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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청원경찰법 입법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북부지검이 5일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로부터 후원금을 받은 국회의원들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청원경찰법 입법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북부지검이 5일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로부터 후원금을 받은 국회의원들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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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목회 입법로비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여야 국회의원 11명의 후원회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정당 활동 자료까지 '싹쓸이' 해 간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정치적 배경이 있는 '표적수사'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야당의 반발도 확산되고 있다.

7일 민주당에 따르면, 지난 5일 검찰은 강기정, 유선호, 최인기, 최규식, 조경태 의원의 후원회 사무실과 지역 사무소를 압수수색하면서 컴퓨터 하드디스크는 물론 당원과 대의원 명부, 명함집, 직원 개인수첩, 회의록 등을 무차별적으로 담아 갔다고 한다.

강기정 의원의 경우, 2009~2010년 후원금과 정치자금 내역이 담긴 통장과 통장사본 등 24개 계좌 자료를 검찰이 통째로 가져갔다. 또 같은 기간 후원회 회계보고 파일은 물론 후원금 영수증 원부와 당원명부, 지역위원회 업무 파일까지 쓸어갔다.

압수수색 영장에 나와 있지 않은 강 의원의 집무실도 10여분 간 샅샅이 뒤졌다고 한다. 심지어 사무국장 김아무개씨의 자택까지 찾아가 김씨의 통장과 부인 명의 통장 3개도 압수했다.

최규식 의원은 후원회 관련 물품 외에 회계책임자의 개인 다이어리 2권과 여직원 수첩도 가져갔다. 청목회 입법로비 의혹과 전혀 관련이 없는 의원 지인들의 생일 명단과 사무소에서 보관 중인 명함집, 정당활동 관련 서류철과 회의록도 압수됐다.

최인기 의원은 후원회와 관련이 없는 전남 화순지역 사무소를 뒤져 당무연락 자료 및 지역 활동 자료를 가져갔고, 유선호 의원도 후원회 사무실이 아닌 전남 영암, 장흥 사무소를 압수수색해 청목회 관련 자료가 아닌 중앙대의원 명부 등을 담아갔다.

조경태 의원은 청목회 입법 당시 해당 상임위(행안위·법사위)도 아니었고, 법안에 서명하거나 입법에 관여한 바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지역 사무소를 급습했다.

박지원·이회창 한목소리... "국회를 부정한 집단으로 몰아가려"

청목회 후원금을 받은 여야 의원 사무실에 대한 검찰 압수수색이 진행된 것과 관련,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5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11월 5일은 국회가 정부에 의해 무참히 유린된 날로 기록될 것"이라며 "이렇게 무자비하게 압수수색하는 것은 정치권과 국회의원을 국민으로부터 영원히 격리시키고, 혐오감을 유발시키는 참으로 추잡한 행위"라고 맹비난했다.
 청목회 후원금을 받은 여야 의원 사무실에 대한 검찰 압수수색이 진행된 것과 관련,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5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11월 5일은 국회가 정부에 의해 무참히 유린된 날로 기록될 것"이라며 "이렇게 무자비하게 압수수색하는 것은 정치권과 국회의원을 국민으로부터 영원히 격리시키고, 혐오감을 유발시키는 참으로 추잡한 행위"라고 맹비난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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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이번 수사의 배경을 의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청목회 관련 수사를 빌미로 대외비로 분류되는 당원과 중앙대의원 명부, 정당의 일상적 활동을 담은 서류철까지 가져 간 것은 다른 목적이 있는 게 아니냐는 얘기다.

특히 "청목회와 관련된 후원회 자료만 압수수색 대상이고, 정당 활동이나 의원 사무실은 압수수색하지 않는다"는 이귀남 법무부장관의 해명(5일 대정부질문)과 달리, 국회의원 책상까지 뒤졌다는 점에서 야당은 분개하고 있다.

검찰의 압수수색 내용을 보고 받은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7일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정치권이 총체적으로 우롱당하고 있다"며 이번 사건을 '정치 사찰'로 규정했다. "정부 규탄대회 참석자 명단, 전직 대통령 분향소 설치 비용 등 내역까지 다 가져간 것은 검찰이 정치 쿠데타를 하겠다는 것 아니냐"고 맹비난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이번 사건의 배후로 청와대를 의심하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검찰의 청목회 수사는 야당의 정치활동 전모를 파악하면서 국회의원과 정치권에 대한 혐오감을 국민들에게 각인시키려는 청와대의 고도의 정치 공작"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야당도 검찰을 성토하고 있다. 보수정당인 자유선진당의 이회창 대표도 이날 개인성명을 통해 "검찰의 이번 행동은 치졸한 정치적 동기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국회의원의 후원계좌는 증거 인멸을 할 수도 없고, 도주의 우려도 없는데 본회의가 진행되는 도중 집단적으로 강제 수사를 한 것은 국회를 수사한 것과 진배없다"며 "이는 검찰이 입법부를 모독한 것이며 검찰권의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강제수사는 스폰서-그랜저 검사, 대포폰 의혹에 대한 보복 수사 혹은 물타기 수사"라고 규정한 그는 "G20를 앞둔 압수수색은 국회를 부정한 집단으로 몰아 세계적인 웃음거리로 만든 수치스러운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이 좀 더 신중했어야 한다"(5일 김무성 원내대표)는 반응에서 보듯 야당 뿐 아니라 여당 내에서도 이번 강제수사에 대한 비판이 나오는 등 정치권 전체가 검찰과 대립각을 세우는 중이다.

청와대도 '곤혹'... 2011년 예산·특전사 파병·SSM법 등 국회 협조 '난관'

이로 인해 곤혹스러운 처지에 빠진 것은 정부와 청와대다. 2011년 예산안과 UAE 특전사 파병, 한미FTA, SSM법 등 시급한 현안 처리를 앞두고 터진 검찰발 사정바람으로 정국은 꽁꽁 얼어붙었다. 정치권의 반발이 계속될 경우, 청와대와 이명박 대통령은 국회의 협조를 기대할 수 없는 일이다. 한나라당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청와대와 정부, 한나라당 수뇌부는 이날 저녁 국무총리 공관에서 '9인 회의'를 열어 정국 해법을 모색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여당은 청목회 수사와 관련된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한 비난 여론 등을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8일 낮에는 박희태 국회의장과 김무성-박지원 원내대표 3자 오찬회동이 준비돼 있다. 박 의장 등은 검찰 수사에 대한 여야 의견을 조율한 뒤 정치권의 대응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야당의 반발은 갈수록 커지는 형국이어서 해법을 찾기란 쉽지 않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최고위원회와 의원총회를 잇따라 열고, 검찰 수사에 강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굳혔다.

특히 검찰이 법원으로부터 받은 압수수색 영장이 51건에 달한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추가 압수수색 가능성도 있어 민주당은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8일 오전에는 민주당과 야 4당 원내대표가 조찬 회동을 통해 공동 대응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태그:#청목회, #검찰, #압수수색, #민주당, #이회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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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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