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알이 정말 큰 도루묵 알 ..
▲ 알이 정말 큰 도루묵 알 ..
ⓒ 정현순

관련사진보기


"자 이거 한번 먹어봐!" 하고 남편 밥숟갈 위에 도루묵 알을 얹어 주었다. 하지만 남편은 별로 달갑지 않은 표정이다. 도루묵을 조려 밥상에 올려 놓았지만 남편은 좀처럼 그것을 먹지 않는다. 생선을 좋아하는 남편이 왜그런지 궁금했다.

"왜 그래. 마누라가 이렇게 반찬도 올려 놓아주는데"
"나 그거 안 좋아해. 아니 먹기 싫어"
"왜 먹기 싫은데"
"군대 있을 때 하루가 멀다하고 도루묵 반찬이 나왔는데 처음에는 그럭저럭 먹다가 나중에는 아주 질리더라고"
"그일은 오래 되었잖아. 그러니깐 먹어봐. 먹을만 하데"

그래도 남편의 젓가락은 그것을 피해다닌다. "참내 그렇게 하기도 힘들겠다" 아마도 그때 생각이 새록새록 나는가보다.

며칠 전, 친구가 누가 도루묵 한상자를 가지고 왔다면서 몇마리 주었다. 그 친구가 도루묵을 주면서 물었다.

"자기 도루묵 어떻게 해먹는지 알아?"
"어릴적 엄마가 해준 거 먹어봤는데 별다르게 해먹는 게 있나? 졸여 먹거나 구워먹으면 되지"
"그래 신김치 넣고 졸여 먹어도 되고, 무넣고 졸여 먹어도 좋아. 그런데 알이 어찌나 쫀득쫀득한지 생각보다 괜찮아"

저녁반찬 한 가지가 해결되어 가벼운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저녁반찬으로 무를 밑에깔고 도루묵과 양념을 넣고 졸였다. 밥상을 보자마자 "야 도루묵 정말 오랜만이다. 우리집에선 도루묵 반찬은 처음이지?" 하며 하도 반가워 하기에 잘 먹으려나 했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남편은 도루묵을 먹지 않아 내가 밥숟갈 위에 올려준 것이다. 내가 올려주어서 그런가 먹긴 먹었다. 다 먹고 나더니 "음 무슨 고무줄 씹는 기분이다"한다. 그후로 남편의 젓가락은 도루묵으로 가지 않았다. 나도 어린시절 먹었던 도루묵의 맛은 별로 좋지 않은 기억이다.

내가 어릴 때, 그리고 남편이 군대에 있던 시절 하루가 멀다하고 올라온 도루묵의 값은 무척 싼 것으로 생각된다. 하여 우리 집에도 도루묵이 자주 올라온 기억이 난다. 그런 기억 때문이었을까? 평소에도 도루묵이 많이 나오는 시기에도 난 도루묵에 시선을 주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내가 직접 사보지는 않아 잘 모르지만  요즘 도루묵의 가격은  그다지 싸지 않다고 한다. 그래도 오랜만에 먹어 보는 도루묵의 맛은 어떨지 궁금했다. 하여 나도 먹어보니 입맛을 한 번에 확 잡지는 못했다. 내게도 어린시절 맛보았던 그맛의 기억이 남아 있는 듯 했다.  남편이 느끼는 고무줄 같다는 그맛을 아마도 쫀득쫀득하다고 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TV에서 음식 소개할 때의 풍경은 사뭇 다르다. 도루묵을 먹고 그맛을 물어보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엄지손가락을 내보이면서 최고라고, 정말 맛있다는 등 각종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그들의 입에는 잘 맞는가보다. 하지만 우리식탁에서는 특별한 대우를 받지 못했다. 앞으로 내가 직접 돈을 주고 도루묵은 사지 않을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도루묵 이야기가 있다. 조선시대 선조가 임진왜란 중 피난을 갔을 때, 한 백성이 '묵'이라는 물고기를 바쳤는데 임금이 먹어보니 너무 맛이 좋아 '은어'라는 이름을 하였다. 전쟁이 끝난 뒤 임금이 문득 은어가 생각나 먹어보고는 맛이 예전과 같은 맛이 아니라 도로 무르라고 해서 도루묵이 되었다고 한다.

그말처럼 우리집에서도 도루묵은 도루묵이 되고 말았다. 자세히보니 도루묵 알은 정말 크다.


#도루묵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주로 사는이야기를 씁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