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황석영 이 시대, 우리나라 소설사에 큰 물줄기를 이루고 있는 작가 황석영과 조정래에게 한 젊은 평론가가 글로 마빡을 세게 때렸다
▲ 황석영 이 시대, 우리나라 소설사에 큰 물줄기를 이루고 있는 작가 황석영과 조정래에게 한 젊은 평론가가 글로 마빡을 세게 때렸다
ⓒ 창비

관련사진보기

이 시대, 우리나라 소설사에 큰 물줄기를 이루고 있는 작가 황석영과 조정래에게 한 젊은 평론가가 글로 마빡을 세게 때렸다. 경희대 교양학부 교수를 맡고 있는 고인환(41)이 그다. 그는 황석영이 펴낸 <강남몽>과 조정래가 펴낸 <허수아비춤>은 우리나라 '경제성감대'를 너무 밋밋하고 시시하게 건드렸다고 거칠게 꼬집는다. 

그는 요즘 한국문학평화포럼이 펴낸 <한국평화문학> 6집에서 '의도의 과잉과 형상화의 미흡'이란 제목으로 황석영과 조정래가 펴낸 두 소설이 지니고 있는 겉과 속내를 샅샅이 훑었다.

그는 먼저 강남 형성사를 소설에 담은 <강남몽>에 대해 "등장인물들이 '꼭두각시놀음'의 캐릭터처럼 현실의 부조리를 날카롭게 풍자·희화화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는다.

그는 <강남몽>은 "주요 인물들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파편화된 에피소드들은 '강남 형성사'라는 중심 서사의 흐름에 온전히 수렴되지 못하고 제각기 부유하고 있는 인상"이라고 못질한다. 표절시비에 휘말린 '개와 늑대의 시간'에 대해서도 "흥미위주의 에피소드로 전락한 점은 두고두고 아쉬운 대목"이라고 한방 날렸다.

조정래 고인환은 ‘경제민주화’를 다루었다는 조정래 <허수아비춤>에 대해서도 “소설을 읽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고 털어놓는다.
▲ 조정래 고인환은 ‘경제민주화’를 다루었다는 조정래 <허수아비춤>에 대해서도 “소설을 읽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고 털어놓는다.
ⓒ 이종찬

관련사진보기

고인환은 '경제민주화'를 다루었다는 조정래 <허수아비춤>에 대해서도 "소설을 읽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고 털어놓는다. 그는 "작가의 단순 명료한 현실인식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을 불러온다"라며 "미국식 정의를 구현하는 선진국인지 아니면 유럽식 경제모델에 바탕한 선진국인지에 대한 해명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조정래가 지닌 단순한 경제인식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는 <강남몽>과 <허수아비춤>에 대해 "두 작품은 자본의 논리가 우리들의 뼛속 깊이 각인된 '걷잡을 수 없는 소비사회'에서 '경제민주화' 혹은 '경제정의'와 직, 간접으로 관련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시의적절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우리 사회의 '성감대'를 건드린 셈"이라면서도 "작가들의 문제의식이 문학적 형상화를 압도하고 있다, 다소 장황한 감이 없지 않다"고 아쉬워했다.

'평화' 위협받고 있는 시대 우린 무엇을 할 것인가

"이즈음처럼 우리에게 '평화'라는 말이 절실하게 다가올 때도 없었다. 이른바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피격' 사건으로 유발된 남북한 간의 긴장과 갈등국면은 '한국전쟁' 이후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서울은 물론이거니와 백령도, 연평도 등 서해 앞바다 그리고 한반도 전역은 짙은 안개에 휩싸여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에 처해 있음을 우리는 지금 실감하고 있다." - '책머리에' 몇 토막

남북뿐만 아니라 지구촌 '평화'를 화두로 삼고 있는 '한국문학평화포럼'(회장 홍일선)이 "평화가 위협받고 있는 위기의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를 내세운 무크 <한국평화문학> 6집을 펴냈다. 쪽수도 엄청 많다. 646쪽이나 된다. 이 책에 글을 실은 시인, 소설가, 평론가도 무지 많다. 110여 명에 이른다.

12일 저녁 인사동 한 주막에서 만난 이승철 한국문학평화포럼 사무총장은 이에 대해 "이명박 정권 들어 지원금이 한 푼도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참으로 힘겹게 책을 냈다"고 말한다. 그는 "자칫하면 이번 책이 마지막 호가 될 것 같아 청탁한 원고를 한 편도 빠뜨리지 않고 모두 실었다"며, 서글프고도 씁쓸한 웃음을 피식 날린다.

그는 "이번호에는 날카로운 쟁점과 풍부한 화제로 현 단계 한국평화문학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그는 "임우기 평론가의 <초대칼럼>은 한국문단 구조에 대한 진단과 함께 문학하는 참된 자세와 문학정신의 엄정함을 소중하게 일깨워준다"라며 "특히 황석영, 조정래의 최근 신작장편 <강남몽>과 <허수아비춤>에 대한 문학적 공과에 대한 예리한 비판과 진단을 담아내고 있는 고인환 평론가의 글이 백미"라고 귀띔했다.

이번에 나온 <한국평화문학> 6집에는 '초대칼럼' '평화에세이 6인선' '신작시 28인선' '특집 신작' '신작소설 3인선' '쟁점비평' '특별기고 6인선' '나의 삶, 내 문학의 현주소' '평화시 45인선' '서울예대 김기인 교수 추모특집' '한국문학평화포럼 활동 연혁' 등이 저마다 독특한 목소리를 내며 빼곡하게 실려 있다.

종잡을 수 없는 '강남 형성사', 제3세계 해악 끼치는 '경제민주화'

한국평화문학 6집 이번호에는 날카로운 쟁점과 풍부한 화제로 현 단계 한국평화문학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
▲ 한국평화문학 6집 이번호에는 날카로운 쟁점과 풍부한 화제로 현 단계 한국평화문학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
ⓒ 화남

관련사진보기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이 무너진 현장에서 작가가 길어 올린 희망의 씨앗은 그 의도의 정당성에도 불구하고 '지금 여기'의 서사가 지닌 딜레마를 표상하는 양날의 칼로 기능하는 듯하다. 임정아의 생존을 통해 암시한 새로운 서사의 실루엣으로 '강남의 욕망'을 대적하기엔 여전히 역부족이기 때문이리라." - 문학평론가 고인환, '서사 전략의 부재로 흥미 위주의 에피소드로 전락한 <강남몽> 몇 토막'

이승철 사무총장이 말했듯이 이번 <한국평화문학> 6집에 실린 글 가운데 백미는 황석영과 조정래가 펴낸 <강남몽>과 <허수아비춤>에 대한 서슬 퍼런 비평이다. 문학평론가 고인환은 <강남몽>에 대해 "우선 박선녀를 중심으로 기획된 '강남 형성사'와 4장의 인물들이 구체적으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고 쐐기를 박는다.

그는 "마치 작가는 '욕망 절제'를 척도로 등장인물을 계열화하고 있는 듯하다"라고 비꼰다. 그는 "서사를 치밀하게 구조화하지 못한 한계와 '너무나 복잡해서 종잡을 수 없는 인생'을 파편화된 이야기 구조로 포착하는 일은 분명하게 구별할 필요가 있다"고 쓴다. 왜? "역사적 사실을 단순화하여 제시하는 작업과 이를 해체하여 서사적으로 재구성하는 일은 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조정래가 '경제민주화'를 앞세워 그린 <허수아비춤>도 고인환이 벼린 섬뜩한 '평론의 칼날'을 비켜가지 못한다. 그는 <허수아비춤>에 대해 "작가의 단순명료한 현실인식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을 불러온다"라며 "백번 양보해서 '선진국의 기업'들이 '투명경영'을 하고 있다고 해도 그들의 '정당한(?)' 기업 운영이 제3세계 민중들에게 끼치는 해악은 어찌 할 것인가"라고 오히려 작가에게 되묻는다.

그는 "우리는 과연 정치민주화를 이루었는가? 군부독재정권이 물러났다고 해서 정치민주화가 이루어졌다고 한다면 너무 단순한 생각이 아닐까"라고 조정래를 거칠게 다그친다. 그는 이어 "이 소설에는 '어떻게'가 생략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라고 물음표를 툭 던진다. 등장인물들이 말하는 것들이 당위적 명제에 따른 반복일 뿐이며 "이러한 의문들은 텍스트의 주변을 맴돌 뿐 작품 속으로 스며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화예술인 110여 명이 몸과 마음을 꼭꼭 다져 쓴 글

<한국평화문학> 6집에는 황석영, 조정래가 쓴 <강남몽>과 <허수아비춤>에 따른 날선 비평만 눈에 띄는 것이 아니다. 김영현 소설가가 쓴 독일 보쿰대학 초청강연 내용과 전자책 출판에 따른 미래상을 다룬 이상운 바로북닷컴 대표가 쓴 글, 문단 데뷔 40주년을 맞는 양성우 시인(한국간행물윤리위원장)이 쓴 글, 이원규 시인이 쓴 지리산 생활에 얽힌 이야기, 이소리 시인이 쓴 막걸리 열풍과 탐구, 유명선 시인이 쓴 난고 김삿갓 기행문 등 '평화에세이 6인선'도 읽을거리다.  

'특별기고'에는 <김대중 자서전> 쓰기에 얽힌 비화를 다룬 경향신문 김택근 논설위원이 쓴 글과 '걷기'와 '명상' 등 체험 길을 보여주는 <동아일보> 김화성 전문기자, 남북관계 경색에 따른 '북녘 어린이 의약품 돕기 운동'을 소개한 임종철 시인, 분단문제를 화폭 속에 담은 박진화 화가, 이명박 정부 4대강 사업에 따른 진실을 스스로 생체험으로 진단한 환경운동가 명호, 이항진이 쓴 체험수기가 실려 있다.  

'신작시 28인선'에는 해마다 노벨문학상 후보로 오르고 있는 고은 시인을 비롯해 김준태, 리명한, 박희호, 이승은, 이원구, 박선욱, 용환신, 방남수, 정기복, 이행자, 김여옥, 손태연, 함순례, 김진, 김민서 시인 등이 신작시를 실었다. '특집 신작'에는 홍일선 시인이 쓴 4대강 시 '신새벽 강노래' 등 6편을 실었다.

'신작소설 3인선'에는 김재호, 박종관, 권영임 작가들이 쓴 문제작으로 채워졌다. '나의 삶, 내 문학의 현주소'에는 최근 신작시집을 펴낸 시인 정양, 강상기, 차옥혜, 서홍관, 김만수, 이규배, 정우영, 김운환, 최기종, 정철훈, 손택수, 최연식, 차주일, 정재분 대표시와 문학관이 솔직한 눈을 뜨고 있다.

황석영, 조정래에 이은 '쟁점비평' 두 번째는 시인 임동확이 쓴 '불기의 정신과 영성으로의 모험'이, '서울예대 김기인 교수 추모특집'에는 작가 이경자, 강기희, 김기선, 이승철, 정용국, 손태연이 쓴 글이 다시 한번 눈물을 머금고 있다. 김기인 교수는 지난 2010년 9월 3일, 서울예대 제자들 공연연습을 밤늦게까지 지도하다 '급성 심근경색'으로 이 세상을 떠났다.

고 김기인 교수는 '한국문학평화포럼'이 그동안 50여 차례 열었던 '평화문학축전' 행사에서 현대춤 공연 안무자와 예술감독으로 문학예술인들과 늘 자리를 함께 한 우리 시대 탁월한 춤꾼이다. 그밖에 '한국문학평화포럼'이 7년에 걸쳐 펼친 평화문학축전 행사에서 시인들이 낭송한 신작시 45편도 실려 있다.

홍일선 회장은 "이번 6집에는 우리 시대를 문학으로 끌어안고 살아가는 문화예술인 110여 명이 몸과 마음을 꼭꼭 다져 쓴 글들이 화두처럼 들어 있다"라며 "이번에 펴낸 <한국평화문학>이 남북 간 팽팽한 긴장을 봄눈 녹듯이 스르르 녹여 한반도와 지구촌 곳곳에 통일과 평화를 몰고 오는 봄바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매듭지었다.


한국평화문학 Vol.6

화남출판사 편집부 엮음, 화남출판사(2010)


#한국평화문학#황석영#조정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