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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5일 시작해 25일간 현대자동차 울산1공장에서 점거농성을 벌인 현대차 정규직노조가 농성을 해제한 지 25일로 16일이 지났다.

농성 기간 하루 김밥 한 줄 제대로 못 먹고, 살을 에는 추위도 견뎌내던 비정규직 조합원들이 농성장을 내려온 건 "회사와의 교섭에서 법원 판결대로 정규직화를 인정받겠다"는 희망을 가졌기 때문이다. 과연 그들은 현재 무엇을 하고 있고, 교섭은 어떻게 진행되어 가고 있을까.

현대차 울산1공장에서 점거 파업을 벌였던 비정규직노조가 농성 당시 농성장으로 올라가는 입구에서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고 있다
 현대차 울산1공장에서 점거 파업을 벌였던 비정규직노조가 농성 당시 농성장으로 올라가는 입구에서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고 있다
ⓒ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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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전 없는 협상, 우려되는 조합원 체포

농성이 해제된 후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조합원들은 일단 현업에 복귀한 상태다. 공장 앞에 농성장을 차리고 가족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던 가족대책위도 집으로 돌아갔다. 이들 모두는 노조 대표단과 회사 측의 교섭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 하청업체, 금속노조, 정규직노조, 비정직노조 등 5개 주체가 진행하는 협상은 예견했던 대로 지지부진한 상태다. 회사측이 조합원 대상 고소고발과 거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해 놓은 상태며 비정규직노조는 정규직화 외는 물러설 길이 없기 때문이다.

성탄절을 이틀 앞둔 지난 23일. 현대차 비정규직과 그 가족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날아들었다. 창원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허홍만 부장판사)가 2009년 2월 선고한 원심을 뒤엎고 회사측의 불법파견 혐의를 인정, GM대우차 전 사장 데이비드 닉 라일리 씨와 협력업체 대표 6명에게 벌금형을 선고한 것.

25일간 농성의 도화선이 됐던 지난 7월의 현대차 비정규직의 대법원 판결과 11월 고등법원의 판결은 모두 정규직화를 인정한 것이었다. 여기다 다시 GM대우차 비정규직과 관련해 내려진 불법파견 인정 판결은 현대차비정규직에게는 희망적인 메시지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판결 다음날인 24일 비정규직들에겐 좋지 않은 소식이 연이어 날아들었다. 비정규직노조 시트1공장 전태곤 대표가 이날 시트공장 인근에서 사복경찰들에게 체포돼 중부경찰서에 구금된 것.

그에게는 이미 체포영장이 발부돼 있었다. 그는 잔업거부만을 결의한 현대차비정규직노조가 전격 점거 파업을 시작한 계기가 된 11월 15일의 시트공장 폭행 진압과정을 기자회견장에서 생생히 증언("쇠볼트 넣은 목장갑으로 타격...조끼만 입으면 때려")한 인물이다.

그와 함께 이번 점거 농성 파업을 벌이던 노조 간부 18명에게도 체포영장이 발부돼 있고, 그들은 농성을 해제한 후 현재까지 현대차 울산공장 내 비정규직노조 사무실앞에서 천막을 치고 여전히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까지는 차마 체포하지 못하고 있다.

좋지 않은 소식이 또 있었다. 1공장 점거파업이 시작된 후 3공장에서 대체인력 투입을 저지하려다 11월 17일 경찰로 연행된 비정규직노조 장병윤 3공장 대표가 속전속결 재판으로 이날 2년의 징역형을 구형받은 것.

그는 11월 17일 경찰로 넘겨진 후 11월 19일 구속영장이 발부됐었다. 더 안타까운 소식은 지난 12월 17일 울산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그를 면회하기 위해 어머니와 함께 경기도 양평에서 울산으로 내려오던 그의 형이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숨진 것. 그의 어머니는 부상을 입었다.

가족들, 애타는 심정...우울한 연말

25일의
농성 기간 중 현대차 울산공장 정문 앞에서 천막농성을 이어가던 가족들은 집으로 돌아왔지만 현재 초조하고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한 달간 파업으로 금전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물론 교섭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애를 태우고 있는 것.

가족들은 처음 농성이 시작된 후 몇일 간은 서로 바라보면서 울기만 했다고 한다. 그러다 "우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고 뜻을 모아 공장 앞에서 천막을 치고 동조 농성을 시작해 가족들을 응원했던 것.

가족대책위 현미향씨는 25일 "비정규직 아들을 둔 어머니 몇 분은 농성장에서 굶고 있을 자식 생각에 식사를 하지 않고 울기만 했었다"며 "가족농성장에 있던 젊은 가족들도 많이 울었다"고 회상했다.

무엇보다 힘든 것은 금전적인 고통. 겨울나기가 버급다고 한다. 빚을 내 생활하는 가족도 있다고 현미향씨는 전했다.

그는 "일부 언론에 '현대차비정규직 연봉이 4천만원'이라는 기사가 난 것을 보고 가족들이 화가 나고 억울했다"며 "비정규직으로 7~8년 근무한 가족이 월급 명세서를 공개하고 항의해도 그런 기사가 이어지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농성장에서 들어보니 고향에 계신 부모님들이 이웃에게 자기 자식이 비정규직이라는 말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며 "비정규직 가족으로 산다는 것이 너무 힘들다. 이번에 꼭 잘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현대차 정규직노조 내 현장조직인 '제2민주노조운동' 하부영 대표는 "비정규직노조는 현대차 원청과의 투쟁보다 정규직노조와의 연대와 지지가 더 어렵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눈물을 머금으며 농성장을 내려왔다"고 말했다.

그는"'노조가 노조를 못 믿느냐'는 정규직 지부장의 원망과 질타를 있는 그대로 의심없이 받아들이기로 결정한만큼, 정규직노조를 믿고 내려왔으니 이제부터는 정규직노조가 연대의 수준을 뛰어넘어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며 "이제 정규직노조는 중재자가 아니라 당사자이며 책임자로서 불법파견 문제 해결의 주체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현대차 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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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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