 진보신당처럼, 당 시스템은 민노당처럼, 싸움은 한나라당처럼"이란 트위터 멘션을 제시하며 민주당의 변화를 약속했다.

 

당 개혁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그는 "오는 2~3월경 당개혁안을 제출할 계획"이라며 "당 개혁안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통합에 대비한 시스템 마련이라 본다"고 강조했다. 총선 공천이나 대선 경선 과정에서 민주당이 아닌 다른 세력에게 공정한 기회를 보장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하겠단 뜻이었다.

 

또 그는 "야권이 단일정당으로 모여 공정한 경쟁을 한다면 민주당 출신이 아닌 후보도 대선 후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70% 이상 양보해서라도 통합에 앞장서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말에 공감하는 이들이 당에도 많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박용진 진보신당 부대표는 "반성문 10장이 아닌 파견법 철회 등의 실질적 답을 원한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진보정당 역시 민주당 등과의 통합 및 연합 가능성을 열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아직은 민주당 등의 답변이 실질적이거나 진정성 있어 보이지 않는단 얘기였다.  

 

우선 그는 민주당의 '좌클릭'에 담긴 진정성을 물었다. 무상복지 정책을 연달아 내놓은 민주당이 과연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열린우리당 당시 입법했던 비정규직법과 파견법 등을 철회시킬 용의가 있는지, 복지 문제와 관련해 결코 후퇴하지 않을 국가 시스템을 진보진영과 같이 구상하고 합의할 용의가 있는지 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박 부대표는 민주당의 '기득권 양보'를 선언하는 당내 인사들이 자신의 의석을 걸고 그를 관철시킬 수 있는지 물었다.

 

"민주당 486 그룹인 '진보행동'에게 묻고 들은 얘기다. 민주당이 기득권을 양보하겠다고 하지만, 정작 민주당 당무위원들도 지역 국회의원들로 구성돼 있다. 그들이 자신의 목을 내밀 수 있을까. 원내 5석 혹은 1석밖에 못 가진 소수정당이 꼬집어 요구할 순 없다. 민주당이 먼저 답을 내야 할 부분이다."

 

"국민이 원하는 노래 불러야지, 자신들이 원하는 노래만 불러선 안 돼"

 

야4당이 이처럼 나오자, '백만 민란' 쪽은 진한 아쉬움을 표했다. 조기숙 교수는 "발제 주제였던 협상이론엔 '이 세상에 협상하지 못할 것은 없다'는 명제가 있다"며 "논의를 본격적으로 해보기도 전에 통합하지 못하겠단 태도는 문제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단일정당이 아니고 선거연합만으로 총·대선에서 승리할 순 없다고 생각한다"며 "문화적으로 진보적이나 자유주의적 성향을 가진 이들을 어떻게 포괄할지 각 정당은 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네트워크형 정당 모델'을 제시했던 채진원 경희대 교수는 "과거 8만 명 당원이 있었던 민노당이 세가 축소한 것도 각자의 주장만 고집하다 분열했기 때문"이라며 "국민이 원하는 노래를 불러야지 자신들이 원하는 노래만 불러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한편, '백만 민란'은  같은 정책토론회를 꾸준히 개최한다는 방침이다. 문성근 '백만 민란' 대표는 이날 인사말을 통해 "적어도 월 1회 전국순회 강연이나 오늘과 같은 민란 아고라를 자주 개최해 보다 구체적인 대안을 지속적으로 제시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대학교수 44인, '백만 민란' 지지 선언

우희종 서울대 교수 등 44명의 대학교수들이 19일 야권단일정당 건설 운동을 벌이고 있는 '백만 민란'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이날 서울 마포구 김대중 도서관에서 열린 토론회에 앞서 "절대 다수 조직된 국민의 명령으로 단일야당을 성사시켜 2012년 총선과 대선에 대비하자는 이 운동의 취지에 동의하고 지지한다"며 모든 양심적 지식인들의 동참과 국민들의 참여를 호소했다.

 

이들은 이명박 정부 취임 이후 국가가 총체적 위기로 몰리고 있는데도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50%를 넘나들고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지지율이 야당의 대선 주자를 압도하는 것은 "국민이 달리 기댈 곳이 없기 때문"이라며 야권의 '단일 대오'를 강조했다. 무엇보다 이들은 조·중·동 등 보수 언론이 종합편성채널 사업자로 선정된 사실을 지적하며 '백만 민란'의 목적이 달성돼야 할 필요성을 역설했다.

 

"지금까지 사실을 조작·왜곡하면서 여론을 농단해 국민의 판단력을 흐리게 만들었던 메이저 신문들"이 의약품 광고 및 황금채널 등의 특혜를 받기 위해 2012년 총·대선에 대한 불공정·편파 보도를 일삼을 것이란 관측이었다. 또 이들은 이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서라도 '백만 민란'의 목적이 달성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백만 민란'에 대한 지지를 선언한 대학교수 44인이다.

 

우희종(서울대), 손장권·임형진(고려대), 김병준(국민대), 조기숙(이화여대), 이행봉·채희완(부산대), 채구묵(원광대), 송기도·박동천·이상훈(전북대), 정은숙(세종대), 이민원(광주대), 최철영(대구대), 김연찬(서원대), 안병진(경희사이버대), 이기숙(신라대), 최세양(강릉대), 임석민(한신대), 김광익·김한수(동강대), 김태일(영남대), 김금녀(상명대), 이범수·김동민(동아대), 임광욱(광주대), 정연우(세명대), 정연구(한림대), 박동혁·장희창·노원희·신태섭·문종대·양민수·윤영태(동의대), 안승욱·김영주·김남석·정상윤·안치수·김용기·김연곤(경남대), 김기만·정동철(우석대)


태그:#야권연대, #백만 민란, #야권단일정당, #문성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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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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