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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김정훈 부산시당위원장이 16일 부산 범어사를 방문, 정여 주지 스님로부터 천왕문 화재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김정훈 부산시당위원장이 16일 부산 범어사를 방문, 정여 주지 스님로부터 천왕문 화재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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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안 통과 과정에서 '템플스테이' 예산 등이 빠진 것과 관련 불교계측이 불편한 심기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 등이 화재가 난 부산 범어사를 찾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그러면 (불교계가)오합지졸이 될 수밖에 없다"고 해당 사찰을 질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5일 밤 범어사 천왕문이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로 소실됐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와 서병수 최고위원, 김정훈 부산시당 위원장, 허원제 의원은 16일 낮 12시 30분경 범어사를 방문해 주지 정여 스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점심 공양을 했다.

이 자리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은 "총무원장 스님께서 화난 거 충분히 이해한다, 우리가 잘 못한 일이니 용서해 줄 때까지 조용히 기다리겠다", "어떤 방법으로든지 예산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겠다", "예산통과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빨리 안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조계종은 예산안 처리과정에서 '템플스테이 예산'이 빠진 것으로 전해지자 한나라당 의원들의 사찰 출입을 허용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범어사는 이런 조계종 지침을 어기고 김무성 원내대표 등 한나라당 의원들을 출입시킨 것.

"김무성 대표 등에게 덕담을 한 것 그 자체가 문제"

<불교포커스>에 따르면, 이탈리아와 로마교황청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자승 스님은 17일 오전 중앙종무기관 회의에서 "그러면 오합지졸이 될 수밖에 없다"며 "범어사 천왕문 화재를 빌미로 찾아온 김무성 대표 등에게 덕담을 한 것은 그 자체로 문제다, 그런 것들이 안 된다면 총무원이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외로운 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승 스님은 "종무행정 지침이 잘 이행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어느 본말사라도 정부 여당 관계자가 찾아와 '어려움이 없나' '뭐 도와 드릴 것이 없나' 하는데 이렇게저렇게 불사를 도와달라고 한다면 오합지졸이나 마찬가지"라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자승 스님은 ""전국의 본말사와 각계의 인연을 총동원해서 종정예하를 비롯해 원로의원 스님, 본 말사 주지스님을 찾아와 종단이 정책적인 힘을 약화하려 한다면 과감하게 물리쳐야 한다"며 "'이 기회에 불사 한 번 해보자'하는 생각으로 생각 없이 덕담을 던져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템플스테이 예산과 관련해, 자승 스님은 "템플스테이 운영사찰의 입장이 중요하다"면서 "각 사찰의 템플스테이 전담직원이 장기적으로 어려움이 있을 수 있지만 마음만 먹으면 불교가 본래 해오던 대로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자승 스님은 "강하게 치고 나가는 것이 아니라 길게 간다는 생각으로 불교가 한목소리를 내는 기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16일 오후 범어사를 방문해 정여 스님을 만나 화재 대책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저녁 공양을 나눴다.

한편 부산 금정경찰서는 범어사 천왕문 방화사건에 대한 수사를 계속 벌이고 있다. 경찰은 CCTV에 찍힌 방화 용의자의 사진을 담은 전단지를 배포하고, 현상금(1000만 원)도 내걸었다. 아직 뚜렷한 단서를 찾지 못한 경찰은 사찰 38대 CC-TV 촬영 자료를 확보해 수사를 벌이고 있으며, 등산로와 유류판매소에 대한 탐문 수사를 벌이고 있다.


태그:#범어사, #대한불교 조계종,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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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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