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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새노조(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가 14일, 청와대가 한나라당의 예산안 단독처리 가능성을 사전 인지했음을 보여주는 문건을 공개했다. 청와대는 "일반론적인 얘기를 부풀려서 해석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KBS 새노조는 '정치외교부 보고(2010.12.3)'라는 제목의 문건을 공개했다. 문건은 KBS 청와대 출입기자가 3일 취재원인 정진석 정무수석과 김연광 정무1비서관과 나눈 대화를 정리해 사내 통신망에 보고한 내용이다.

 

"6일 예산 단독처리" 보고 "일반론적인 언급일 뿐"

 

문건에 따르면, 김 비서관은 "국회는 오늘 국방장관 후보자 청문회 하고 오는 6일 예산 처리하면 정리될 것 같다"며 "예산은 야당이 거세게 반대하기 때문에 단독으로 처리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되어 있다.

 

새해 예산안은 청와대의 전망과 달리 6일이 아닌 8일에야 단독 처리됐지만, 여당의 단독 처리가 청와대와의 교감 속에 이뤄진 게 아니냐는 야당의 주장과 부합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한나라당 원내지도부가 공개석상에서 '6일 예산안 처리'를 언명해 온 만큼 문제의 정보보고가 "청와대가 예산안 처리의 배후"라는 주장을 뒷받침하기에는 미흡하다고 볼 여지도 있다.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는 전날(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앞으로라도 합의된 일정에 따라서 여야가 정해놓은 12월 6일에는 예산안이 반드시 처리되도록 정상적인 국회 운영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 비서관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KBS 기자와 전화 통화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정치부 출입기자라면 다 아는 일반론을 얘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문건에 언급된 6일에는 예산안 처리하기로 예결위 일정이 이미 잡혀 있었다. 실제로 본회의 처리는 8일에 하지 않았냐? '야당이 반대하니 단독으로 처리해야 할 것 같다'고 한 것은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야당의 반대 없이 단독처리 안한 적이 없었다는 일반론을 얘기한 것이다. 정무1비서관의 입장에서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는 얼굴 보기도 힘든 사람이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연락 정도 하는 관계이지, 무슨 지침 내리는 관계가 아니다."

 

<추적 60분> 4대강편 보류에도 영향?... "그런 일 없다"

 

또한 KBS 문건에는 정무1비서관이 "수신료 분위기가 안 좋다. 물가 등 얘기 나온다"며 "거기에다 홍보 쪽은 물론이고 김두우 기획관리실장도 KBS가 천안함에 이어 경남도 (4대강) 소송 관련 <추적60분>을 하는 등 반정부적 이슈를 다룬다며 KBS가 왜 그러냐고 부정적인 보고를 했다. 그런 분위기도 참고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한 내용이 담겨 있다. 청와대 정무수석도 KBS 기자에게 "수신료 인상 문제, 물가 부담 때문에 좀 어려울 것 같은데…. 여기(청와대) 기류가 좀 그래"라고 말했다고 한다.

 

KBS는 8일 방송 예정이었던 <추적60분> '4대강' 편의 보류 결정을 내렸는데, 청와대의 부정적인 기류가 방송에 영향을 줬다는 것이 KBS 새노조의 주장이다.

 

KBS 새노조는 "이 같은 내용은 곧바로 정치부장을 통해 사측 간부들에게 전해졌고, 이 시점에서 사측은 곧바로 추적 60분에 대한 불방 검토에 착수했다"며 "사측은 청와대 외압의 실체를 낱낱이 고백하고 관련 책임자들은 스스로 물러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청와대 김 비서관은 "국회에 대한 얘기는 했지만, 수신료 얘기는 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 비서관은 "나는 TV를 안 본 지 벌써 10년이 넘은 사람이다. <추적60분> 천안함 편도 본 적이 없고, KBS 수신료 문제는 나의 소관사항이 아니다"고 보고 내용을 부인했다. 김 비서관은 "노조 주장대로라면 내 말 한 마디에 KBS가 화들짝 놀라서 <추적60분>을 취소했다는 얘기인데, 청와대 일개 비서관이 그렇게 힘 있는 자리냐"고 반문했다.

 

또한 김 비서관은 "1주일 만에 노조 손에 정보보고가 들어간다면 앞으로 KBS 기자들 전화를 받을 수가 없다"며 "기자의 정보보고를 이런 식으로 공개해 버리는 것은 언론기관으로서 KBS의 자해 행위나 다를 바 없다"고 노조를 비난했다.


#KBS#김연광#정무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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