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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서울 정상회의가 막을 내렸다. 전 세계인의 관심과 이목을 받으며, 처음으로 개도국에서 개최되는 이번 G20 정상회의는 '환율'과 '국제금융기구 개혁' 외에도 우리나라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글로벌 금융안전망'과 '개발' 등 서울 이니셔티브의 구체적인 성과 도출을 위해 청와대를 비롯한 많은 정부기관에서 모든 자원을 동원하여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보조를 맞춰, 기업과 언론, 연구소 또한 G20 서울 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잔칫집 분위기를 내는데 한 몫하고 있다. 그러나 모두가 정부의 치적을 홍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 반면, G20의 의미와 논의 의제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이에 <오마이뉴스>와 경실련은 7회에 걸쳐 비판적 시각에서 바라본 G20의 의미와 논의 의제에 대한 내용을 집중적으로 소개한다. <편집자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G20 서울 정상회의가 드디어 막을 내렸다. 그동안 몇 날 며칠 밤을 새며 준비한 관련 공무원들의 노고와 더불어 정부의 일방적인 홍보 및 공권력을 동원한 안전대책에도 애국심 하나로 모든 것을 참고 견딘 국민 모두에게 '고생하셨다'는 말 밖에 전할 말이 없다.

 

정부의 뜻대로 이번 서울 정상회의는 큰 탈 없이 안전하게 개최되었고, 성숙한 시민의식을 뽐낸 국제적인 행사로서 흠잡을 데 없이 종료되어 기쁘다. 그러나 이번 G20 정상회의가 과연 성공적이었는가에 대한 여러 논란이 일고 있음을 정부는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국내 언론은 온통 '찬양일색', 외신과 전문가들은 "실망스런 결과"

 

대다수 국내 언론들은 이명박 정부의 치적을 찬양하는 듯한 긍정적인 기사 일색이나 주요 외신들은 원론적 합의에 그쳤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일본 마이니치 신문은 통화절하 경쟁을 자제하기로 합의했지만, 이를 담보할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고 평가했으며, 요미우리 신문 또한 세계 경제의 불균형을 시정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을 같이 했지만 이를 위한 경상수지 흑자, 적자 폭을 구체적으로 정하는 데 대해 신흥국 뿐만 아니라 선진국도 반대했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산케이 신문도 미국과 중국이 환율 문제 해법에 대해 정면 충돌하며 큰 화근을 남겼다고 전하며 앞으로 논의 과정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미국 CNN 또한 참가국들이 시장지향적 환율정책에 동의했다고 전했지만 이것을 실천하는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고 평가했으며, AP는 미국이 중국의 인위적인 위안화 절하를 비판했지만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인해 스스로의 논리를 잃었다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CBS방송도 세계 무역전쟁의 위기감을 높인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여전히 해소되지 못했다고 전했다.

 

유럽의 통신사들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영국 로이터통신은 예시적 가이드라인의 구체적인 내용에 관한 논의를 추후 회의로 넘긴 점은 문제를 뒤로 미뤘다는 비난을 사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프랑스 AFP통신도 이날 G20 정상들이 경쟁적인 평가절하를 자제하고 예시적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로 합의했지만, 미국이 추진했던 과감한 대책에는 훨씬 못 미쳤다고 보도했다. 독일 DPA통신은 '역사적인 합의'를 이뤘다는 G20 정상회의 의장 이명박 대통령의 평가에도 불구하고 선언문은 구체성을 결여하고 있으며 세부 내용을 추후 회의로 미뤘다고 보도했다.

 

세계 전문가들 또한 이러한 평가에 동조하는 분위기이다. 벨기에 브뤼셀에 소재한 유럽 거시경제·금융 전문 싱크탱크 브뤼겔의 이그나치오 안젤로니 박사 안젤로니 박사(경제학)는 는 "서울 정상회의에서 불균형 시정을 위한 프레임워크에 결론이 내려졌으면 했으나 그러지 못했다. 다소 실망스러운 결과"라고 평가했다.

 

마크스 놀랜드 미국 피터슨경제연구소 부소장 겸 선임연구원도 12일 서울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준비를 위한 한국의 노력에 찬사를 보내야 한다면서도 이번 회의를 통해 나온 결과물에 대해서는 실망스럽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그는 "거시경제 조율 문제에 있어서는 수치가 제시된 목표나 각국별 정책 변화와 관련된 구체적인 권고가 없다"면서 "금융개혁 분야에 있어서도 또 다른 위기를 막기에 부적절한 바젤Ⅲ 이상을 넘는 것이 나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G20 준비과정에서의 많은 논란들

 

이와 같이 우리나라를 제외한 다른 국가에서 서울 정상회의의 준비에 대해서는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는 반면, 회의 내용면에서는 많은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하지만 회의 준비에서도 많은 논란이 있었던 점을 그들은 몰랐던 것 같다.

 

G20 서울 정상회의를 앞두고 경찰은 외국인 690명에 대한 입국 규제를 법무부에 요청했다. 규제대상 중 입국 자체가 차단되는 '입국 금지' 대상은 340여명, 입국은 허용되지만 경찰의 감시를 받게 되는 '입국시 통보' 대상은 350여명이었다.

 

실제로 필리핀 활동가 7명의 입국을 허가하지 않아 이들이 강제출국 되면서 논란을 나은 바 있다. 정부는 G20 민중행동 국제시민사회포럼에 참가하기로 예정되어 있던 폴 퀀토스 씨 등 활동가들에게 입국 금지 사유를 설명하지 않고 필리핀 대사관과의 연락을 차단한 채 강제송환하여 국제시민단체들로 하여금 반발을 일으켰다.

 

이와 더불어 G20 개최국 중 유일하게 시민사회의 미디어센터 접근을 막은 것은 한국 사회가 철저히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가로막고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보통 정상회의를 개최한 나라에서는 시민사회단체에 미디어센터 출입증을 관례로 지급해오고 있으나, 이번 서울 정상회의에서는 G20 대응 민중행동 측의 미디어센터 접근을 원천 차단했다.

 

이 뿐만이 아니라, '자율'이란 껍데기를 씌운 강제 동원령 수준의 준비 조치들이 여기저기서 문제가 되었다. 먼저 코엑스 주변 상점의 영업에 대하여 준비 초기에는 영업시간도 제한하려 했으나 결국 영업주 '자율'에 맡기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를 실제 '자율'적 조치라고 보는 사람은 없다.

 

워낙 삼엄한 주변 경계에 일반인의 코엑스 출입을 통제하다보니, 업주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휴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 막대한 손실을 입으면서도 코엑스 밖에는 'G20 정상회의의 성공 개최를 기원합니다'라는 현수막이 크게 붙어 있는 것은 어찌된 영문인지 궁금증을 낳는다.

 

또한 정부는 교통 혼란을 막기 위하여 강남구 일대에 자율적 2부제 시행을 시행하였다. 그러나 코엑스 주변의 차선들을 절반 이상 봉쇄하고 차단함으로써 '자율'이란 단어를 무색케 만들었다.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 또한 행사장인 코엑스 주변에서는 정차하지 않아, 주민과 주변에서 근무하는 회사원들이 20분이상 도보로 다니게 만들어 큰 불편을 낳기도 했다.

 

일반 시민의 불편은 이 뿐만이 아니었다. 일부 자치구에서 정상회의기간 동안 냄새가 나고 보기에도 좋지 않으니 음식물 쓰레기를 거리에 내놓지 말도록 한 것과, 비슷한 이유로 분뇨 수거를 중지시키는 것은 아직도 국민을 통제와 계몽의 대상으로 보는 정부의 안일함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테러 위험을 막겠다는 정부의 정책은 최근 UAE 파병 및 아프칸 파병 등 해외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정부의 일련의 정책들을 고려할 때, 필요성에 대한 공감은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잘못된 해외파병 정책으로 인해 테러 위험이 높아지고 있고, G20 정상회의에 참가하는 정상들 또한 같은 연유로 테러 위험이 높기 때문에 이에 대한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할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위험 때문에 행사장 주변 택배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지하철의 쓰레기통을 없애버리는 것은 침소봉대와 같은 짓이다. 아마도 '미국 드라마를 너무 많이 본 것 같다'는 한 네티즌의 촌평이 쓴 웃음을 낳는 것은 비단 일부 반대 측 의견만을 대변하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이와 관련, 코엑스 주변에서 있었던 1인 시위에 대해 모두 연행한 것은 집회시위의 자유를 원천 차단했다는 점에서 과연 정부 뜻대로 선진국의 면모를 보여주었느냐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다. 미국의 환경운동가 조너선 리를 제외한 모든 퍼포먼스와 시위가 제지돼 차별성 논란을 낳기도 했다. 유니세프 티셔츠를 입었다는 이유로 검문을 당하는 황당무계한 해프닝 또한 정부의 좁은 시야를 드러내는 부끄러운 일로 전세계인에게 기억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우리 국민은 다 이해해 주었다. 큰 시위와 충돌없이 G20 정상회의가 마무리 되었고, 이명박 대통령 또한 이런 시민의식 때문에 G20 회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러한 시민들의 이해와 노력만큼 G20 서울 정상회의 합의문을 비롯한 회의결과에 성공적인 의미를 찾기 힘들다는 점에서 정부는 반성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말 뿐인 의미없는 합의에 만족해야 하나?

 

먼저 앞서 살펴본 주요 외신과 전문가의 평가처럼, 이번 회의는 말 뿐인 합의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실패한 회의로 평가될 것임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대부분의 합의문 내용에서 '노력한다', '기대한다', '환영한다'는 말 뿐이다. 그만큼 금융규제 강화 방법에 대한 각국의 이견이 크다는 것과 금융위기가 어느 정도 진정국면에 접어들면서 각국의 이해득실에 따른 정치적인 고려가 합의를 힘들게 한 점이 원인으로 꼽히며 G20 무용론에 힘을 싣고 있다.

 

또한 말 뿐인 합의와 함께 구체적인 실천계획은 단 두 가지 뿐이었다. 부속서에 포함된 '다년간 개발 행동계획'과 '반부패 행동계획'이 그것이다. 모두 G20 금융규제 개혁과는 동떨어진 의제에 대해서만 구체적인 합의를 이뤘다. 그러나 이 역시 G20은 의결기구가 아니기 때문에 합의의 구속력이 없다.

 

지난달 경주 재무장관 회의에서 환율전쟁을 자제하자고 합의했지만 보름도 지나지 않아 각국은 제 갈길을 가는 모습을 보인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따라서 이러한 말 뿐인 합의가 어떤 가시적인 결과로 이어질지는 결국 아무도 보장하지 못한다.

 

본래 G20 회의의 목적인 금융규제에 대한 논의를 뒤로 미룰 만큼 이슈가 되었던 환율과 경상수지 불균형 문제에 대해서도 별다른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울 따름이다. 환율 문제에 대해서는 시장결정적인 환율제도를 이행하고 경쟁적인 평가절하를 자제하기로 하면서, 지난 경주 회의 합의를 되풀이 했을 뿐이다.

 

언제 환율전쟁이 일어날지 모르는 가운데, 정상들은 결국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셈이다. 경상수지 목표제 등 글로벌 불균형 문제에 대해서도 차기 파리 회의로 미루게 되어 결국 이번 서울 정상회의에서 주요 의제에 대한 합의는 거의 없는 셈이 되었다. 오히려 재무장관들이 의견 일치를 이루지 못해 정상들에게 공을 넘긴 것을 다시 워킹그룹과 재무장관들에게 되돌리며, 세계 최고의 글로벌 포럼이라는 G20 정상회의에 대한 회의론을 낳기에 충분했다.

 

여전히 유사은행(Shadow banking)과 파생상품시장에 대한 규제감독 강화,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등 금융규제안에 대한 논의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FSB(금융안정위원회), FATF(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 BSBC(바젤은행감독위원회) 등의 금융규제안 논의도 모두 2011년 또는 2012년으로 미뤄졌다.

 

시민사회와 유럽에서 지속적으로 주장했던 금융거래세 등은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환율 및 글로벌 불균형에 대한 논의도 결국 대충 무마한 채 연기하고, 중요 논의가 되어야 했을 금융규제안에 대해서는 논의조차 하지 않는 G20의 진행에 대해 과연 의장국인 우리나라가 너무 현안이슈에 쓸려 다니지 않았는지 반성해야할 대목이다.

 

또한 IMF 개혁을 통해 신흥개도국으로 일부 쿼터가 이전되고, 거버넌스 개혁을 통해 신흥개도국 몫의 이사 수가 늘어나는 등 신흥개도국의 발언권이 확대되었다고는 하나, 오히려 중국과 미국의 통화전쟁 때문에 급격히 달러가 유입될 것으로 예상되어 통화 절상 압력, 자산거품 및 인플레 압력 등 신흥개도국의 경제에 대한 위험은 더욱 확대되었다.

 

미국의 6000억 달러에 달하는 양적완화 정책에 따른 신흥국의 핫머니 유입에 대한 걱정 때문에, 몇 가지 조건을 단 경우에 한해 신흥국들이 자본유출입과 관련한 규제정책을 통해 변동성을 완화할 수 있도록 합의문에 명시함으로서 각 나라별로 대책을 강구할 수 있는 여지는 남겨두었다는 점에서 겨우 의미를 찾을 수 있을 뿐인 것이다.

 

결국 우리 의사대로 진행되고 합의한 서울 개발 컨센서스만이 G20 서울 정상회의가 남긴 업적으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이번 정상회의는 큰 의미없는 합의를 이끌어 내는데 1박 2일 동안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였다. 지난 토론토 회의에서는 경호와 보안유지 비용에만 1조원 넘게 사용했다고 하니, 우리는 과연 얼마나 많은 돈을 투입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정상회의 총 비용에 대해 3급 비밀로 지정하여, 연말에 비밀이 해제되어야 정확한 규모와 세부 내역 파악이 가능할 듯 싶다.

 

물론 이러한 엄청난 금액을 투입하고도 삼성경제연구소나 국제무역연구원이 추정한 20~30조 이상의 경제적 효과가 난다면 국민들은 이해해 줄 수 있을 것이다. 두 기관은 앞으로 연구를 통해 꼭 그러한 효과가 실제 나타났다는 것을 증명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차기 회의에서는 금융규제안에 대한 재논의 이뤄져야"

 

물론 이번 G20 서울 정상회의에 대한 현실적인 한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정상회의 공동성명은 각국이 모두 합의하는 수준에 맞추다 보니 추상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렇게 의미없는 회의가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G20 회의 상설화를 부르짖고 있다. 이미 차기 의장국인 프랑스와 경쟁구도를 잡으며 이슈화하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미 살펴본 바와 같이 G20 정상회의가 단순히 각국 정상들의 교류 모임 이상의 결과를 가져오지 못하고 있는 실정에서 상설화 논의가 의미를 갖기는 힘들다. 그들만의 축제가 되어버린 G20 정상회의가 세계 시민들을 위해 구체적인 금융규제안을 내놓지 못한 채 회의를 상설화 한다면 시민사회와 비G20국가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서울 정상회의에 이은 다음 정상회의 개최는 내년 하반기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다. 다음 의장국인 프랑스의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번 서울 정상회의에서 일정상 늦게 방한한데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발언한 것만큼 큰 역할을 하지 못했다. 다음 6차 G20 정상회의는 사르코지 대통령이 금융거래세 도입 등 금융규제에 대한 의지를 계속 표해 온 만큼 프랑스는 의장국의 역할을 다해 글로벌 금융위기의 재발 방지를 위한 강력한 금융규제안이 논의될 수 있도록 노력하길 바란다.


태그:#G20?정상회의, #경실련, #환율전쟁,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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