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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겨울 추위가 느껴지는 날씨인 16일 민주노총 전국공공서비스노동조합 투쟁단이 제주를 찾았다. 이들은 노조탄압과 부당노동행위가 만연한 도내 사업장에 대해 노동환경을 개선해줄 것을 요구하며 1박2일의 빡빡한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민주노총 공공서비스노조 투쟁단이 제주도청 정문 앞에서  노동3권 사수를 주장하며 집회를 개최했다.
▲ 도청 앞 집회 민주노총 공공서비스노조 투쟁단이 제주도청 정문 앞에서 노동3권 사수를 주장하며 집회를 개최했다.
ⓒ 장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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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비행기로 제주도를 찾은 투쟁단은 16일 오전 10시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기자회견을 여는 것으로 일정을 시작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부당노동행위와 노조탄압의 사례로 여미지식물원·한마음병원·제주의료원 등을 차례로 거론하며, "제주도가 노조탄압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수수방관으로 일관함으로써 노사관계를 파국으로 몰고 가는 데 일조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공공서비스노조 투쟁단, 1박 2일 빡빡한 제주 일정 시작

기자회견을 마친 후 투쟁단 지도부는 행정부시사와의 면담에 들어섰다. 지도부가 도청 안에서 행정부지사와 면담하는 동안, 나머지 일행은 제주도청 정문 앞에서 노동3권 사수를 주장하며 집회를 열었다. 이들이 집회를 하는 동안 도청 공무원들이 나와서 스피커볼륨을 낮추라며 요구해 집회에 참가했던 조합원들과 마찰이 빚어지기도 했다.

공공서비스노조 소속 조합원들이 도청 앞에서 집회를 여는 동안 공무원이 나와서 스피커 볼륨을 낮추라고 요구해 집회에 참가한 조합원과 실랑이를 벌였다.
▲ 실랑이 공공서비스노조 소속 조합원들이 도청 앞에서 집회를 여는 동안 공무원이 나와서 스피커 볼륨을 낮추라고 요구해 집회에 참가한 조합원과 실랑이를 벌였다.
ⓒ 장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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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와 면담이 끝나자 일행은 버스를 타고 제주의료원을 찾았다. 이들은 제주의료원 마당에서 현장 노조 활동가들과 함께 '제주의료원 단체협약 개악을 분쇄하기 위한 결의대회'를 열었다.

제주의료원이 한라산 중턱에 자리한지라, 결의대회를 여는 도중에도 찬바람은 기승을 부렸다. 당초 병원 잔디밭에서 점심을 먹을 예정이었던 일행은 찬바람을 피해 제주의료원 구내식당에서 준비한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느라 점심 식사를 마치고도 쉴 수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식사를 마치고 일행이 타고 온 버스가 다음 집회 장소인 여미지식물원으로 출발할 때까지 남은 15분 동안 휴식을 취하는 가운데 현정희 수석부위원장과 대화를 나눴다.

제주의료원 마당에서 개최된 집회에 참여한 현정희 수석부위원장이 마이크를 들고 제주의료원의 부당노동행위를 비난하고 있다.
▲ 현정희 부위원장 제주의료원 마당에서 개최된 집회에 참여한 현정희 수석부위원장이 마이크를 들고 제주의료원의 부당노동행위를 비난하고 있다.
ⓒ 장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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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부위원장은 인터뷰에서 "제주도가 전국에서 부당노동행위가 가장 심한 지역"인데, 이는 "부당노동행위를 감시하고 개선을 위해 나서야할 제주도가 책임을 방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현 부위원장은 제주의료원의 경우 임산부 간호사 30%가 유산을 경험하는 사태를 예로 들면서, "제주도내의 부당노동행위가 도를 넘고 있는데도 사용자인 제주도가 그 실태조차 파악하고 있지 않은 것은 참으로 무책임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번 일차투쟁에도 불구하고 도내에서 노조탄압과 불법노동행위가 개선되지 않으면 2002년 한마음병원의 투쟁에서와 같이 장기간 큰 싸움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정화 수석부위원장 "제주는 부당노동행위 가장 심한 지역"

다음은 현정화 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 공공서비스노조 수석부위원장 자격으로 제주를 찾으셨는데, 공공서비스노조에 대해 설명해 달라.
"공공서비스노조는 2006년 12월에 결성된 민주노총 산하 산별노동조합이다. 병원, 건강보험, 국민연금, 가스공사, 건설엔지지어링, 문화예술, 자자체, 환경미화 등 제조업이 아닌 분야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광범위하게 참여하는 노동조합이다. 현재 약 3만6천여 명의 조합원이 공공서비스노조에 참여하고 있다.

- 이번에 제주도를 찾은 이유는?
"제주도의 노사관계가 파행을 겪고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사용자 측의 부당노동행위와 노조탄압이 만성화되었는데도 이를 감시하고 지도해야 할 도정과 지방노동위원회는 손을 놓고 있다."

- 부당노동해위와 노조탄압의 구체적 사례를 들면?
"실질적으로 제주도정이 사용자인 제주의료원에서 장기간 임급체불이 발생하고 있고, 여미지식물원의 경우는 부당하게 해고된 조합원들에 대해 법원이 원직에 복직시킬 것을 명했는데도 사용자 측에서는 복직자들에 대해 일방적으로 전혀 무관한 부서에 발령을 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단체교섭이 정상적으로 체결되지 못하는 것도 큰 문제다."

- 민주노총 중앙에서 활동하다보면 각 지역의 상황을 총괄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제주도의 경우가 다른 지역에 비해 노동여건이 특히 더 열악하다고 볼 수 있나?
"전국적으로 노동조건이 열악해지는 것은 공통적이지만, 그 중에서도 제주도가 가장 심하다고 말할 수 있다. 최근 제주의료원 간호사들 중 30%가 유산을 경험한 것이 그 실태를 잘 반영하고 있다고 본다. 제주의료원은 노조와 단체협상 과정에서 노조가 사용자 측이 제시한 안을 수용하지 않자 일방적으로 교섭결렬을 선언하고, 사용자가 쟁의조정을 신청하는 일이 벌어졌다.

아마 사용자가 쟁의조정을 신청한 사례는 전국 최초 최초다. 사용자 측에서는 노조에게 제발 파업해줄 것을 요구하는 거다. 그러면 명분을 쌓은 뒤 단체협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겠다는 의도다. 한마음병원의 경우는 조합원과 비조합원을 직원 병원비 감면혜택과 임금에서 처로 차별하고 있다. 이 또한 최근에 보기 드믄 노조탄압사례다."

- 오전에 행정부지사와 면담한 걸로 알고 있다. 애초에 도지사 면담을 요청한 걸로 아는데 김상인 행정부지사와 면담하게 된 이유는?
"도지사에게 면담을 요청했더니 행정사무감사를 준비해야하기 때문에 면담에 응할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김 부지사와 면담하게 되었다."

- 부지사와 무슨 얘기 주고받았나?
"부지사로 취임(지난 10월 26일 취임)한 지 3주밖에 되지 않아서 자신은 도내 노사관계를 잘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고 했다. 그래도 제주의료원 간호사들의 줄유산 사태는 전국 대부분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나? 제주의료원 원장은 도지사가 임명한다. 제주도가 의료원의 실질적 사용자인데, 사태가 그 지경에 이르렀으면 당사자들을 불러서 사태를 파악하고,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 맞지 않나. 부지사께서 사태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대답하는 것은 참으로 무책임하다고 본다. 그래도 실태를 제대로 파악해서 불법·부당행위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대처하겠다고 하니 일단 기대해봐야겠다."

- 제주도내에서 이후 일정은?
"오늘(16일) 오후에는 서귀포 여미지식물원을 방문해서 조합원들과 함께 '원직복직 쟁취를 위한 집회'를 가진 후, 다시 저녁에 제주시청 앞으로 돌아와서 시민들과 함께 투쟁문화제를 열기로 했다. 내일 오전에 도청 앞에서 집회를 연 이후, 서귀포의료원장과 면담을 갖기로 했다. 일차 투쟁은 일단 거기까지다. 하지만 일차투쟁에도 불구하고 도내에서 노조탄압과 불법노동행위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2002년 한마음병원의 투쟁에서와 같은 장기간의 싸움이 불가피할 것이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제주도의 노사문제에 가장 큰 문제는 사용자 측이 노조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에 있다고 본다. 최근 3년 동안 대부분 사업장에서 단체교섭이 정상적으로 체결되지 못했다니 말이나 되나? 서울의 경우는 서울대학병원의 원장이 일주일에 이틀이나 단체교섭자리에 나온다. 그런데 제주도의 사업장에서는 보통 사용자가 노무사를 대신 교섭에 내보낸다. 이는 성실교섭에 의지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다. 단체협약은 법에 명시된 노동자의 권리다. 단체협약을 무력화시키려는 시도는 어떠한 경우도 용납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제주도정과 제주지방노동위워회는 단체교섭을 무력화시키려는 시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처벌해야 한다."


태그:#노조탄압, #제주의료원, #공공서비스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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