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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한미FTA 추가협상 결과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한미FTA 추가협상 결과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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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7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이하 외통위) 보고에서 "우리가 2007년 협상에 비해 경제적으로 양보해야 할 규모가 커졌다는 점을 인정하느냐"는 홍정욱 한나라당 의원의 질문에 "그렇게 볼 수 있다"고 답했다.

이번 재협상 이후 김 본부장 등 정부가 '이익균형'을 이뤘다고 강조해온 것과 달리 경제적 효과가 줄어들었다고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김 본부장은 이날 보고에서도 전반적으로 '이익균형을 이뤘다'고 강조하면서도 "한미FTA 비준안이 발효되면 큰 그림에서는 윈윈"이라는 태도를 보였다.

외통위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김 본부장이 "일점일획도 고치지 않겠다"며 재협상 가능성을 부정해온 것에 대해 한 목소리로 비판했고, 김 본부장도 이에 대해 사과했다. 그러나 협상 내용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한나라당이 긍정적, 민주당이 비판적 평가를 내리는 가운데, 한나라당의 홍정욱·구상찬 의원은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김효재 한나라당 의원은 "재협상이 악이냐"면서 "국가간 약속은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부품관세 장벽을 허물었고, 비록 미국의 요구에 의한 것이었지만 완성차의 미국 수출에 제동을 건 것은 괜찮다고 본다"면서 "자동차공업협회 소속 인사도 신문칼럼에서 이 협상안을 통과시켜달라고 했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김영우 의원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도 재협상을 통해 연기했는데, 국익을 위해서는 재협상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00% 순수한 경제통상이라는 것은 없는 것이며, 한미동맹이 중요하고 지금같은 안보위기 상황에서는 그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충환 의원 역시 "국내 자동차업계나 양돈업계, 제약업계가 다 긍정적이라고 하고 미국도 성공적이라고 보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윈윈 아니냐"고 물었다. 김 본부장은 "자동차 분야 수출은 우리가 관리해야 할 정도로 잘 나가고 있다"고 답했다.

홍정욱 "지난 번처럼 밀어붙이기 하면 동참 못해"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한미FTA 추가협상 결과에 대한 의원들의 질타에 고개를 숙이며 눈썹을 만지고 있다.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한미FTA 추가협상 결과에 대한 의원들의 질타에 고개를 숙이며 눈썹을 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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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홍정욱 의원은 "이익의 균형에서 아쉬움이 남고, 재협상이라는 안 좋은 선례를 남겼으며, 협상시점도 미묘하고 국민 소통에도 문제가 있었다"면서 "뱉어낼 수 없지만 삼키기에는 참 쓰다, 여당의원으로서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꼭 연평도 사건으로 서해에서 한미연합훈련을 하고 있는 불리한 시점에서 FTA 재협상을 해야 했느냐는 지적이다. 그는 "지난 번처럼 밀어붙이기로 하면 동참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본부장은 '이번에도 우리가 미국보다 앞서 선비준을 추진할 것이냐'는 홍 의원의 질문에 "미국의 흐름을 봐야 하기 때문에 지금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구상찬 의원은 "FTA 협상에서 왜 비자 이야기가 나오느냐, 협상에서 따온 게 모자르니 이거라도 넣은 게 아니냐는 인식이 나온다"고 말했다. 정부가 미국 내 지사파견 근로자에 대한 비자(L-1) 유효기간 연장을 성과물로 제시한 것에 대한 지적으로, 김 본부장은 이에 대해 "그것까지는 생각 못 했는데, 다른 테이블에서 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답했다.

구 의원이 "논란이 되고 있는 투자자국가 소송제도(ISD)에 대해서 왜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느냐"며 "협상의 특별한 잘못"이라고 지적하자, 김 본부장은 "미국도 이에 대해 수정을 요구하지 않았고 우리도 언급할 필요가 없었다"며 "우리나라 기업이 외국에 투자하는 금액이 많아서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고 말해 새로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김종훈 "투자자 국가소송제, 반드시 필요한 제도" 강조해 논란 예고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한미FTA 추가협상 결과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를 경청하며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한미FTA 추가협상 결과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를 경청하며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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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제도는 외국에 투자한 기업이 상대방 국가의 정책으로 이익을 침해당했을 때 해당 국가를 국제 중재기관에 제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한미FTA의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꼽혀왔으며, 지난 2006년 법무부에서 법리 검토를 통해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미 편중외교의 결과물이라며, 김 본부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등 맹공을 가했다.

김동철 의원은 "재협상안이 이대로 통과되면 우리는 국제사회의 봉이 된다"며 "천안함 사건, 북한의 연평도 도발을 상쇄시키기 위한 한미연합훈련으로 미국의 요구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은 상황에서 한미FTA 재협상을 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명박 정권의 대북 강경책과 대미 편중외교의 필연적 결과가 터무니없는 대미 퍼주기로 나타났다"면서 김 본부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김 본부장은 "3년 이상 근무했고, 자리 때문에 책임회피할 생각은 없다"고 답했다.

정동영 의원도 1876년 병자수호조약 때 일본의 무장력 앞에서 불평등조약을 맺은 사실을 상기시킨 뒤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가 서해에 와 있는, 미국에는 가장 유리한 시점이고 우리는 가장 불리한 시점을 선택한 것은 국익을 퍼주러 가겠다고 작심하지 않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김 본부장에게 "영혼이 있는 외교관이냐"고 몰아붙였다. 김 본부장은 "지적하는 것은 좋지만 구체적인 예를 들어서 해달라"고 맞섰다.

2007년 FTA 협상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이었던 송민순 의원은 "우리 국민들에게 한미관계 불평등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한미관계에 문제가 발생했는데 이번에 그런 우려가 든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거의 모든 의원들이 제기한 쇠고기 문제와 관련해서는 "이번 협상에서 전혀 거론되지 않았고 이후에도 논의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태그:#김종훈, #한미F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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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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