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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오 경찰청장이 지난 10월 7일 오전 서울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조현오 경찰청장이 지난 10월 7일 오전 서울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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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족들로부터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고발을 당한 조현오 경찰청장이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 사실 여부와 관련 묘한 태도를 취했다.

26일자 <중앙일보> 일요판인 <중앙선데이>에 따르면, 조 청장은 "(차명계좌 발언은) 말실수라기보다 기동경찰 지휘요원을 대상으로 강의한 것"이라며 "진위여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조 청장이 논란의 핵심인 '차명계좌 사실여부'에는 입을 다문 셈이다. 하지만 '부인하지도 시인하지도 않는' 그의 태도는 '차명계좌는 사실'이라는 분위기를 풍기고 있어 또 다른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조 청장은 경찰청장에 오르기 전인 지난 3월 경찰관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유는 전날 거액의 차명계좌가 발견됐기 때문"이라는 취지로 발언했다.

몇 개월이 지나 이러한 사실이 드러나자 노 전 대통령의 유족들은 지난 8월 조 청장을 '사자에 대한 명예훼손 및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고발했다.

"말실수가 아니라... 언급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조 청장은 지난 24일 <중앙선데이>와 한 인터뷰에서 "(차명계좌 발언은) 말실수라기보다 기동경찰 지휘요원을 대상으로 3월 31일 강의한 것"이라며 "노동절, 5월 2일 촛불 2주기, 5․18, 노 전 대통령 서거 1주기를 앞두고 집회 시위관리를 잘해 달라고 얘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조 청장은 "그런데 본의 아니게 공개돼 큰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고 그 부분에 대해서 노무현 전 대통령, 권양숙 여사님을 비롯한 가족에게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여러 번 되풀이해서 했고 지금도 같은 심정"이라고 기존 의견을 되풀이했다.

조 청장은 특히 "진위 여부, 이런 거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그의 발언은 '말실수'가 아니라 '어떤 정보에 의한 발언'이라는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기자가 "실수거나 잘못된 정보에 의한 발언은 아니라고 믿고 계신 거네요"라고 응수하자, 조 청장은 "그게 아니라 내가 말하면 큰 물의를 불러일으킬 수 있죠"라며 묘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어 조 청장은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1인시위'와 관련 "문 실장에 대해 할 얘기가 많지만 얘기하지 않겠다"며 "이야기하면 더 큰 논란의 소지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이야기하지 않겠다"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조 청장은 "가까운 장래에도 본의 아니게 이야기할 그런 경우가 있을는지는 몰라도 순조롭게 모든 게 진행된다면 이야기를 않을 생각"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또한 조 청장은 '봉화마을을 방문해 사과하겠다'는 발언과 관련해서도 "그 문제에 대해서도 깊이 이야기 않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사과를 하려면 찾아가지 않고서 어떻게 사과가 될 수 있겠어요"라고 말했다.

"자기 말의 사실 여부는 회피하면서 '송구스럽다'고?"

하지만 지난 20일 검찰청 앞 1인시위에 나선 문재인 전 비서실장(현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조현오 청장은 (언론에 공언한 것처럼 봉하마을을 방문하거나 진심어린 사과의 뜻을 밝힌 적이 없다"며 "자기 말의 사실 여부는 회피하면서 '송구스럽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수준"이라고 조 총장의 태도를 꼬집었다.

문 전 실장은 "조현오 청장이 사과하겠다고 말한 것은 소환조사를 늦추기 위한 언론플레이였다"며 "이제는 조 청장이 사과해서 용서받을 수 있는 시간은 지났다"고 '강경론'을 드러냈다. "조현오 청장을 소환조사하지 않으면 검찰청 앞에 거적을 깔고 눕겠다"고도 했다.

문 전 실장은 "전직 대통령의 죽음을 터무니 없는 발언으로 능멸하고 모욕해서 전직 대통령 유족들이 형사고소했는데 넉달이 지나도록 피고소인 소환조사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법치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조 청장의 소환조사를 촉구했다.


태그:#조현오, #노무현 차명계좌 발언, #문재인,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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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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