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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야기와 삶의 애환이 살아있는 무등산 옛길
 많은 이야기와 삶의 애환이 살아있는 무등산 옛길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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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산에는 옛길이 있다

광주에는 무등산이 있다. 예전 학교 다닐 때 쉬는 날이면 물병 하나 들고 올라 다니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다. 증심사에서 지산유원지까지 한 바퀴 돌아오면 하루가 가곤 했다.

무등산에는 옛길이 있었다. 담양이나 화순에서 무등산을 넘어 다니던 길이다. 근래 도로의 발달로 옛길은 사라지고 옛정취도 사라져 갔다. 그러다 2008년부터 무등산 옛길을 복원했는데, 현재까지 3구간이 개통되었다.

무등산 옛길과 산행 안내도. 옛길은 두갈래 3구간이 개통되었다.
 무등산 옛길과 산행 안내도. 옛길은 두갈래 3구간이 개통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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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산 옛길은 산수동에서 서석대까지 연장거리 11.87km를 주 길로 복원하고, 산수동에서 원효사까지 7.75km(3시간)과 원효사에서 서석대까지 4.12km(2시간)을 1구간과 2구간으로 구분하였다. 그리고 별도의 3구간을 개통하였는데 장원삼거리에서 가사문화권까지 11.3Km(5시간)을 개설하여 역사문화길이라고 하였다.

산이 아니라 그냥 숲길이야

오늘은 무등산 옛길이 시작되는 1구간을 걸어보련다. 무등산 옛길 시작점인 수지사 입구에는 커다란 팻말이 섰다. '무등산 옛길'이라는 안내판에 작은 글씨로 '길 위에 길이 있다'라는 문구가 붙었다. 그냥 아름다운 문구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옛길을 걸으면 그 문구를 쓴 이유를 알게 된다.

무등산 옛길 시작점과 1구간과 2구간이 만나는 우너효사 입구 안내판
 무등산 옛길 시작점과 1구간과 2구간이 만나는 우너효사 입구 안내판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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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산 옛길을 걷다가 만나는 문구. '길 위에 길이 있다' 포장도로 위로 옛길이 있다.
 무등산 옛길을 걷다가 만나는 문구. '길 위에 길이 있다' 포장도로 위로 옛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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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을 빠져나오면 숲길이다. 작은애는 가파른 경사를 보고는 "오늘은 산이 아니라더니 또 산이야?"라며 투덜거린다. 나는 "산이 아니라 그냥 숲길이야"라고 우겨본다. 요즘 애들이 부쩍 산에 가는 것을 싫어한다. 어쩔 수 없다. 애들이 클수록 주말에는 또래 애들과 어울리는 시간을 갖기를 원한다. 이해를 못하는 건 아니지만 가끔 산으로 들로 다녀야 마음이 넓어질 것 같아서 같이 가자고 한다.

길은 잣고개로 올라간다. 잣고개에는 광주의 옛 성인 무진고성(武珍古城)이 있다. 예전부터 성이 있어서 잣고개라고 불렀다는 말도 있다. 이 잣고개는 소 팔러 다니고 장보러 다니던 사람들이 넘어 다니던 길이라고 해서 '황소 걸음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마음이 느긋해진다. 뒤로는 광주 시내가 옅은 안개 속에서 점점 멀어져 간다.

무등산이 높다하되 소나무 아래 있고

잣고개를 지나면 원효사로 가는 포장도로 옆을 따라간다. 길은 상수리나무 낙엽을 밟으며 걷는다. 마음이 편해진다. 당연 걸음도 느려진다. 느긋한 걸음으로 쉬엄쉬엄 걸어간다. 도로횡단구간을 만나고 도로 위로 또 다른 옛길이 이어진다. 그래서 '길 위에 길이 있다'는 이름을 붙였나보다. 길 아래로 차들이 씽씽 지나간다. 숲길에 세워놓은 팻말에는 '달리는 차보다 천천히 걷는 우리가 더 행복합니다'라는 문구가 있다. 공감이 간다.

옛길을 걷다보면 만나는 문구. 정말 행복해지는 기분이다.
 옛길을 걷다보면 만나는 문구. 정말 행복해지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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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를 끼고 있는 청풍쉼터에서 김삿갓길로 이어진다.
 호수를 끼고 있는 청풍쉼터에서 김삿갓길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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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가다 차도를 건너기도 하면서 청풍교를 건너 청풍쉼터까지 간다. 청풍쉼터에는 김삿갓 시비도 있다. 이 길을 따라 화순적벽까지 가던 김삿갓이 쉬어가던 곳인가? 김삿갓(金炳淵)은 無等山高松下在(무등산이 높다하되, 소나무 아래 있고), 赤壁江深沙上流(적벽강이 깊다하되, 모래위에 흐른다)라는 시를 남기고 1863년에 동복 물염적벽에서 생애를 마쳤다고 한다.

호수를 끼고 있는 청풍쉼터는 공원으로 조성되어 있다. 원두막에 올라서 자리를 잡는다. 간단한 음식으로 얼음과 함께 싸온 생선회를 내 놓았다. 아뿔싸! 초고추장을 빠뜨렸다. 회를 보고 입맛만 다시고는 다시 집어넣고는 무등산 동동주만 한 모금씩 마신다. 원두막에 앉아있으니 좋기만 하다.

다시 숲길로 들어선다. 마을이 어디 있으려나? 길은 화암마을 옆으로 지나가지만 마을로 내려가는 길을 만들어 놓지 않았다. 마을에서 쉬었다 가면 더 좋으련만. 숲길에는 빈 주막터만 남았다. '쉬어가소' 주막에는 주모가 있어야 하는데, 주모는 없고 쉼터만 마련되어 있다.

걷는 것이 오히려 행복한 길

산길은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더니 충장사 갈림길을 만난다. 충장사는 임진왜란 때 활약을 한 김덕령장군의 사당이다. 여기서 3구간 길과 갈리고, 순환코스인 장원봉으로 가는 길과 만난다. 어디로 갈까 고민이다. 순환코스나 3구간을 따라 다시 돌아갈까?

2구간에서 3구간 순환길이 갈리는 충장사 분기점
 2구간에서 3구간 순환길이 갈리는 충장사 분기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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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효사 가는 포장도로. 포장도로와 나란히 무등산 옛길이 이어진다. 단풍이 아름답다.
 원효사 가는 포장도로. 포장도로와 나란히 무등산 옛길이 이어진다. 단풍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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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수리나무 낙엽들이 바위를 덮고 있는 숲길
 상수리나무 낙엽들이 바위를 덮고 있는 숲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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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효너덜에서 본 무등산 정상.
 원효너덜에서 본 무등산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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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효사까지는 2㎞. 처음 계획한 대로 계속 1구간 길을 따라간다. 길은 쉽게 끝나지 않는다. 원효사가는 포장도로를 내려다보면서 계속 걷는다. 너덜지대도 지나고 낙엽을 밟으며 가는 길 끝에는 관음암이 있다. 관음암은 대웅전과 관음전이 있는 작은 암자다.

1구간이 끝나는 원효사 입구는 서석대로 이어지는 2구간의 새로운 시작이다. 1구간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힘들다. 오늘은 그만 걸어야겠다. 공원 시설지구에서 커피를 한잔 마시며 버스를 기다린다.

버스를 타고 내려오는 길은 옛길을 걸으면서 길 아래로 이어졌던 포장도로다. 버스는 숲속으로 난 길을 비틀비틀 달린다. 등산객으로 가득 찬 만원버스는 답답함으로 멀미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정말 걷는 것이 행복을 느끼는 무등산 옛길이다.

덧붙이는 글 | 11월 13일 풍경입니다.



태그:#무등산 옛길, #원효사, #무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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