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세훈 서울시장의 '파업'이 장기화 되고 있다. 지난 1일 서울시의회에서 무상급식 조례안이 통과된 후부터 시정협의 중단을 선언한 그는 7일 예정된 시정질의에도 출석하지 않았다.

 

이날 오전 오 시장은 서울시청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무상급식 조례안 재의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광장 조례안에 이어 또 한 번 시의회와 '맞장'을 뜨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그는 지난 4일 자신의 블로그에 글을 올려 "여기서 무너지면 서울시가, 대한민국이 무너진다"면서 "현실에 타협할 수 없다, 전면에 나서겠다"고 투쟁의지를 불태웠다.

 

민주당이 장악한 서울시의회도 강경하다. 민주당 의원들은 '오 시장의 출석 없이는 예산 편성도 없다'는 원칙을 세우고 연일 '침묵 의회'를 열며 맞서는 중이다.

 

서울시장과 시의회가 '강대강(强對强)'으로 맞붙으면서 시정은 일주일째 표류하고 있다. 어느 한 쪽의 항복 선언 없이는 사태가 끝날 조짐도 보이지 않는다. 더구나 먼저 손을 든 쪽은 정치적으로 커다란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 대권에 뜻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오세훈 시장의 입장에서는 먼저 무릎을 꿇을 수도 없는 일이다. 무상급식 조례안 갈등이 쉽게 끝나지 않으리라는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취임 1년 미만' 자치단체장, 주민소환도 안 돼... 강제 출석수단 없다

 

▲ "오세훈은 나쁜시장, 아이들 볼모로 대권정치"
ⓒ 박정호

관련영상보기

'오세훈 파업'이 장기화 되는 또 다른 이유는 서울시의회가 그를 강제 출석시킬 수단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서울시의회에 카드가 없다는 얘기다.

 

민주당 소속 김용석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시장이 시정 협의를 중단하겠다고 안 나오는 상황에서 (시의회가) '우리가 잘못했다'며 매달릴 수도 없다"며 "'기다리겠다'는 모습을 보이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서울시의회가 '침묵 의회'를 여는 것도 다른 방법이 없어서다. 시의회는 이날까지 총 나흘간 개회와 정회를 반복하며 오 시장의 출석을 기다렸다. 이따금 오 시장을 규탄하는 의사진행발언이 이어졌지만, 서울시 의사당에서 몇백 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시장 집무실까지 미치지도 못했다. 오승록 민주당 대변인은 "오 시장이 태도 변화를 보일 때까지 예산 심의를 거부하고 침묵 회의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서울시장 없는 의회를 언제까지 열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이외에는 법적인 강제 수단이 없다. 선출직 공무원 신분인 오 시장을 징계하는 것도 어렵다.

 

서울시의회 한 관계자는 "지방자치법상 시정 질문은 대리출석이 가능하기 때문에 마땅한 출석 강요 수단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시의회가 오세훈 시장에 대한 징계를 요구한다고 해도 관련조항이 없다"면서 "설령 관련 조항이 있다 하더라도 징계권자가 오 시장이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현역 자치단체장을 징계할 가장 강력한 수단은 헌법에 보장된 주민소환제도다. 하지만 이마저도 오 시장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주민소환은 취임 뒤 1년이 지나야 발의할 수 있다. 따라서 지난 7월 취임한 오 시장은 주민소환 대상도 되지 않는다.

 

또 일각에서는 "오 시장이 계속 시의회에 나오지 않을 경우 주민소환을 해야 한다"(6일, 김종민 민주노동당 서울시당위원장)는 목소리도 높지만, "주민소환제는 함부로 꺼낼 카드가 아니다, 마지막에 써야 한다"(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는 등 반론도 있는 게 사실이다.

 

결국 '오세훈 파업'을 법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셈이다. 오 시장이 시의회 출석 거부라는 초강수를 둔 것도 이처럼 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세훈 파업 목적, '무상급식 반대'가 아니라 '토목 예산 확보'?

 

이런 상황에서 시의회와 시민사회단체가 내놓을 수 있는 카드는 여론 압박뿐이다.

 

염형철 서울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시장으로서의 직무해태는 정치적으로 심판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며 "시민의 뜻이 오 시장에게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시의회는 지난 6일 결의대회를 시작으로 시민·사회단체, 야당과 연대해 오 시장을 압박해 나가겠다는 각오다. 이들은 결의대회 이후, 오세훈 시장을 규탄하고 무상급식 실시를 촉구하는 내용의 선전물 4000장을 배포했다.

 

오승록 대변인은 "명분싸움, 여론싸움으로 가야 한다"며 "명분과 여론에서는 우리가 앞선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지난 10월부터 관내 초등학교 6학년을 대상으로 친환경무상급식을 시범 실시하고 있는 김영배(민주당) 성북구청장은 이날 결의대회에서 최근 실시된 한 여론조사 결과를 전하기도 했다.

 

김 구청장은 "지난 11월 29일부터 12월 1일까지 성북구 초등학교 학생, 학부모, 영양사, 교사 1076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무상급식을 전 학년으로 확대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에 학부모의 86.4%, 초등학교 5학년의 82.5%, 영양사 87%, 교사 53.8%가 찬성했다"며 "지난 지방선거뿐만 아니라 이번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난 시민들의 요구를 오 시장이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여론 압박 외에 시의회가 사용할 수 있는 카드는 내년도 예산이다. 오 시장이 무상급식을 물고 늘어지며 파업에 들어간 것도 내년 예산 심사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안진걸 팀장은 "전임 이명박 시장과 달리 오세훈 시장은 자신 만의 상징이 없어 한강르네상스 사업을 자신의 상징으로 만들려고 한다"며 "예산안 심의에서 한강 르네상스 관련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서 무상급식으로 초강수를 둔 것"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이 개원 초부터 "전시성, 토목성 예산을 줄여서 복지 예산에 쓰겠다"고 공언한 민주당 시의회에 발목이 잡히자 무상급식 조례안을 빌미로 타협을 시도하고 있다는 얘기다.

 

민주당서울시의회 의원들도 비슷한 생각이다. 따라서 "시정질문이 끝났으니 예산 심의를 해 달라"는 서울시의 요구에 민주당은 발끈하고 있다. 김종욱 민주당 의원은 "어떤 시정 협의도 하지 않겠다면서 예산 심의를 하자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오 시장의 출석 없이는 예산 심의도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민주당과 시민사회의 주장대로 오 시장의 파업 목적이 무상급식이 아니라 한강르네상스 등 공약 실현을 위한 예산 확보가 목적이라면, 이번 사태가 끝나더라도 서울시와 의회의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태그:#오세훈 , #무상급식, #무상급식조례, #오세훈 파업, #서울시의회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