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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4일 날씨가 쌀쌀해지기전 활동하고 있는 노원청년회에서 출사기행을 갔습니다. 서울에서 인구율이 두 번째로 많은 곳 노원구. 어디를 보든 아파트들로 가득차 있습니다. 하지만 그곳에서 조금만 더가면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라 불리는 중계동 104번지가 있습니다. 언론에 의해 마지막 달동네라 불리며 드라마 곳곳에서 배경이 되는 중계동 104번지말입니다.
 

60년대 말. 서울 청계천에는 고가도로가 건설됩니다. 청계천에 판잣집을 짓고 살던 이들은 어디론가 떠나야 했습니다. 용산도 마찬가집니다. 남대문도 그랬고요. 결국 이들을 받아들인 곳은 하늘 아래 자리 잡은 지금의 중계동 104번지입니다.

 

돈있는 자들은 하늘 높은지 모르고 더 높이 건물을 지어 한없이 위로 올라가려 했습니다. 쫓겨난 이들 역시 갈데가 없어 한없이 위로 올라가야하는 이 아러니함은 지금도 우리나라, 서울의 여과없는 모습일 것입니다.

 

이곳은 3년뒤 재개발이 예정돼 있습니다. 어떤 이는 이곳을 서울의 근현대 박물관이라고 하면서 전면재개발보단 부분 보존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골목골목을 돌아다니다 보면 이곳에 사진찍으러 오는 분이 참 많다는 것을 새삼 느낍니다. 이들이 담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고 내가 이것들을 담고자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모르면서 언덕길을 올랐습니다. 내려오면 생각이 달라질까요.

 

사진을 보시면 알겠지만  전 전문적으로 사진을 다루는 사람은 아닙니다. 마음내키는데로 찍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기에 500만화소 핸폰카메라로 찍은 사진 몇 개 올립니다.

 

 1. 치유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연탄입니다. 산 아래, 위 할 것 없이 연탄들이 가득 쌓여 있습니다. 버려진 연탄, 산위 홀로 있는 집, 버려진 오토바이 등 누구하나 신경써주는 이 없어도 자연은 자신의 품으로 이것들을 감싸줍니다.

 

2. 해바라기 골목

 

이곳 104번지에선 흔히볼 수 있는 좁디좁은 골목길 앞. 누군가 심어놨는지 아니면 저스스로 땅을 딛고 일어섰는지 모를 해바라기가 지나가는 이들을 반기는 듯합니다.

 

3. 시선

 

104번지 꼭대기에 가면 어디를 보던 저 건너편엔 고층아파트들이 즐비해있습니다. 이곳에 사는 분들은 저 아파트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지 감히 상상할 수가 없습니다. 동경의 눈빛일런지 아니면 저 아파트보다 더 높은 곳, 내가 발딛고 있는 이곳의 편안함 일지.

 

4. 그래도 행복한 나의 집

 

주택공급률은 이미 100%를 넘어 버렸는데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내 집 갖기를 꿈꿉니다. 서울 하늘 아래서 내 집 마련하기는 하늘의 별따기가 돼 버린 지금, 남들이 어떤 시선으로 보든 이곳이 삶의 터전인 이들에게는 행복한 집인가 봅니다.

 

5. 하늘대문

 

이 문을 열고 들어가면 누군가 반겨줄 사람이 있을 것 입니다. 

 

6. 기차놀이

 

이곳은 마치 시골 어느 곳처럼 조용합니다. 지나다니는 사람도 드뭅니다. 낯선 발걸음 소리에 짖어대는 개 덕분에 이곳에 사람이 사는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자판기 돌아가는 소리마저 크게 들립니다. 그런 것이 심심했는지 빨래집게들이 나름대로 심심함을 달래고 있는 것 같습니다.

 

7. 친환경 에너지?

 

뉴스에 기름값, 연료비를 줄인다고 장작 또는 목재찌꺼기를 연료를 쓰는 친환경 에너지 기술의 보일러가 나왔다고 합니다. 그저 웃겠죠.

 

8. 보금자리

 

버려진 저 유모차를 보며 미래의 꿈을 키워나갔던 젊은 신혼부부의 모습을 그려봅니다. 이곳도 그들에게는 따뜻한 보금자리였겠죠?

 

9. 초인종

 

이곳에서 초인종이 있는 집은 흔치 않습니다. 어릴적 처음으로 이사했을 때 놀란 것은 한 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집 안에 화장실이 있다는 것과 밤마다 연탄을 갈지 않아도 된다는 것 그리고 초인종이 있다는 것.  

 

10. 언덕길

 

저놈의 언덕길 가파르긴 해도 못 오를 나무처럼 높기만 해도

작고도 안락한 저너머 내 집으로 따뜻한 언덕길 따라 돌아오는 길

하늘에서 더 가까운지 유난히 밝게 보이는 저 별빛에 하루의 삶을 비춰보면서

큰 한숨보다는 넉넉함의 미소로 오늘을 조용히 정리하는 언덕길

저놈의 세상길 가파르긴 해도 오르지 못할 세상은 아니지

언덕길 비추는 저하늘 별빛처럼 그렇게 살며시 세상을 밝혀야지

그래도 지금은 이렇게 당당히 올라와 있는걸.

 

사실 재개발이니 뭐니 하는 것에 그리 관심이 없습니다. 다만 이곳 사람들이 또다시 개발이란 이름으로 이곳에서 다른 곳으로 가야하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이곳에는 이미 수년전부터 재개발 이익을 노리고 들어오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고 합니다. 어떻게 보면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 다른 누군가가 상처받는 일은 아마 이곳만의 문제는 아닐 겁니다. 개발에 환경이 파괴되고 사람이 파괴되는 지금 이 도시는 아마도 정상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맴돕니다.


태그:#중계동 104번지, #노원청년회, #달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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