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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월 중순 우리가 일부 가꾸고 있는 주말 농장을 높은 곳에서 전체를 사진에 담아보았습니다. 12 월 중순이지만 이곳은 서리만 한 두 번 내렸지 아직 눈은 오지 않았습니다. 주말농장이나 텃밭 가꾸기를 이곳에서는 주말 농업이라고 합니다. 주말에만 밭에 가서는 농작물이 남아나지 않습니다. 잡초가 자라고 벌레들이 다 먹어 치워버립니다. 이곳에서 주말 농장을 하는 사람들은 정년퇴직을 한 노인들이 많습니다. 이들은 아침, 저녁 개를 데리고 산책을 하다가 둘러보고, 아침밥을 먹은 뒤 밭에 와서 하루 종일 여러 가지 야채를 가꿉니다. 아마도 퇴비나 씨앗이나 농기구를 사는데 들이는 돈이 야채를 사는 돈 보다 더 많이 쓰일 정도입니다. 재배하는 농작물로는 감자, 고구마, 오이, 토마토, 무, 배추, 브로콜리, 수박, 딸기, 오크라, 완두콩, 양파 들입니다.
 12 월 중순 우리가 일부 가꾸고 있는 주말 농장을 높은 곳에서 전체를 사진에 담아보았습니다. 12 월 중순이지만 이곳은 서리만 한 두 번 내렸지 아직 눈은 오지 않았습니다. 주말농장이나 텃밭 가꾸기를 이곳에서는 주말 농업이라고 합니다. 주말에만 밭에 가서는 농작물이 남아나지 않습니다. 잡초가 자라고 벌레들이 다 먹어 치워버립니다. 이곳에서 주말 농장을 하는 사람들은 정년퇴직을 한 노인들이 많습니다. 이들은 아침, 저녁 개를 데리고 산책을 하다가 둘러보고, 아침밥을 먹은 뒤 밭에 와서 하루 종일 여러 가지 야채를 가꿉니다. 아마도 퇴비나 씨앗이나 농기구를 사는데 들이는 돈이 야채를 사는 돈 보다 더 많이 쓰일 정도입니다. 재배하는 농작물로는 감자, 고구마, 오이, 토마토, 무, 배추, 브로콜리, 수박, 딸기, 오크라, 완두콩, 양파 들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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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 사상 속에서도 인간과 자연은 하나라는 뜻으로 '물아일여(物我一如)'라는 말이 있고, 성서에서도 하나님이 흙으로 사람을 빗어서 만들고 코에 생기를 불어넣었다는 말이 있습니다. 사람의 몸은 직위고하나 빈부에 관계없이 생명이 붙어 있는 한 생리적인 활동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 가운데서 먹는 것은 단순히 배고픔을 해결하는데 그치지 않고 더 맛있는 것, 더 영양가 있는 것, 아니 더 안전하고, 더 자연 환경에 친화적인 것을 찾고 있습니다.

요즘 한국에서나 일본에서나 유기농 안전 식품, 생산자 확인 식품 등등 환경 친화적인 농산물이 상표가 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최근 식품의 안전성을 위협하는 여러 사건, 사고가 있었습니다. 그 뒤 사람들은 먹을거리를 상품으로 사는 것이 아니고 자신이 직접 키워서 먹는 세상이 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주말농장이나 텃밭 가꾸기라는 말로 자주 먹거나 좋아하는 야채로 상치나 무, 배추들을 직접 농사 지어서 먹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올 봄에 씨앗을 뿌려 가을 수확을 앞둔 결명자입니다. 올 봄 날씨가 추워서 그다지 씨앗이 싹을 틔우지 않았지만 여름 날씨가 무더워서 잘 자랐습니다. 30 평방미터에서 15 킬로그램 정도 수확했습니다.
 올 봄에 씨앗을 뿌려 가을 수확을 앞둔 결명자입니다. 올 봄 날씨가 추워서 그다지 씨앗이 싹을 틔우지 않았지만 여름 날씨가 무더워서 잘 자랐습니다. 30 평방미터에서 15 킬로그램 정도 수확했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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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도 주말농업이라는 말이 생겨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인터넷 검색으로 주말농업이란 말을 입력하면 사이트나 블러그 15만 건 이상이 나옵니다. 그만큼 농작물을 직접 키워서 먹으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아사히신문>에서도 매주 목요일 석간신문에서는 주말농업이라는 면을 만들어서 농작물 재배 방법에 대해서 자세한 설명, 사진, 체험담, 사례 등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특히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을 위해서 화분에 심을 수 있는 야채, 플라스틱이나 스티로폼 상자를 활용하는 방법,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벌레를 잡는 법, 벌레가 오지 않게 하는 방법 등 주마다 새로운 기사나 전문가 의견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제가 사는 곳 역시 주택 단지 안에 월급 생활자들이 모여 사는 마을입니다. 그런데 최근 주말농장이 많이 생겨서 직접 농작물을 키우는 사람이 많이 늘었습니다. 주택 단지 주변에는 논이나 밭이 많이 있습니다. 땅 주인들은 오래전부터 농사를 지어오던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점점 나이가 들어 농사를 지을 힘이 없게 되자 놀리는 땅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 땅 주인 가운데 몇몇 사람은 자신의 땅을 주말농장용 땅으로 바꾸어서 사용할 사람들을 모으고 있습니다.

우리 집에서도 이런 땅을 이용하여 농작물을 심어서 가꾸고 있습니다. 땅은 가로 3미터, 세로 5미터 크기로 한 해 사용 요금은 3천 엔입니다. 이 요금은 땅의 상태나 물길, 수도 시설  등 여러 가지 조건에 따라서 다릅니다. 우리는 3미터 10미터를 사용하고 해마다 6천 엔을 내고 있습니다.(<시금치를 봄에 심는다고?> - 오마이뉴스, 09.04.03 10:00)

그간 두 해 동안 이 땅을 사용해 왔습니다. 첫해 봄에는 시금치를 심고 6월 말에 검은 콩을 심었습니다. 농약이나 화학 비료를 사용하지 않아서인지 검은 콩은 잎은 무성했지만 열매는 그다지 따지 못했습니다.

  결명자는 여름에 노란색 꽃이 핍니다. 잎이 쌍으로 나고 두 잎사귀가 아침에는 열리고 밤에는 닫힙니다. 집 앞 주차장 가에 있는 화분에 심은 결명자를 밤에 찍어보았습니다.
 결명자는 여름에 노란색 꽃이 핍니다. 잎이 쌍으로 나고 두 잎사귀가 아침에는 열리고 밤에는 닫힙니다. 집 앞 주차장 가에 있는 화분에 심은 결명자를 밤에 찍어보았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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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해째인 올해는 봄에 결명자를 심었습니다. 결명자는 콩과 식물이기 때문에 거름을 그다지 주지 않아도 되고 가꾸기가 비교적 수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곳 일본도 올봄에는 추운 날씨가 계속되어 결명자 싹이 그다지 많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여름 날씨가 무더워서인지 잘 자라서 10월 말경 수확을 했는데 15킬로그램 정도 수확을 했습니다.

결명자 수확을 마치고 승마장 마구간에서 얻어온 말똥 말린 것을 밭에 뿌리고 삽으로 파서 엎은 뒤 시금치 씨를 뿌렸습니다. 올 가을 비가 자주 와서인지 예년과 달리 시금치가 크게 잘 자라고 있습니다.

이곳 주말농장은 주말에 한 번씩 가족들이 가서 손질하는 텃밭이 아닙니다. 오히려 주말에나 갈 수 있는 회사원들은 없는 것 같습니다. 대부분 정년퇴직을 한 노인들이 날마다 하루에 몇 년씩 들러서 씨를 뿌리고, 잡초를 뽑고, 물을 주고, 이웃 밭을 기웃거리면서 정보를 교환하고, 농작물을 주고받는 경로당 같은 곳입니다. 주말 농장이 아니라 정년퇴임 경로당 농장입니다. 일본에는 노인들이 돈을 내고 들어가는 노인 복지 시설은 있지만 한국처럼 마을 노인들이 모여 노는 마을 회관, 노인 복지시설이나 경로당이 없습니다. 아마도 주말 농장이 그 역할을 대신하는 것 같습니다.

올해 결명자를 심었지만 날마다 가지 못하고 가끔 주말에 가다보면 주위 어르신들이 무엇을 심었으며 왜 심었느냐고 묻고는 했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결명자차를 자주 마시고 눈에도 좋은 것이라고 하면 가끔 아시는 분들이 일본 사람들은 하브차라고 한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하브라고 하면 영어의 허브(herb)를 일본식으로 발음한 것 같습니다. 이밖에 일본말 하브(波布·飯匙倩)는 독이 있는 뱀 이름이기도 합니다. 

사람은 아무리 도시에 살아도 자연의 물과 공기를 마시며 삽니다. 아무리 공장에서 위생적으로 만들어지고 깨끗한 야채와 곡물을 먹는다고 해도 사람은 흙으로 만들어지고 나중에 흙, 자연으로 돌아가는 한 흙냄새 속에서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고, 몸의 건강을 얻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결명자 수확을 마치고 11 월 초 승마장 마구간에서 얻어온 말똥을 깔고 삽으로 파서 엎은 뒤 시금치 씨를 뿌렸습니다. 가을비와 말똥 덕분인지 예년보다 시금치가 잘 자라서 시금치를 질리도록 먹고 있습니다.
 결명자 수확을 마치고 11 월 초 승마장 마구간에서 얻어온 말똥을 깔고 삽으로 파서 엎은 뒤 시금치 씨를 뿌렸습니다. 가을비와 말똥 덕분인지 예년보다 시금치가 잘 자라서 시금치를 질리도록 먹고 있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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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류코쿠(Ryukoku, 龍谷) 대학에서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태그:#시금치, #결명자, #주말농장, #텃밭 가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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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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