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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연평도 포격에 묻혔던 국무총리실과 청와대의 불법 사찰 스캔들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청와대의 대포폰 사용과 직접 사찰설을 폭로해 온 이석현 민주당 의원은 7일 사찰 의혹을 추가로 공개했다. 이창화 전 청와대 행정관의 '박근혜 사찰' 의혹과 공직윤리지원관실 원충연 전 사무관 수첩 사본 7쪽이 함께 공개된 것이다.

 

이번에 거론된 사찰 대상은 주로 공기업 사장이나 정부 산하기관장, 노조 및 진보적 사회단체에 집중돼 있어 총리실의 사찰이 여야 정치권은 물론 우리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자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사찰의 윗선으로 의심되는 '2B'라는 표현도 등장해 주목을 끈다.

 

임기 남은 기관장 몰아내려 전방위 사찰

 

원 전 사무관의 수첩에는 이명박 정권 출범 초기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공기업 사장 및 정부 산하 기관장, 임원 등에 대한 광범위한 사찰을 자행하고 사퇴를 압박한 정황이 자세하게 담겨있다. 수첩이 작성된 당시는 이명박 정부가 전 정권에서 임명된 인사들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에 나섰던 시기와 겹친다.

 

수첩에는 먼저 이세웅 전 대한적십자사(한적) 총재에 대한 내용이 자세하게 나와 있다. '다른데(청와대 민정수석실)서도 조사하고 있으니 좀 더 빠르게 조사하고 이중플레이를 해야 한다', '2B 입장에서 조금 더 정확한 자료를 원한다'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이중플레이는 민정수석실 쪽에 (공직윤리지원관실 보다) 덜 상세하게 보고한다는 뜻이고 2B는 사찰 지시자로 의심되는데 이영호 청와대 비서관으로 추정된다"는 설명(이석현 의원)이다.

 

수첩에는 또 '노조가 반발할 가능성이 있지만 총재가 버티기는 어려울 것', '반발이 있어도 관철해야 한다'는 등 사퇴 압력을 거론한 대목도 있다. 실제 이 전 총재는 이 메모가 작성된 지 한 달 후인 2008년 9월 총재직을 사퇴했다.

 

수첩에는 특히 '사회수석이 보고 받은 후 다른 이야기가 없었다, 청와대에서 복지부에 인선을 통보하고 과장이 총재를 만나 중앙위를 소집하는 데 20일 정도 소요될 것'이라고 돼 있어 이 전 총재에 대한 사퇴 압력에 청와대와 복지부가 개입했을 가능성도 나타나 있다.

 

이철 전 철도공사 사장에 대해서도 '참여연대를 밀착 지원했다', '핸드폰 도청열람(이 필요하다)'고 적었다. 박규환 한국소방검정공사 전 상임감사에 대해서는 '밀려서 나가지 않겠다, 1월 초에 나가겠다'고 한 발언이 명시돼 있다.

 

신필균 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총장에 대해서는 사퇴 압력과 관련해 '인권위 제소'라고 적혀 있다. 또 한국조폐공사 감사였던 김아무개, 한국보건의료인 국가시험원장 김아무개씨 등의 임기와 인적사항이 담긴 메모도 발견됐다.

 

이들은 모두 참여정부 시절에 임명돼 임기를 남은 상태였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사퇴 압력을 받아 중도 사퇴한 바 있다.

 

김근태·이철 등 참여정부 인사 사찰 기록도 빼곡


김근태 전 복지부 장관의 인맥에 대한 사찰 정황도 드러났다. 원 전 사무관은 김 장관의 복지부 내 인맥에 대해 '똘마니'라는 속어를 써가며 'S대 사회학과, 호남 출신 6명'의 이름을 명기했고 김 전 장관이 경질설이 나온 차관을 옹호했다는 내용도 기록해 놨다.

 

 

결국 원 전 사무관의 수첩에는 이명박 정부가 잘라내야 할 인사들을 사찰했고 그 결과가 전방위적인 사퇴 압력에 동원된 정황이 수첩에 빼곡히 드러나 있는 셈이다.

 

현 정부에 적대적인 세력과 인사들에 대해 무차별 사찰한 사실도 나타나 있다. 수첩 내용을 보면 원 전 사무관은 민주노총, 한국노총, KBS 노조는 물론 공기업 노조까지 사찰한 정황이 드러난다.

 

이용득 전 한국노총 위원장과 관련 '우리B(은행), KT, MBC 노조 수뢰의혹, 해외여행시 공금 유용'이라고 적혀 있다. 수첩에는 또 민주노총의 정파 구조와 동향, 철도공사 노조의 동향 파악 내용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다. 진보성향 단체인 '다함께'의 경우 '학생+노동자+진보좌익', '촛불시위 연루'라고 명기해 놨다.

 

여기에 지난 달 23일 <서울신문>이 보도한 원 전 사무관의 수첩 내용에도 'YTN 감찰 보고' 등 YTN 노조를 사찰한 내용이 여러 쪽에 걸쳐 기록돼 있기도 했다.

 

<서울신문>에 따르면 원 전 사무관 수첩에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선 활동 동향을 파악한 내용은 물론 여당 인사인 남경필, 이혜훈, 원희룡, 공성진 의원 등을 사찰한 정황이 기록돼 있다.

 

이상득 정적에 사찰 집중... 민주당, 국정조사 요구 재점화

 

여기에 이석현 의원은 지난달 17일 국회에서 김성호 전 국정원장, 정세균 민주당 최고위원, 정두언, 정태근 한나라당 의원 부인, 이성헌 한나라당 의원(친박계)도 이창화 전 청와대 행정관의 사찰 대상이었다고 폭로한 바 있다.

 

특히 거론된 여야 정치인들의 경우 대부분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과 정치적 적대 관계에 있던 이들로 영포라인의 사찰 개입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왕차관' 박영준 지식경제부 차관을 필두로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동비서관으로 이어지는 '영포라인'이 정적들에 대한 사찰라인을 가동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국정원에서 일하던 이 전 행정관이 현 정부 들어 박영준 당시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 밑으로 옮긴 점도 석연치 않은 대목이었다.

 

민주당은 연평도 포격 사건에 묻혀 버린 민간인 사찰과 청와대 대포폰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를 재점화할 태세다. 한나라당의 내년도 예산안 강행처리 움직임에 대해서 '불법 사찰' 폭로를 통해 제동을 걸겠다는 계산도 깔렸다.

 

차영 민주당 대변인은 "한나라당의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인 박근혜 전 대표가 사찰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며 "한나라당과 청와대는 야5당이 요구해 놓은 국정조사를 수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3차 폭로에 나선 이석현 의원도 "더 할 이야기가 없는 게 아니다, 본회의가 열리든 기회만 주어진다면 (추가 폭로를) 할 수 있다"며 "감춰 놓은 사찰 서류들이 많은데 국정조사를 하면 찾아낼 수 있고 사찰 책임도 물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태그:#불법 사찰, #이석현, #민주당, #박근혜, #영포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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