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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시장의 대표 공약이었던 한강르네상스 사업. 이 사업의 꽃인 잠수교 남단의 인공섬 '한강플로팅 아일랜드'에 지난 12일 불이 났습니다. 공사 도중 일어난 불은 발전기와 스티로폼 등을 태우고 자체 진화로 15분 만에 꺼졌습니다. 그러나 화재 때 발생한 연기때문에 현장 시민들이 대피하고, 주변도로가 극심한 정체현상을 빚는 등 소란이 벌어졌습니다. 

 

발전기 과열로 생긴 불이 인근 스티로폼에 옮겨 붙어 발생한 화재라는데, 하루 7000명이 이용할 것으로 계획된 시설에서 속수무책의 화재가 발생한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향후 운영 과정에서 비슷한 사고가 발생한다면, 참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화재로 인해 서초소방서에서 13대 소방차와 70여 명의 소방관이 출동했고, 용산경찰서 등에서 50여 명의 경찰관이 왔지만,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도착에도 시간이 많이 걸렸고, 무엇보다 한강 수상에 떠 있는 구조물에서 발생한 화재라 정부의 소방 장비와 인력이 화재 현장에 접근조차 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는 이후에 시설이 완공되어 운영하다 사고가 나도 마찬가지로 육상의 장비들로는 지원이 어렵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에 대해 서초소방서는 추후 화재시 소방정으로 진압할 예정이라고 밝혔고 사업자는 두 개의 출입로, 옥상, 차단막 등으로 대책을 세우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두 개뿐인 출입구의 폭이 2m도 채 되지 않고, 거대한 공연 및 각종 엔터테인먼트 시설을 차단막이나 옥상대피 정도의 수준으로 안전관리 하겠다는 것은 불안하기 짝이 없어 보입니다.

 

플로팅 아일랜드, 화재와 홍수에 대비책 있나?... 수익성도 의문

 

오세훈 서울 시장은 '디자인 시장님'답게 플로팅 아일랜드에 '한강의 꽃'이라는 주제로 3개 테마의 첨단 디자인을 도입하고 섬 둘레에 짱짱한 야간 조명을 설치한다는 그럴듯한 계획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한나라당이 다수였던 지난 의회에서 안전성이나 수익성에 대한 검토는 거의 생략되다시피 한 채로 사업추진이 의결됐습니다. 3개의 인공섬 전체 규모(9209m², 약 2785평)는 서울 잔디 광장(1904평)의 1.5배에 이른다고 하네요. 이렇듯 거대한 구조물을 강에 띄우다보니 여러모로 우려가 많았습니다.

 

플로팅 아일랜드에 대해 부정적인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문제는 홍수 발생 시 대형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관동대학교 박창근 교수(토목공학)는 플로팅 아일랜드 제2섬을 한강에 띄울 당시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홍수 때 연결 체인이 끊어지면 인공섬이 옆 동작대교에 부딪쳐서 구조물이 무너지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으며, 거대한 3개 인공섬의 물 흐름 방해로 인근지역의 홍수 위험성"을 우려한 바 있습니다. 인제대 박재현 교수(토목공학) 역시 같은 기사에서 "10여 년 전 한강 유람선 바지선이 홍수 때 떠내려가 마포대교와 부딪쳤고, 이로 인해 교각이 무너질까봐 교통대란이 벌어졌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또, 서울시는 사업비로 들어간 960억 원이 모두 순수 민간자본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 또한 사실과는 거리가 먼 듯합니다. 사업자인 '소울플로라(Soul Flora) 컨소시엄'에 서울시 투자기관인 SH공사가 29.9%의 지분을 출자하고 있고 (효성 47%, 진흥기업 11.5%), 반포 공원의 주차장 등이 기반시설로 이용될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마곡지구와 지천운하 등으로 십수조 원의 부채를 갖고 있는 SH공사가 뚜렷한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은 인공섬 사업 투자에 참여하게 된 계기와 타당성 등은 입증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SH공사의 재정건전성 악화는 서울시 재정악화로 연결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강이라고 하는 공적 공간을, 세금까지 지원해가며 사기업에 넘긴 이번 사업은 대통령 사돈기업인 효성그룹과 진흥기업을 돕기 위한 이유가 아니라면 강행해야 할 이유를 찾기 어렵습니다. 

 

'환경시장님'이라더니 풀 대신 콘크리트... 사고엔 어떻게?

 

안전도 문제지만 7000명이 사용하는 시설이 강 한가운데 들어서면 이들이 이용하는 교통, 편의시설에 의한 오염은 불가피하고 소음, 빛공해 등 한강생태계가 짊어져야 할 부담 역시 자명합니다. 또한 이번 사고에서 소화액 등이 한강에 흘러들어갔던 것처럼 사고에 의해 한강이 오염되는 사태에 대해서도 대책이 부재한 상황입니다.

 

서울시는 평상시에 자체 오수처리 시설 등을 구비하겠다고 주장하지만 문제는 사고입니다. 1990년 구미공단 두산전자 페놀사고도 말 그대로 '사고'에 의한 유출이었고, 1986년 라인강 최상류인 스위스 바젤에 있는 제약회사 산도스에서 독극물질이 대량으로 유출돼 국제적인 문제가 됐던 것도 화재 때문이었습니다. '한강의 꽃'이라는 테마로 만들어지는 인공섬을 보면서 '콘크리트와 철골구조물 대신 한강에서 자연스럽게 피어나는 풀과 꽃을 볼 수는 없는 걸까'하는 생각과 함께 씁쓸함이 몰려옵니다. 

 

막무가내로 사업을 밀어 붙여 되돌리기 어렵게 하는 요즘 정치인들의 행태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돈 이만큼 들였고, 이만큼 완성했는데 이제 와서 반대하려고?'하는 듯한 배째라식 행정은 이제는 관행으로까지 굳어지는 듯 합니다. 지금이라도 한강 플로팅 아일랜드 사업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를 진행해야 하며, 안전과 환경 관련 대책이 보완되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시민들에게 플로팅 아일랜드의 실체를 밝히고 합리적인 해법을 모색하는 것이 앞으로의 피해를 줄이는 방법이 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서울환경연합 논평을 기본으로하여 작성되었습니다.


태그:#한강르네상스, #플로팅아일랜드, #오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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