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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겉그림 여숙희 외 〈도서관 친구들 이야기〉
책겉그림여숙희 외 〈도서관 친구들 이야기〉 ⓒ 서해문집

'도서관 친구들'하면 뭐가 떠오를까? 도서관에서 친구들끼리 수다 떠는 모임. 아니면 도서관에 다니는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자원봉사자. 나도 처음엔 그 정도로 생각했다. 헌데 여희숙 외 여러 사람이 쓴 <도서관 친구들 이야기>는 차원이 달랐다.

 

'도서관 친구들'은 무엇보다도 물질적으로, 경제적으로 도서관을 돕는 일을 한다. 그를 위해 책시장과 후원의 밤을 통해 기금을 마련한다. 그리고 앞서 말한 책 읽어주기와 토론학교와 독서교실 등 자원 활동도 감당한다.

 

물론 외국에는 그 모임이 벌써부터 시작되었다. 미국의 일리노이 주 '글렌 엘린 공공도서관의 친구'는 1922년에 조직되었고, 옥스퍼드대학교 '보들리언도서관의 친구'는 1925년에, 그리고 영국의 '워클리도서관의 친구'는 1993년 셰필드 시의회 워클리도서관 폐관 정책에 대항하기 위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한 모임이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2005년 여희숙씨를 비롯한 15명의 사람들이 서울 '광진도서관'에 '도서관에 힘이 되는 사람들'을 발족한 게 그 모판이다. 그분들은 외국처럼 특별한 조직체를 꿈꾸고 시작한 게 아니었다. 그저 도서관에 드나드는 구민들끼리 지역도서관에 힘을 보태고자 한 데서 시작된 것이다.

 

최초 그들은 그런 꿈을 안고 출발했다. 이를테면 기금을 모금하고, 자원봉사에 참여하고, 도서관 홍보에 힘을 실어주고, 책과 관련된 캠페인도 벌이고, 구의회 도서관련 심의과정에도 참여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 물론 뭐든지 시작은 미약한 법임에 틀림없다.

 

2006년 그들은 '광진도서관 친구들'로 이름을 바꿨다. 여기저기로부터 코치를 받은 뒤였다. 하여 그들은 매월 첫 주엔 정기모임과 친친행사를 갖고, 둘째 주엔 문화유산과 영화를 보거나 독서대학 르네21과 같은 북 세미나에 참석하기도 하고, 셋째 주엔 친구와 명사의 초청특강을 개최하고, 넷째 주엔 '이달의 책'을 선정해 지역주민들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함께 책 한 권을 읽고 토론회도 개최했다.

 

2005년 15명의 사람으로 시작한 그 모임이 2006년엔 100명의 회원으로, 2010년 지금은 천 명에 달한다고 한다. 물론 지역도서관 친구들까지 합하면 2천 명에 육박한다고 하니 얼마나 큰 결실인지 알 수 있다. 그 일이 활성화되기까지 또 얼마나 많은 수모와 눈물을 흘렸을까? 처음 조직하여 구의회의 심의과정에 참석한 일로 겪었던 괴로움은 말로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 동안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도서관친구들 모임을 만드는 데는 네 가지 요소가 꼭 필요한 것 같습니다. 도서관 운영자의 열린 마음과 사서 선생님의 협조, 이용자들의 적극적인 동참, 끝으로 대표와 운영진을 맡아서 모임을 만들고 활동의 시작을 알려줄 친구 한 두 사람의 존재입니다. 이 중 한 부분이라도 빠지면 매우 어려워진다는 것을, 저는 가까운 곳에서 여러 경우를 통해 많이 봐왔습니다." (182쪽)

 

이 책 후반부에 등장하는 '도봉도서관친구들', '신묵초등학교도서관친구들', '보령 햇살작은 도서관친구들', '강릉시립도서관친구들', '원주 세인도서방친구들'이 그렇게 '광진도서관친구들'로부터 도움과 격려와 지지와 후원을 받은 친구들이다. 특별히 '원주 세인도서방친구들' 같은 경우에는 주인도 없이, 모든 이용자들이 주인과 사서를 자처하여 아이들과 엄마들의 건강한 수다에 동참하고 있다고 한다.

 

20년 동안 학교 강단의 선생님으로 있다가 지금은 '도서관친구들' 대표로 있는 여희숙씨는 '도서관친구들'이 벌이는 책 시장 행사에 필요한 책을 공급하고 또 도움을 주는 이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이른바 '행복한아침독서', '책읽는사회문화재단', 그리고 친구 출판사와 책 배달을 맡고 있는 '여산통신'과 '서해문집 출판사'가 그들이라고 한다.

 

이 책을 읽고 있자니, 우리 동네 소나무언덕도서관이 떠오른다. 요즘도 주로 이용하고 있다. 언젠가 토요일 오후에 가 봤더니 어느 아주머니가 아이들을 데리고 책을 읽어주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책읽기 도우미로 자처한 셈이었다. 그리고 어느 동화작가는 자원자로 나서서 아이들에게 동화구연을 해 주고 있었다. 어쩌면 우리 동네도 지역주민들도 뜻을 모은다면 '소나무언덕도서관친구들'이 되지 않을까 싶다.


도서관친구들 이야기 - 도서관을 돕기 위해 모인 사람들, 그 5년의 기록

여희숙 외 지음, 서해문집(2010)


#도서관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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