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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감 권한 강화'를 다룬 <조선일보> 2008년 4월 16일치 8면 기사.
 '교육감 권한 강화'를 다룬 <조선일보> 2008년 4월 16일치 8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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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 장관과 진보교육감들이 '치킨 게임'에 나선 듯하다. 어느 한쪽이 비켜서지 않으면 충돌하고 마는 이 게임이 교육정책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서울과 경기를 비롯 6개 시·도 진보교육감(강원·전북·전남·광주)이 추진하는 ▲ 고교 평준화 ▲ 학생 무상급식 실시 ▲ 학생인권조례 제정 ▲ 체벌금지 ▲ 내부형(평교사 지원가능형) 교장공모제 확대 ▲ 교원평가 개혁 등을 놓고 양쪽이 사사건건 맞서고 있다.

왜 이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시·도교육감 권한을 강화하겠다던 교과부가 기존 태도를 바꿔 시·도 교육감 발목잡기에 나섰기 때문이라는 게 교육계 안팎의 지적이다.

지난 18일 시도교육감협의회(회장 나근형 인천시교육감)에 모인 교육감들은 초·중·등 교육정책에 대한 교과부의 개입에 대해 불만을 터뜨렸다고 한다.

실제로 이날 시도교육감이 만장일치로 합의해 발표한 건의문을 보면 교육감들은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교과부에 '신설학교 예정교부금 감액교부'에 대한 재검토를 공식 촉구하기도 했다.

건의문에는
"교과부의 (신설학교 예정교부금)관련 보도자료가 사실과 다른 것에 대해 유감"이라는 항의성 강한 글귀도 담겼다. 이는 지난해 12월 교과부가 보도자료에서 "일부 교육청들이 무상급식 등을 추진하기 위해 학교신설비를 대폭 축소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힌 데 대해 반발한 것이다.

'교육감 권한 강화' 외친 지 3년... 언제 강화되나

이 같이 교과부 간섭에 교육감들이 반기를 든 배경에는 교과부의 대국민 약속 위반에 대한 섭섭함이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교과부는 2008년 4월 15일 학교자율화추진계획을 발표하면서 '교육감 자율 권한을 확대하고 책무성을 강화하겠다"고 대국민 약속한 바 있다. 이 당시 현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청와대 교육과학문화 수석 비서관이었고, 공정택 전 교육감은 서울시교육감과 함께 시도교육감협의회장을 맡고 있었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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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우형식 교과부 제1차관은 브리핑에서 "이번 조치의 취지는 학교장과 시·도 교육감이 학교와 지역의 실정에 맞게 자율적으로 결정·운영할 수 있도록 하자는데 목적이 있다"면서 "교육감의 자율 권한 강화와 병행하여 책무성도 확대된다, 교육감은 강화된 자율권을 바탕으로 지역 초·중등교육 정책의 계획과 집행업무를 수행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교과부는 '교육감 권한 강화'를 위해 교육감에게 ▲ 교장 임명권 ▲ 교원과 보직교사 배치기준 설정권 ▲ 교과부의 연구학교 지원 권한 포기 ▲ 국장급 이상 장학관, 교육장, 연수원장 임용권 ▲ 교육연수기관 설립권 등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3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교과부는 이 같은 약속을 대부분 지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도교육감협의회 사무국 소속 인천시교육청 중견관리는 "장학관 임용권과 교육연수기관 설립권만 교육감에게 이양되고 나머지는 교과부 장관이 그대로 갖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과부 관계자는 "교과부의 연구학교 지원 권한도 포기했다"고 밝혔다.

'학교 자율화의 백미'라고 당시 신문들이 찬양한 '포괄적 장학지도권'도 당초 약속과 달리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당시 우 차관은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의 학교에 대한 포괄적인 장학지도권을 폐지하도록 하겠다"면서 "이런 권한을 폐지하는 것은 이제 우리 부가 학교에 대한 포괄적인 관여보다는 교육 자치를 실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장학지도권을 규정한 초중등교육법 7조는 현재까지 그대로 살아있다. 오히려 교과부는 이 법 조항을 활용해 진보교육감에게 압력을 넣기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7월 6일 김승환 전북교육감과 교원평가제 시행을 놓고 다툼을 벌이던 교과부는 보도자료를 내 "초중등교육법 7조 상의 '교과부장관의 장학 지도권' 관련조항을 근거로 해 시행하는 교원평가제의 가부에 대해 가능한 법적인 조치방안 검토를 착수했다"고 밝혔다. 자신들이 폐지하겠다고 한 조항을 들어 진보교육감의 정책에 개입하고, 이를 이들에게 으름장을 놓는 도구로 활용한 셈이다.

"진보교육감 들어서자 태도 돌변, 사사건건 방해"

동훈찬 전교조 대변인은 "최근 교과부는 기존 대국민 약속과 달리 이른바 진보교육감의 권한 회수와 길들이기에 급급하다"면서 "최근 일부 신문이 보도한 교과부와 교육감의 충돌 운운은 교과부의 일방적인 교육정책 집행과 독점의식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 교육계의 중론"이라고 주장했다.

서울과 강원교육청 관계자도 "교과부가 공정택 서울시교육감 당시 '교육감 권한 강화'라는 발표를 한 사실이 있는데도, 진보교육감이 들어서자 돌변해 사사건건 방해를 하고 나섰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이에 대해 교과부 학교지원국 관계자는 "학교자율화 추진계획에서 내놓은 '교육감 권한 강화 정책' 가운데 장관의 포괄적 장학지도권 폐지, 교원과 보직교사 배치기준 설정권 등 상당 부분은 이미 국회에 법률안을 보냈지만 계류되어 있는 것"이라면서 "교과부가 (교육감 권한 강화) 약속을 어긴 것이 아니라 적용시간이 더 필요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반박했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냅니다.



#이주호#진보교육감#교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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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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