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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안상수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당사에서 '룸살롱 자연산' 발언 파동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하며 머리숙이고 있다.
▲ 안상수, '자연산' 파문 대국민 사과... 사퇴는 안해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당사에서 '룸살롱 자연산' 발언 파동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하며 머리숙이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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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26일 오후 3시 5분]

'보온병'·'룸사롱 자연산' 발언 등 잇달 설화로 비난 여론에 직면했던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가 결국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당 안팎에서 강하게 제기된 사퇴론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안상수 대표는 26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것이 부덕의 소치"라며 "어려운 시기 여당 대표로서 적절치 않은 발언과 실수로 큰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대표직 수행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안 대표는 "지난 며칠 간 반성의 시간을 통해 여당 대표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깊이 느꼈다"며 "앞으로 모든 일에 더욱 신중을 기하고 당을 화합시켜 집권 여당으로서의 막중한 책무를 다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더욱 진중하고 겸허한 자세로 국민들께 다가가 서민생활 경제 활성화를 위해 모든 힘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기자들 질문에도 침묵... "대표직 유지에 청와대 공감대"

짧은 사과 성명 낭독으로 기자회견을 마친 안 대표는 서둘러 기자실을 떠났다.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묵묵부답이었다.

안형환 대변인은 "안 대표가 청와대를 비롯해 각계의 조언을 듣고 직접 대국민 사과를 결심했다"며 "내일(27일)부터 정상적으로 당 일정을 소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핵심 당직자는 "안 대표가 당 대표직을 계속 수행하는데 청와대와 당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24일 이후 일정을 취소하고 칩거해 왔던 안 대표는 28일에는 사격훈련으로 연기됐던 육군 7사단 위문방문에 나서고 30일에는 서울의 한 양로원도 방문할 예정이다.

안 대표는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태 이후 그을린 보온병을 포탄이라고 말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지난 27일에는 예산안 날치기 후폭풍 와중에 여성 기자들과 식사자리에서 성형 하지 않는 여성을 '자연산'이라고 폄하해 당 안팎에서 강한 사퇴 압박에 시달려 왔다.

당내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는 "맨발로 지역을 뛰며 돌아다녔는데 한 방으로 끝났다"는 볼멘 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심상치 않은 여론에도 안 대표가 대표직을 유지하게 된 것은 '대안 부재론'이 강하게 작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당내 거취 논란 가라앉겠지만... 내년 4월 재보선이 시험대

임기가 1년 이상 남아 있는 안 대표가 물러날 경우 당헌당규상 다시 전당대회를 열어 새 대표를 뽑아야 한다. 하지만 전당대회가 다시 열릴 경우 차기 총선 공천권을 행사할 대표 자리를 놓고 친이(친이명박)계와 친박(친박근혜)계의 해묵은 계파 갈등이 표출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재오 특임장관이 당 대표에 출사표를 던질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또 대선 경쟁이 조기에 과열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좌파 주지' 발언과 '보온병 포탄' 발언 등에 대해서는 모르쇠하거나 연출 의혹을 제기하며 여론에 맞섰던 안 대표가 결국 이번에 고개를 숙인 것은 대안 부재 상황에서 어차피 맞을 매라면 빨리 맞고 사태를 조기 수습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날 안 대표의 대국민 사과로 거취를 둘러싼 한나라당 당내 논란은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 앉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불씨는 여전하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내년 4월 재보선이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현재 국회의원 재보선이 확정된 곳은 임태희 대통령실장의 지역구인 경기 성남 분당(을)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남 김해(을) 두 곳이다. 규모는 작지만 두 곳 모두 정치적 상징성이 큰 지역이라는 점에서 이명박 정부 임기 후반기 정국의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선고를 앞두고 있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서는 국회의원 1~2곳, 광역단체장 1곳이 더 추가될 가능성도 있어 여야의 명운을 건 대결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한나라당이 패할 경우 지도부 책임론을 면하기 어렵다는 점, 2012년 총선 승리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는 점에서 안 대표가 스스로 물러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미 당 내에서는 "연이어 구설수에 오른 안 대표 체제로는 2012년 총선을 치르기 힘들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당을 이끌어갈 리더십에 심각한 타격을 입은 안 대표로서는 재기를 위해서는 내년 4월 재보선 승리에 모든 것을 걸 수밖에 없게 됐다.

야당은 반발... "여 아나운서 비하 강용석 의원에 비해 불공정"

한편 안 대표의 사퇴를 요구해왔던 야권에서는 강한 반발이 터져나왔다.

민주당은 "말이 아닌 사퇴가 필요하다"고 반발했다. 차영 대변인은 "국민들은 반성이라는 립서비스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라며 "안 대표가 한나라당의 얼굴로 그대로 남아있다면 (여성 아나운서를 비하한) 강용석 의원에 비해 불공정하다"고 지적했다.

이춘석 대변인도 "당내에서도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지만 대안으로 노골적인 친이(친이명박)계 인사나 아니면 청와대와 각을 세울 인사밖에 없어 그대로 가겠다는 것"이라며 "이는 국민의 눈을 두려워하기 보다 자신의 영향력만을 중시하는 행태"라고 꼬집었다.

민주노동당도 대변인 논평을 통해 "안 대표는 좌파주지 발언, 보온병 발언에 연이은 자연산 발언으로 공당의 대표로서 최소한의 인격마저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잘못 했지만 자리는 못내놓겠다는 반성은 파렴치한 위선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태그:#안상수, #한나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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