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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적 중도 보수 노선으로 변화를 천명한 한나라당이 '부자감세 철회'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이를 철회하는 분위기다. '말장난'에 그칠 가능성도 점쳐진다.  

 

정두언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27일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 비공개 진행 부분에서 '부자감세' 철회를 주장했다. 회의 뒤 배은희 대변인은 "당에서는 이 제안을 받아들여 정책위에서 부자감세 철회에 대해서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 최고위원은 하루 전 보도자료를 통해 소득세와 법인세의 세율을 낮추는 감세정책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안상수 대표도 국회 원내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소득 하위 70%에 대한 복지'를 강조했고 개혁적 중도 보수 노선으로 변화를 천명해, '정책위 검토'를 소득세·법인세 감세 철회로 기정사실화하는 보도들이 이어졌다.

 

그러나 곧 '수습'이 시작됐다. 배 대변인은 정 최고위원의 감세 철회 요구와 이에 대한 안 대표의 반응·지시 내용에 대해 총 4번 수정했다. 최종본은 "정두언 최고위원의 고소득층 감세 철회에 대한 검토 요구가 있었고, 이에 대해서 공식 회의석상에서는 후속 절차에 대한 언급이 없었으며, 회의 종료 후 안상수 대표와 정두언 최고위원과 이종구 정책위부의장의 대화 중 안상수 대표가 이종구 정책위부의장에게 위 안건을 검토해서 보고서를 작성할 것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검토한다'가 '한 번 검토해볼 수 있다'는 수준으로 바뀐 것. 이같은 내용 변화에 대해 배 대변인은 "뉘앙스 차이를 헤아리지 못한 내 실수"라고 해명했다. 원희목 대표비서실장도 "제안 단계를 벗어나 검토 초입 단계에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정책위는 "소득세만 철회 검토"... 기재부 "감세정책 일관성 지켜야"

 

그러나 검토지시를 받아 이를 실행해야 할 정책위가 제안자인 정두언 최고위원의 제안 내용과 엇박자를 내고 있는 것을 보면, '감세 철회를 철회하는' 해프닝이 대변인의 단순 실수로 인한 일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날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 고흥길 정책위의장 대신 참석한 이종구 정책위부의장은 "정책위에서는 소득세에 대해서만 검토한다"고 밝혔다. 이 부의장은 "기업은 부자가 아니니까 '부자감세'라는 것에 기업에 대한 법인세가 포함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정두언 최고위원도 그 부분(소득세)에 대해서 (감세 철회를) 주장한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정책위는 법인세는 빼고 소득세에 대해서만 감세 철회 여부를 검토한다는 것인데, 하루 전 정 최고위원이 감세 철회를 주장하면서 소득세와 법인세를 동시에 언급한 것을 뻔히 알면서 정책 검토는 소득세에 한정한 것은 다분히 의도적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는 "소득세의 경우엔 부자들 세금 깎아주면 안 된다는 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돼 있으니 추진에 별 무리가 없고, 반대로 법인세의 경우엔 기업의 반발이 크고 당에 부담을 줄 우려가 있어서 그렇게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이 당직자는 이어 "기획재정부 장관 시절 고환율·감세정책을 주도했던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을 포함한 기획재정부 관료들의 강력한 반대가 있을 것으로 보이고, 당에서도 시장주의를 내세우는 의원들이 반발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기획재정부도 이날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을 밝힐 단계는 아니지만, 정책 일관성 측면에서 예정대로 최고세율을 인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부정적인 태도를 밝혔다.

 

정두언 "이 정부에서 시행도 안 할 감세로 '부자감세' 오해 살 필요 없다"

 

정 최고위원의 소득세·법인세 감세 철회 주장은 현행 소득세법과 법인세법에 2012년 소득분부터 소득세 최고세율을 35%에서 33%로, 법인세의 최고세율을 22%에서 20%로 낮추게 돼 있는데 이를 철회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2012년에 1.4조원(2013년 법인세 예납분), 2013년 2.3조원, 2014년 3.7조원씩의 재정 여유분이 생기고 이것을 2011년과 2012년에 앞당겨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정 최고위원은 "다가올 총선과 대선 과정에서 야당의 주요 공격 포인트는 '부자정권 종식'이 될 것이 분명하다"며 "이 정부에서 시행하지도 않는 소득세와 법인세의 최고세율 인하 때문에 굳이 '부자감세'라는 오해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태그:#정두언, #부자감세, #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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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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