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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평전통시장에서 닭강정의 달인을 꿈꾸는 ‘삼오치킨’ 주인장 최수광(71ㆍ왼쪽), 김순옥(62) 부부.
 부평전통시장에서 닭강정의 달인을 꿈꾸는 ‘삼오치킨’ 주인장 최수광(71ㆍ왼쪽), 김순옥(62) 부부.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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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와 서울 등지에서 공수해온 국내산 우수 품종의 생닭이 가게에 막 도착했다. 기름기와 살이 조화롭게 섞여있는 닭은 140도 가까운 기름에서 순식간에 튀겨진다. 튀겨진 닭은 뻘건 소스(양념) 바다로 풍덩 빠진다. 그 순간 하얀 닭 껍질이 소스와 어울려 오묘한 질감을 가진다. 다리, 가슴살, 똥집, 모래집, 날개 등으로 분리돼 완성된 닭강정이 이내 먹음직스러운 자태를 뽐내며 탁자 위에 놓인다. 닭강정이 고객의 입으로 들어가기 전까지의 과정을 묘사한 풍경이다.

21일, 부평전통시장 한가운데 위치한 '삼오치킨' 주인장 최수광(71)·김순옥(62)씨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호흡을 척척 맞춰가며 닭강정을 만들고 있다. 부인 김씨는 주로 판매와 튀김, 그리고 튀긴 닭을 양념과 섞는 역할을 한다. 남편 최씨는 공수해온 생닭을 다듬고 씻고 가루를 묻히는 과정과 경영 전반을 책임진다.

평범한 장사꾼에서 닭강정 달인으로

 “할머니, 맛있게 만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할머니, 맛있게 만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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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광씨는 충남 당진 출신으로 1964년에 이곳 전통시장에 정착하기 시작했다. 어려서부터 어머니와 함께 장사 수완을 익힌 터라 장사에 대해서만큼은 누구보다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그도 처음엔 그리 쉽지 않은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고, 이후 업종을 바꿔 지금의 닭강정 판매에 뛰어들었다.

"워낙 열정적으로 일하는 것을 좋아했기에 원칙과 소신을 가지고 업종을 바꿔 시작했지요. 차츰 손에 익고 안정이 돼갈 때 쯤 체인점 문의도 쇄도하고 그랬지만, 아직 내가 만든 닭 맛이 경지에 올랐다고 판단되지 않아 거절했어요. 이후 손님을 더 끌어 수익을 낼 수도 있었지만 진정한 참 맛을 고객에게 전해주고 싶어 소스(양념)개발에 모든 시간을 투입해갔습니다"

최씨는 이후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맛있기로 소문난 닭강정 집을 모조리 찾아 시식해본다. 마치 영화 '식객'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무려 10여 년의 세월을 그렇게 보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듯 그의 이러한 노력 덕분인지 드디어 손님들의 입맛에 맞는 소스를 개발해 그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맛을 탄생시켰다.     

"소스개발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손님들께서는 연신 맛있다고 과한 칭찬을 보내주시지만 여기서 안주하면 또다시 관성화될 수밖에 없기에 다시 처음의 원칙을 갖고 연구하고 있지요. 값은 일정하지만 양질의 음식을 제공하고, 정직한 맛으로 보답해드리는 게 장사꾼의 소명의식이 아닐까 합니다"

최씨네 가게는 하루 150명까지 찾을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룬다고 한다. 닭을 기준으로 했을 때 최소 150마리 이상 판매되는 것이다. 닭 값도 참 정직하다. 5000원과 1만원짜리 두 가지 뿐이다. 양도 적지 않으며, 때론 덤까지 얹어준다. 이 때문에 최씨네 닭강정을 한 번 맛본 사람은 어느 지역에 살든 꼭 다시 찾아온단다. 요즘에는 기업이나 단체, 관공서, 학교 등에서 단체로 주문해 행사가 집중되는 날이면 정말 눈코 뜰 새 없다.

정육점을 운영하기도 했떤 최씨는 닭을 고를 때도 대충하는 법이 없다. 국내산 닭을 고집할 뿐 아니라, 부위별 청결상태도 눈으로 확인하고 까다롭게 선별한다. 한번은 한 고객이 뼈 없는 닭을 판매하면 어떻겠느냐고 했는데, 그러면 어쩔 수 없이 수입제품을 쓸 수밖에 없다며 단번에 거절했단다. 그는 시중에 나오는 뼈 없는 닭은 대부분이 수입에 의존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고 말해줬다.

 생닭이 140도의 기름 속에서 바싹 튀겨진다.
 생닭이 140도의 기름 속에서 바싹 튀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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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튀겨진 닭고기는 바로 뻘건 소스에 풍덩 빠진다.
 튀겨진 닭고기는 바로 뻘건 소스에 풍덩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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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색깔만큼이나 맛 좋게 완성돼 나온 닭강정의 모습. 어른에게는 매콤하게 먹으라고 청양고추를, 아이들에게는 깨를 뿌려주는 센스도 잊지 않는다.
 색깔만큼이나 맛 좋게 완성돼 나온 닭강정의 모습. 어른에게는 매콤하게 먹으라고 청양고추를, 아이들에게는 깨를 뿌려주는 센스도 잊지 않는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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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의 입에 들어가는 음식인데 함부로 만들 수는 없잖아요. 기름도 매번 새 것으로 교환하고, 가루도 가장 좋은 걸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뭐 꼭 알아달라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하는 것도 정말 쉬운 일은 아니거든요. 저는 맛에 있어서만큼은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15년이 지났지만 고객들이 한결 같이 인정해주는데 그걸로 확인된 것 아닐까요(웃음)"

최씨는 거듭 강조한다. "우리 집 닭만큼은 금방 식어도 맛있고, 하루 지나도 맛있고, 여행·면회·잔치에 쓰여도 그 맛이 변치 않습니다. 대기업 제품의 '통큰' 그것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것이지요"

오전 8시 30분에 문을 열어 오후 8시 30분에 문을 닫는 꼬박 12시간의 중노동이지만, 열정과 정직이 몸에 베여 있기에 하나도 힘이 들지 않는다고 그는 덧붙였다. 비록 허름하고 비좁은 시장 한복판의 가게이지만, 맛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는 최씨는 이미 닭강정의 장인으로 우뚝 서 있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부평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부평시장 닭강정#삼오치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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