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읍면장들 "선거 절대 안돼" "선거해도 임명" "과정은 어떻든 1명만 추천해" 입장 달라

최근 개정된 전남 화순군 이장임명규칙과 관련 전완준 화순군수와 임명권을 가진 화순관내 13개 읍면장들이 제각각의 입장을 취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화순군은 최근 '이장의 임명에 관한 규칙' 개정을 통해 '마을 총회에서 다수의 후보가 경합시 후보자 전원을 읍면장에 추천, 읍면장이 적임자를 임명'토록 했다.

 

현재 대부분의 마을에서는 선거나 합의추대 등의 방식을 통해 가장 많은 지지를 얻은 사람이 이장이 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다수의 후보가 경합시에는 '선거'를 통해 이장을 선출한다. 그런데 개정된 규칙은 경합시 후보자 전원을 읍면장에게 추천하고 읍면장이 적임자를 임명토록 권한을 강화, 이장선출을 위한 선거를 할 수 없도록 하면서 다수 주민들의 의사가 무시될 수 있는 여지를 뒀다.

 

종전에는 후보가 다수이든 단수이든 마을주민이 이장을 선출하고 읍면장은 임명만 하는 방식이었지만 개정규칙은 다수 주민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읍면장 마음대로 이장을 임명할 수도 있게 된 것이다.

 

화순군은 규칙개정 취지에 대해 '이장선거로 인한 주민들간의 갈등과 분열을 없애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주민들은 주민들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에 행정이 간여하는 것은 주민자치에 역행하는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자치단체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읍면장의 입장에서 또다른 줄세우기와 편가르기 조장은 물론 다수 주민의사가 무시되고 읍면장의 입맛에 맞는 이장이 임명됨으로 인한 주민들간의 갈등과 분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화순군농민회를 중심으로 이장임명에 관한 규칙 철회를 요구하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농민회는 지난 27일부터 화순군청 민원실 앞 등에서 "화순군의 반민주적 행정줄세우기 이장규칙 철회"를 요구하며 1인 시위를 펼치고 있다.

 

전완준 군수와 실제로 이장임명에 관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읍면장들의 생각도 제각각이다.

 

전 군수는 이장선거는 안된다고 못박은 반면 일부 읍면장은 '선거를 통해 선출돼도 이장으로 임명하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군수의 의지나 규칙에 정면으로 반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 읍면장은 군수의 뜻에 전적으로 동의하며 강화된 읍면장의 권한을 반기는 모양새다.

 

일부 읍면은 명확한 입장표명을 회피하거나 마을총회에서 어떤방식으로 선출을 하든 모른척 하고 이장임명을 요구하는 추천서에 선거를 하지 않았다는 근거만 제시하면 이장으로 임명하겠다는 등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전완준 군수는 28일에 있은 화순읍민과의 대화에서 "이장선거로 인한 갈등으로 인해 규칙을 개정하게 됐다"며 "만약 하고 싶은 이가 다수이면 추천을 받아 읍면장이 주민의견을 수렴해 임명할 계획으로 이장선거는 안 된다"고 못박았다.

 

이와 관련 화순읍이나 한천면, 북면은 "선거는 절대로 안 된다"는 입장이다. 동면이나 청풍면은 "선거를 통해 선출해도 임명하겠다"는 입장이다.

화순읍은 "개정된 규칙은 선거를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며 "선거를 통해 이장을 선출, 임명을 요구하면 임명하지 않을 것으로, 다수후보 경합시에는 선거를 하지 말고 읍장에게 후보 전원을 추천하라"는 입장이다.

 

한천면의 입장도 같다. 김재홍 한천면장은 "선거를 못하도록 유도하고 있으며, 마을에서 선거를 하고 이를 감추려 해도 정보를 입수하고 있어 다 안다"며 "이장임명은 읍면장의 직권으로 누가 적임자인지는 읍면장이 알아서 판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병택 북면장은 "마을주민들이 합의해 추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다수가 경합시에는 선거를 하지 말고 후보자 전원을 그대로 추천토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반면 동면이나 청풍면은 "선거를 통해 선출하고 임명을 요구해도 임명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동면의 경우는 이같은 확답을 받고 최근 마을총회에서 이장선거를 치룬 마을도 있다. 

 

장만식 동면장은 "선거실시여부에 대해 강제하지 않을 것이며, 선거를 하든 합의추대를 하든 마을에서 1명을 추천하면 추천한 인물을 즉시 이장으로 임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마을에서 선거를 않고 다수를 추천하면 추천자 중에서 적임자를 임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염필환 청풍면장은 "대부분 마을에서 이장선거를 하고 있다"며 "마을에서 선거를 통해 1명을 추천하면 이장으로 임명하겠다"고 밝혔다.

 

류시춘 이양면장은 "상황이 돼 봐야 알겠다"며 "만약 선거를 통해 이장을 선출해 임명을 요구하면 합의를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선거결과를 놓고 뒷북이나 치겠다는 뜻이다.

 

임영님 능주면장은 "선거를 통해 선출했다고 해도 추천서에 총회회의록 등을 첨부토록 해 '합의를 통해 선출했다'는 근거만 제시되면 선거를 했든 합의를 했든 개의치 않고 이장으로 임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내부적으로 선거를 했다는 것까지 간여하지는 않겠다"고 덧붙였다. 주민들의 이장선출 과정에 모른척하고 주민들이 회의내용을 속이고 임명을 요구하더라도 속아주겠다는 모양새다. "능주면에서는 선거를 하는 마을은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일부 읍면장은 "지역의 특성상 이장직을 기피하는 곳도 있다"며 선거를 통해 선출된 이장의 임명여부와 관련해서는 "상황이 돼봐야 알겠다"는 모호한 입장을 취했다.

 

읍면장들의 각기 다른 입장은 결국 마을 주민들이 선거를 통해 이장을 선출했더라도 읍면장의 의지에 따라 임명 여부가 갈린다는 것이어서 또다른 논란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디지탈화순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화순, #전완준, #화순 이장, #이장 임명, #이장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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