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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독주', 유시민-오세훈 '각축'.

2011년 새해를 맞아 각 언론사들이 실시한 '차기 대권주자' 여론조사 결과다. <KBS> <MBC> <문화일보> <서울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등 6개 언론사의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에 따르면 유시민 국민참여당 정책연구원장은 5~8%, 오세훈 서울시장은 4~7% 지지율을 보이며 접전을 벌였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5%대 지지율을 보이며 여권 대권주자 가운데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오세훈 시장에 이어 3위로 뒤처졌다.    

오 시장이 이처럼 차기 대권주자 3위, 여권 대권주자 2위를 차지한 데는 무상급식을 둘러싼 '강경행보'가 주요했다는 평가가 많다. "무상급식은 망국적 포퓰리즘"이라며 '투사'로 변신한 오 시장이 전통 한나라당 지지층의 표를 얻었다는 것.

이 때문에 오 시장과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김용석(민주당) 서울시의원은 3일 "앞으로 오 시장이 '대선에서 손해 볼 것 없다'는 생각에 계속해서 (무상급식에 대해) '몽니'를 부리지 않을까 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대권주자 2, 3위 다투게 됐지만... 역점사업은 물거품? 

오세훈 서울시장.
 오세훈 서울시장.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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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서울시 신년하례식에서도 '전면 무상급식 반대'라는 오 시장의 '원칙'은 변함이 없었다. 

오 시장은 "최근 우리시와 시의회, 교육청 간의 '무상급식' 논란으로 시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린 점 머리 숙여 죄송스럽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전면 무상급식이야말로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동일한 혜택을 나눠주는 '현금 나눠주기식' 과잉복지이고 복지포퓰리즘이라 생각한다, 부자가정의 아이들에게까지 나눠줄 여윳돈이 있다면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의 교육 여건을 향상시키는 게 더욱 시급하고 사회의 양극화를 줄여나가는 길이라 믿는다"고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또 "서울시는 앞으로도 교육콘텐츠와 학교시설개선 등 교육의 본질에 바탕을 둔 지원에 더욱 힘을 싣겠다"며 "무상급식은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부터 우선적으로 챙겨나가는 점진적 무상급식을 실시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연말에도 오 시장은 서울시의회가 12월 30일 단독 처리한 '무상급식예산 695억 원'에 대해 "시장의 동의없이 시의회가 예산을 증액·신설한 것은 명백한 위법"이라며 "2011년도 서울특별시 예산안 수정안 중 불법 증액된 예산은 집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오 시장이 무상급식예산 집행을 거부하면서까지 강경행보를 계속하고 있지만, 속내는 복잡해 보인다.

우선 서울시의회에서 오 시장의 역점사업 예산을 '전액삭감'하면서 한창 진행되던 사업들이 큰 차질을 빚게 됐다. 서울시의회는 서울시가 당초 제출한 예산을 대폭(3965억 원) 감액했다.

오 시장은 신년사를 통해 "안타깝게도 지금 서울시의회에서는 서해뱃길사업을 포함한 한강지천 뱃길 조성사업, 한강예술섬 사업 등 미래 서울의 경쟁력을 위한 중요한 사업들을 모두 막아서고 있다, 어르신 행복타운, 서남권 돔 야구장 신축 계획안도 두 번이나 부결시킨 바 있다"며 "이는 지금까지 투입해온 세금을 매몰시키는 일일 뿐 아니라 시민의 삶의 질과 서울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피땀 흘려 일궈온 노력들을 한 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드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또 '시불가실(時不可失: 한 번 지나간 좋은 때는 다시 오지 않는다)'이라는 사자성어를 소개하면서 "서울의 미래를 위해 지금과 같은 투자적기를 놓친다면 이것은 다음 세대, 그 다음 세대에까지 누를 끼치는 역사적인 과오를 범하는 일이 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세훈 위해 한나라당 의원들이 싸워주겠나"

허광태 서울시의회 의장이 30일 새벽 서울시의회 본회의장에서 2011년도 예산안을 재석의원 76인 가운데 찬성 76인, 반대 0인, 기권 0인으로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
 허광태 서울시의회 의장이 30일 새벽 서울시의회 본회의장에서 2011년도 예산안을 재석의원 76인 가운데 찬성 76인, 반대 0인, 기권 0인으로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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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뱃길사업, 한강예술사업 등 예산이 전액 삭감된 사업에 대해 서울시는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거나 민간자본 유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마저도 녹록찮다. 오승록 민주당 서울시의회 대변인은 "국비 지원을 받을 경우 공이 국회로 넘어가게 되고, 그렇게 되면 야당도 가만히 있지 않을 텐데 한나라당 의원들이 과연 '대권주자 오세훈'을 위해서 싸워주겠느냐"며 회의적인 분석을 내놨다.

민자 유치 가능성에 대해서도 오 대변인은 "서해뱃길사업의 경우, 강바닥을 준설하고 양화대교 경관을 넓히는 공사를 해야 하는데 이런 수익도 안 나는 사업에 어떤 기업이 투자를 하겠나"라며 "오세훈 시장이 겉으로는 태연한 척 해도 속으로는 부담이 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종현 서울시 대변인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국비지원과 민자유치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단계일 뿐, 이에 대해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민주당의 주장을 일축했다.

반면, 서울시의회는 지난 예산안 통과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다 얻었다'는 입장이다.

시의회는 토건·홍보·전시성예산을 서민·복지 예산으로 바꾸겠다는 목표 아래 서해뱃길(752억 원), 한강예술섬(406억 원), 어르신행복타운 건설(99억 원) 등 197건의 사업예산 3965억 원을 삭감하고, 무상급식(695억 원), 학습준비물 지원(52억 원), 학교시설 개선 지원(248억 원), 중증장애인 활동보조 서비스(200억 원) 등 75건의 사업에 대해 3708억 원을 증액했다.

오 대변인은 "오세훈 시장에게 맞서서 우리의 의지를 끝까지 보여줬고 서울시 역시 시의회가 증액·신설한 예산 가운데 무상급식을 제외한 서민·복지 예산과 관련해서는 유연하게 집행하겠다고 밝혔다"며 "시의회로서는 아쉬울 게 없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 '국민감사청구운동' 돌입... "지지율 상승, 역풍 맞을 것" 

오 시장의 강경행보가 결국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오승록 대변인은 "서울시가 무상급식예산을 집행 안 하면 오는 3월부터 초등학교 3~4개 학년에 대해서만 무상급식을 실시하게 될 텐데, 무상급식을 받지 못하는 나머지 2~3개 학년의 학생·학부모들은 그것이 오 시장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될 것"이라며 "오 시장은 이들 2~3개 학년에 대한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의 생각도 비슷했다. 안진걸 팀장은 "오 시장이 무상급식반대 때문에 자신의 지지율이 올라가고 있다는 판단 하에 이를 철저히 이용하고 있다, 골수 한나라당 지지자들에게는 표를 얻었는지 몰라도 일반 시민들에게 '불합리한 정치꾼'으로 전락했다"며 "반드시 역풍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연대 등 서울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오는 5일부터 오세훈 시장에 대한 '국민감사청구 운동'에 돌입할 예정이다. 안진걸 팀장은 "얼마 전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선거법 위반이라는 지적을 받은 무상급식반대광고, 시의회 불출석 등에 대해 25개 자치구 서명을 받아 국민감사청구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태그:#오세훈 , #서울시의회 , #서울시 예산 , #오승록 대변인 , #국민감사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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