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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바위의 신비스러운 모습. 그 뒤로 오륙도가 보인다.
 농바위의 신비스러운 모습. 그 뒤로 오륙도가 보인다.
ⓒ 김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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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올케들이 마산에 놀러 왔을 때, 아들이 '이기대'로 우리를 데리고 갔다. 이날 이기대라는 지명을 처음 듣고 참 독특하다 생각했는데, 임진왜란 때 수영성(水營城)을 함락한 왜장을 끌어안고 바다에 함께 빠져 죽은 두 명의 의로운 기생 이야기에서 유래되었다는 말에 가슴 한 편이 뭉클했던 기억이 난다. 더욱이 오랜만에 만난 올케들과 하하, 호호 웃으며 바다를 낀 산책로 따라 거닐었던 즐거운 추억으로 인해 이기대는 늘 한 번 찾고 싶은 곳이 되었다.

지난 19일, 나는 그리운 이기대에 가기 위해 가까운 친구와 같이 부산으로 떠났다. 오전 11시 20분께 창원서 출발하여 오륙도 해맞이공원(부산광역시 남구 용호동)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1시 40분께. 육지 가까이부터 방패섬, 솔섬, 수리섬, 송곳섬, 굴섬, 등대섬이 늘어서 있는 오륙도(五六島, 명승 제24호)는 사람의 위치나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섬의 수가 다섯 개, 때로는 여섯 개로 보인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나 방패섬과 솔섬의 아래 부분이 거의 붙어 있어 썰물 때에는 흔히 우삭도라 불리는 하나의 섬으로 보이지만, 밀물 시에는 두 개의 섬으로 보인다 해서 오륙도라 부르게 되었다는 것이 일반적으로 전해지는 이야기이다. 이것 또한 일본 사람이 잘못 기록하여 생긴 오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는 있다. 그런데 참으로 딱한 일은 이날 날이 흐려서 그런지, 내가 서 있는 위치 때문인지 오륙도가 계속 두세 개로만 보였다는 거다.

낚시하는 모습은 이기대 도시자연공원 해안산책로에서 자연스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낚시하는 모습은 이기대 도시자연공원 해안산책로에서 자연스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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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바위
 농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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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대공원에는 군데군데 나무 계단들이 설치되어 있다. 
 이기대공원에는 군데군데 나무 계단들이 설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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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입부터 오르막이 이어져 조심스러웠다. 올 11월에 오른쪽 무릎관절염 진단을 받은 뒤로 나는 경사진 길은 되도록 피하고 있다. 하지만 갑작스레 달라져 버린 내 현실을 이따금 애써 모르는 척하며 그저 걷고 싶은 충동이 불쑥불쑥 든다.

우리는 해안산책로 따라 농바위 쪽으로 계속 걸어갔다. 비교적 농바위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곳에 이르자 그 기묘한 모습에 내 가슴이 자꾸 콩닥거렸다. 돌이 얹혀 있는 모양새 또한 하도 아슬아슬해 오랜 세월 모진 비바람을 어떻게 견뎌 왔을까 하는 생각에 미치자 바위이지만 대견스럽기까지 했다.

바위 형태가 마치 버들채나 싸리채 따위로 만든 궤를 이 층이나 삼 층으로 포개어 놓은 '농'을 닮았다 해서 농바위로 불렸다고 전해지는데, 어떻게 보면 부처가 아기를 가슴에 안고 있는 듯해 신비스러움마저 느껴진다.

영화 '해운대(2009)'의 촬영 장소인 이기대 어울마당.
 영화 '해운대(2009)'의 촬영 장소인 이기대 어울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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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대에서.
 이기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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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가지 않아 낚시꾼들이 보였다. 이기대 도시자연공원 해안산책로에서 자연스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그리고 산책로에는 기다란 나무 계단이 군데군데 설치되어 있어 혹 자연 환경을 해치는 것은 아닐까 하고 우려되기도 했다. 그러나 어떤 계단은 마치 바닷속으로 걸어 내려가는 듯한 느낌을 주어서 괜스레 즐거웠다.

밭골새, 치마바위를 거쳐 솔밭쉼터로 가는 길에 누리마루 APEC하우스가 있는 해운대 동백섬과 광안대교가 아스라이 보여 마음이 설렜다. 오후 3시 50분께 윤제균 감독의 <해운대>(2009) 촬영 장소인 어울마당에 이르렀다. 배우 이민기(최형식 역)와 강예원(김희미 역)이 이기대에 대해 말을 주고받는 장면이 여기에서 촬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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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대 해안길 구름다리를 바라보며.
 이기대 해안길 구름다리를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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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장자산 이기대는 남북으로 분단된 우리 민족의 비극을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1997년에 있었던 군사시설 보호구역 해제 조치로 인해 지금은 누구나 이기대의 해안 절경을 즐길 수 있지만, 그 이전에는 군부대에서 간첩이 침투하지 못하도록 해안 경계용 철책을 설치해 두었고, 민간인 출입 또한 통제되었던 곳이다. 

오후 4시 10분께 해안길 구름다리에 이르렀다. 우리의 아픈 역사를 철썩거리는 바닷소리에 묻고 바다의 짠 냄새를 깊이 들이마시며 그저 걸었다. 다리가 안 좋은 후로는 걷는다는 것 자체가 내겐 행복이다. 더욱이 바다를 끼고 걸을 수 있는 길은 한마디로 환상적인 산책로이다. 이기대서 걷는 것으로 성에 안 차는 사람은 장자산 산행을 겸해도 괜찮다. 바다, 산, 그리고 산책을 원한다면 지금 이기대를 한 번 찾아가 보는 것은 어떨까?

덧붙이는 글 | <찾아가는 길>
*남해고속도로→ 동서고가도로→ 황령산터널램프→ 문현로타리 방향→ 부산남부운전면허시험장→ 백련사
*경부고속도로→ 도시고속도로→ 수영강변도로→ 문현로타리 방향→ 부산남부운전면허시험장→ 백련사



태그:#이기대, #오륙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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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3.1~ 1979.2.27 경남매일신문사 근무 1979.4.16~ 2014. 8.31 중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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