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물 속의 마을
물 속의 마을 ⓒ 송유미

산꼬리 찰싹거리는 우이산 중턱

저수지에 새벽 안개 고입니다.

뒤돌아 물 속에 잠긴

오래된 집 한 채를 바라보는 일은

슬픔 반 눈물 반입니다.

아침 해는 옥녀봉 정수리에서 솟구치는데

신작로의 줄지어 서 있는

산벚나무가지에 와서

풍경처럼 매달리는, 금빛 물고기들은

격렬하게 허공의 바닥을 치며 몸을 뒤집습니다.

하얗게 지워진 물길을 더듬어 올라가는

어린 피라미떼의 발자국 소리는, 그저 즐겁습니다.

이 물 밖에서 저 물 속으로 들어가는

고요한 입술 같은 마을의 입구는

그저 적멸처럼 고요합니다.

어젯밤 묵을 찍어 한 획으로 그은

대숲의 바람소리 새소리 물소리들이

다시 금빛 물고기로 파들파들 매달릴 때까지

한번 가버린 그대는 언제 돌아올까요.

이끼가 파랗게 떠도는 늙은 기억 속으로

저무는 저녁 달은 너무 빨리 찾아오고

녹슨 풀의 옷을 빌려 입고

온 종일 무덤 몇 채 떠다니는,

물 속의 마을, 연무리 가는 길은

정말 아무도 그립지 않습니다.


#연무리#옥녀봉#마을#고향#수몰지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마음이 곧 인간이다고 한다. 지식은 곧 마음이라고 한다. 인간의 모두는 이러한 마음에 따라 그 지성이 나타난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