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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가 19일 한·미 양국이 한국의 탄도 미사일 사정거리를 300㎞로 제한한 '한미 미사일 지침'을 개정하는 협상에 최근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미사일 개정문제에 대해 한·미 간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 최근 협상에 착수했다"며 "현재 초보적인 단계여서 얼마나 사거리와 탄두 중량을 늘릴 수 있을지는 예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지난 1979년 처음 만들어진 뒤 2001년 개정된 한미 미사일 지침은 한국이 개발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 사거리를 300㎞, 탄두 중량은 500㎏으로 제한하고 있다. 또 같은 해 한국이 가입한 다자 간 미사일 기술 통제 체제인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에 따라 사거리 300km 이상의 탄도미사일의 수출 및 기술이전도 하지 못한다. 탄두 중량 500kg은 핵탄두를 만들 수 있는 최소 중량이고, 사거리 300km 이상이면 인접국에 타격을 줄 수 있는 무기로 간주돼 300km로 제한됐다고 알려졌다.

 

사거리 1000㎞ 정도의 신형 미사일 개발?

 

탄도미사일 사거리 연장 방안과 관련해 지난해 한국국방연구원(KDIA)은 정책현안보고서를 작성해 청와대와 국방부 등 주요 안보 부처에 제출했다. 비밀로 분류된 이 보고서는 사거리 1000㎞ 정도의 신형 미사일을 개발함으로써 '현무'나 '에이태킴스'(ATACMS) 등 현재 한국군이 보유하고 있는 지대지 미사일이 닿지 못하는 함경북도 일대의 미사일기지까지 무력화할 수 있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연말 국방선진화 추진위원회가 청와대에 보고한 국방개혁과제 중에도 능동적 억제전략 수립을 위해 한미 미사일 지침을 조속히 개정해야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그동안 미국은 우리 정부의 미사일 지침 개정을 위한 협상 제안에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해왔다. 지난 2009년 4월 북한이 '대포동 2호'를 발사한 뒤 한국 내에서 미사일 지침을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월터 샤프 주한미군사령관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능력과 한국 미사일의 사거리는 무관하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연말부터 미국 측의 태도에 일부 변화가 생겨 물밑 협상이 시작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엔 북한이 장거리 탄도미사일 개발을 지속하고 있는 등 안보여건이 달라진 점, 미사일 지침으로 '족쇄'가 채워져 있는 데 대한 한국 내의 부정적인 여론이 반미감정으로 악화될 수 있다는 점 등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 미국 군 지휘부는 상당히 이례적으로 북한의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개발 능력에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이 지난 11일 중국 베이징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5년 내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해 미국 대륙을 직접 타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데 이어, 12일에는 마이크 멀린 미 합참의장이 "북한의 ICBM 개발 역량과 핵 실험을 결합해서 본다면 (동북아)지역은 물론 미국까지 위협하는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발언한 것이다.

 

때문에 미국 정부가 자국에 대한 북한의 직접 위협이 예상보다 빨라지고 있다는 판단 아래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협상이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동북아 구도 재편해 '신냉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하지만 한국이 탄도미사일 사거리를 늘리는 대신 반대급부로 치러야할 대가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미국이 추진하는 동북아지역 '미사일방어(MD)'체계로의 편입 가능성이다. 인수위 시절부터 MD 참여 문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한 바 있는 이명박 정부가 한국이 MD체계에 일정부분 참여하는 대신 탄도미사일의 사거리 연장을 인정받는 협상을 시도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또 미사일 사거리 연장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 등 주변국들의 시선 또한 곱지 않다.

 

지난 해 7월 18일 군 관계자는 "국방과학연구소(ADD)가 2008년부터 사거리 1500km의 지대지 크루즈(순항)미사일인 '현무 3C' 개발에 착수해 양산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무인비행체로 분류되는 크루즈 미사일은 탄도미사일에 비해 위력이 떨어지고 속도가 느려 요격되기 쉽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현무 3C' 미사일 배치 소식이 알려진 직후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는 "한국이 몰래 칼을 갈아온 것이 증명됐다"며 "한국이 천안함 사건을 핑계로 감히 뛰어들지 못했던 금지구역에 뛰어들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순항미사일보다 위력이 더 큰 탄도미사일의 경우 주변국들의 반발이 더욱 거셀 수밖에 없다는 것은 불을 보듯 빤한 사실이다.

 

때문에 시민사회단체에는 정부가 추진하는 탄도미사일 사거리 연장 시도가 동북아 세력 구도를 재편해 신냉전 시대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박정은 팀장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탄도 미사일 사정거리를 제한하고 있는 한미 미사일 지침은 주권국가의 권리를 제한하고 있다는 민족적 정서와 상충된다는 측면도 분명히 있지만, 북한에 대한 봉쇄와 체제 변화를 일관되게 강요하고 있는 상황 아래서 추진되고 있는 면에서는 우려되는 바가 적지 않다"고 밝혔다. 박 팀장은 또 "전반적인 위기관리가 필요한 시점에 탄도미사일 사거리 연장과 같은 방식은 남북관계를 푸는데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미미사일지침#탄도미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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