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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준-한영숙-이애주로 이어지는 승무. 중요무형문화재 공개행사로 이애주 한판춤이 11월 10일 7시 서울 삼성동 중요무형문화재 전수회관 민속극장 '풍류'에서 열린다. 부제는 승무와 우리춤의 원류다. 류제신, 주연희, 김영희, 옹영신 춤꾼 등과 악사로 변남섭, 박근형이 나오며 관객들의 참여도 함께 이루어진다.

승무(僧舞)를 고깔 쓰고 장삼입고 추는 스님춤 정도로 간단히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애주 선생이 일컫는 승무는 보다 깊고 넓은 우주와 인간의 삶을 풀어내는 대승적 움직임에 닿아 있다. 그래서 중을 뜻하는 승(僧)보다 올라탈 승(乘)을 더 내세우기도 한다.  

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를 추고 있는 이애주
▲ 승무 한 장면 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를 추고 있는 이애주
ⓒ 박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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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동작이 천.지.인 동작으로 태초에 무극에서 음양이 갈라지는 형상을 표현한 것이지요. 천지인의 선사상, 한반도와 북만주 벌판에 한민족의 터가 성립될 때부터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는 서사시가 담긴 것이 승무입니다.'

춤은 춤꾼만 추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누구나 모태 양수에 떠다니며 균형을 잡으며 이미 춤을 추었다. 모든 생명 태동 자체가 춤이며 삶이 곧 춤이다. 오늘날 춤이 감각적이고 분절된 움직임으로 생명과 삶을 담지 못하고 전문가와 대중이 갈라서 있음은 안타까운 모습이다. 삶과 춤 사이에 벽이 쌓이고 기교에 갇혀 나들지 못하는 아쉬움을 넘어 춤의 근본을 찾고 살리려는 뜻이 공연을 앞두고 보내온 팸플릿에 실려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매일 매일 삶이 하나의 의례이고, 제의라고 봅니다. 춤을 추어오면서 몸짓은 어떻게 일어나는 것이고, 그 뿌리가 무엇인가를 생각해 봅니다. 끊임없이 숨쉬고 순간순간 움직거림이 춤의 바탕이며, 그것은 또한 마음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고난한 삶을 풀고 편안한 마음으로 다 같이 관(觀)으로 들어가 보면 어떨까요. 자 이제 마음을 열고 기운 돌아가는 대로 자유롭게 동참하시어 신명을 올리시길 바랍니다.

이애주 한판춤은 '제의'로 관객을 춤으로 끌어들인다. 그리고 끝자락에 바라를 치고 춤을 추면서 다시 관객과 한 덩어리가 되어 춤을 삶 속으로 풀어 신명을 오르게 한다. 그 사이, 우주 자연과 인간 삶의 진수인 다채로운 춤사위들이 영가무도, 본살풀이, 태평무, 산대본춤에 담겨 여러 춤꾼들과 함께 그려진다. 핵심은 삶과 생명이다. 서로 유기적으로 치고 막고, 맺고 풀고, 엎치고 뒤치고, 오르고 내리며, 밀고 당긴다.

모든 삶은 흙(음)으로 돌아가며 다시 하늘(양)기운을 받아 생명을 틔운다. 우리 춤의 태동은 우주 만물의 생성소멸과 닮았다. 광대무변한 우주질서에 겸허하고 경건하게 행하는 것이 인간이 깨우치는 도리다. 제의로서 오체투지, 3보일배, 절 따위들은 한갓 좁쌀보다 미약한 자신을 하늘아래 한 없이 낮추고 비우는 춤이다. 이를 통해 원초적 인간의 본성을 되살리고 자연을 살리고 생명을 살리려는 투지를 담는다. 하여 박노해 시인은 절을 '저를 드리는' 춤이라 했다.

음양과 5행의 조화를 바탕으로 고조선 때 추던 춤이다. 권효진, 정인호, 정수진, 안효정, 김혜진, 박정혜, 윤해경 등이 함께한다.
▲ 영가무도 음양과 5행의 조화를 바탕으로 고조선 때 추던 춤이다. 권효진, 정인호, 정수진, 안효정, 김혜진, 박정혜, 윤해경 등이 함께한다.
ⓒ 박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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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영가무도(詠歌舞蹈)로 들어간다. 먼저 음을 읊는다. 5장-간(肝)·심(心)·비(脾)·폐(肺)·신(腎) 에서 음-아-어-이-우 다섯 소리를 번갈아 낸다. 길게, 높게, 올리고, 내리고, 꺾고, 굴리면서 노래가(歌) 되고, 자리에서 일어나 뛰면 무도(舞跳)가 된다.  우리 민족은 음양과 오행의 조화로 사람들이 사는 세상은 물론 우주만물이 움직이고 있다고 여겨왔다. 이를 바탕으로 몸을 살리고 사람과 세상을 살리는 조화로운 깨우침이 곧 오행춤이다.

살풀이로 이어진다. 우리 춤의 움직임이나 드러나는 선의 아름다움을 대표하는 춤이다. 음악은 무속음악의 장단에서 가져온 것이고 그 이름도 살을 푼다는 의미가 있어 무속과 연결될 수 있지만 우리 춤의 정신과 내용을 모두 담고 있는 기본적인 춤이다. 그러므로 이 춤에서는 춤의 멋보다 규범이 우선하고 장단의 자유로운 풀이보다 장단의 정확함을 중시한다.

87년 시국춤을 추던 당시 모습
▲ 이애주 87년 시국춤을 추던 당시 모습
ⓒ 김영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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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에 생겨나 만물을 다스리며 얼르고 쏜살같이 내대며 휘감아 버리는 태평무' 인간의 염원은 행복이 가득한 평화스러운 삶에 있다. 앞서 소개된 모든 춤들의 바람 역시 그러하다. 이러한 큰 평화세상을 염원하는 춤이 바로 태평무(太平舞)이다. 삶의 한걸음 한걸음이 바로 태평무의 다채로운 발사위로 나타난다.

양주별산대놀이도 펼쳐진다. 서울을 중심으로 경기도 지방에 분포 전승되어 온 탈춤이 산대놀이다. 양주별산대놀이는 현재 그 구성이 8과장 8경으로 정리되어 연행되고 있다. 이번 춤판에서는 양주별산대놀이 전수조교 석종관 선생의 지도 아래 서울대 무용부가 산대놀이의 기본춤을 선보인다.

이애주 춤의 끌림은 우주적 삶에 뿌리를 박고 길어 올리는 현실감 넘치는 생기에 있다. 내 미는 손 끝에 하늘이 걸려있고, 내 딛는 발에 역사의 돌부리가 채인다. 우리 춤의 원류를 찾고 이를 다시 역동적으로 풀어내는 춤 꾼 이애주와 전수자들은 생명 근원의 춤을 살리고 나누려는 몸짓으로 오늘도 신명을 올리리라.

춤꾼 이애주  (1947)
  · 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예능보유자.
· 서울대학교 체육과 교수
· 1984년 '춤패 신'을 창단 〈나눔 굿〉·〈도라지꽃〉공연
·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 <바람맞이〉 공연
· 1996년 12월 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예능보유자로 지정
·  이후 아시아, 미국, 유럽등  30여 나라에서 수백 회 공연하여 전통춤을 세계에 알림
·  2007년에는 '이한열 열사 20주기 추모식'에서 '상생평화 춤' 공연
·  2003년 만해대상 수상

덧붙이는 글 | 관람 : 초대 형식으로 이루어집니다. (문의: 010-9035-1186, 010-8757-7801)
장소 : 중요무형문화재 전수회관 민속극장'풍류' - 서울. 강남구 삼성동 112-2 (02-566-6300)
일시 : 2010년 11월 10일 저녁 7시
전철 : 2호선,분당선-8번출구, 7호선 강남구청역-1번출구 (선정능, 라마다호호텔쪽 10분 걸음)
버스 : 4412.3219.472.4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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