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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5시 몇 분쯤인데, 주방 쪽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어젯밤 아내가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 떡꼬치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알람을 맞춰놓고 잠자리에 들더니, 시간을 놓치지 않고 일어났나보다.

 

지금 아내는 떡꼬치를 만들고 있다. 아내가 어젯밤에 "여보 내일 새벽에 나 좀 도와줘야겠어요" 하기에, "뭔데? 또 귀찮게!" 하면서 관심 없다는 듯 대꾸를 했더니,

 

"오늘 학교에서 애들이 내일이 빼빼로데이라고 해서 온통 빼빼로에 대한 관심으로 난리야. 안 되겠어. 국적도 없는 이상한 날때문에 애들을 장삿속에 놀아나게 할 순 없지. 그래서 내일 아침에 떡꼬치를 해서 애들한테 나눠줘야겠어요."

"날마다 잠 모자라서 아침마다 허덕허덕하면서 뭐 또 그런 것까지 한다는 거야."

 

이런 몇 마디 말만 주고 받았을 뿐인데, 아내는 진짜로 새벽에 일어나 주방에서 달그락거리는 것이다.

 

아내는 성남시에 소재한 B정보산업고등학교 2학년 10반 담임선생이다. 사실 아내는 평소에는 늘 잠이 모자라 출근시간을 맞추느라 아침마다 허겁지겁 허둥대기 바쁜 스타일이다. 그렇다보면 아침식사도 거르기가 일쑤였다.

 

그런데 오늘 아침은 그 꼭두새벽에 일어나 떡꼬치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나도 그냥 잠 자리에서 뭉개고 있을 수가 없어서 주섬주섬 일어나 주방으로 갔다. 아내는 이른 아침부터 콧노래를 부르면서 즐겁게 떡을 굽고, 양념을 바르고 있다. 나한테는 꼬치를 꽂아달라고 한다.

 

"신이 났구먼, 이른 새벽에 사서 고생을 하는구먼."

"흐흐, 이게 뭔 고생이야. 애들 학교생활 재미 없잖아. 가끔씩 이런 거라도 해서 애들 재미있게 해 주고, 국적도 없는 빼빼로데이에 애들을 대기업의 장삿속 놀음에 놀아나지 않게 해야죠."

 

아내는 담임선생님이 돌려주는 떡꼬치를 즐겁게 받아먹을 아이들을 생각하니 신이 난 듯했다. 아내의 이런 부지런은 국적도 모르는 빼빼로데이에 맞서 그 대신, 우리 농민들이 땀흘려 농사지은 쌀을 조금이라도 소비하는데 일조를 하고 싶은 것도 작용했으리라.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피곤함도 모르고 오히려 저렇게 스스로 행복해 하다니. 아내의 이런 모습에 잠이 덜 깬 나도 덩달아 행복해지는 것 같다.

 

"애들아! 11월 11일 작대기가 네 개인 오늘 작대기모양의 그 떡볶이 꼬치에 내 손길도 쬐끔 들어갔단다. 맛있게 먹으면서 재미없는 학교생활에 잠깐이라도 행복하렴."


태그:#빼빼로데이, #가레떡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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