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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목보일러를 설치한 이후 바케큐 요리를 하는 횟수가 늘어났다.
▲ 치킨 바베큐 화목보일러를 설치한 이후 바케큐 요리를 하는 횟수가 늘어났다.
ⓒ 장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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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와 단풍이 주는 가을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껴보지도 못했는데 갑자기 날씨가 추워졌다. 겨울이 눈앞에 성큼 다가온 느낌이다. 서민들에게 겨울이란 몸과 마음이 오그라드는 계절이다. 추운 날씨에 몸이 오그라들고, 난방비 걱정에 마음이 오그라든다.  

도시에서는 겨울이 되면 문 꼭꼭 잠그고 형편이 되는 대로 난방을 하면 그만이다. 보통 보일러는 연료로 석유나 가스를 소비하는데, 연료비가 올라서 보일러를 켜기 부담스러우면 전기 매트에 의지해 추위를 이긴다. 물론 전기매트로 사용할 여력이 없는 가정도 있을 것이다.

이럴 경우 겨울이 되기 전에 특별히 월동준비를 할 필요가 없다. 막상 해봐야 깨진 유리를 갈아 끼우거나 두꺼운 천으로 수도관 동파를 예방하는 정도다. 지난해까지 우리도 그랬다. 날이 추워지면, 빌라에 창문을 모두 닫고 전기매트에 의지해 겨울을 났다. 지난 겨울은 유난히도 추었지만 주택에 단열이 잘 되어있어서 그나마 무사히 겨울을 날 수 있었다.

보일러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른다. 이 굴뚝으로 인해 우리는 귀촌이 주는 살맛을 실감한다.
▲ 굴뚝 보일러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른다. 이 굴뚝으로 인해 우리는 귀촌이 주는 살맛을 실감한다.
ⓒ 장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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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수리하면서 오래된 기름보일러를 화목보일러로 교체했다. 설치비가 비싼 대신 연료비 부담이 없다.
▲ 화목보일러 집을 수리하면서 오래된 기름보일러를 화목보일러로 교체했다. 설치비가 비싼 대신 연료비 부담이 없다.
ⓒ 장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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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 후에는 겨울을 맞이하는 마음도 이전과 달라졌다. 날씨가 추워지기 전에 통나무 연료를 확보해서 추위걱정 없이 겨울을 날 수 있도록 월동준비를 해야 한다. 이사를 오면서 장작을 연료로 사용하는 화목보일러를 설치했기 때문이다.

집수리 계획을 세울 때 보일러는 여러 고민거리 중 하나였다. 일단 너무 오래 되어서 교체를 해야 하는데, 기름보일러로 할지 화목보일러로 할지가 고민이었다. 보일러를 시공하시는 분에게 의뢰했더니 기름보일러는 화목보일러에 비해 가격이 절반 정도에 불과하지만, 연료비가 많이 들고 화력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고, 화목보일러는 기름보일러에 비해 가격이 비싸고 샤워용 물을 급하게 사용하고자 할 때 다소 불리하다고 했다.

큰맘 먹고 화목보일러를 설치했다. 화목을 구할 수만 있다면, 연료비 부담이 전혀 없는 화목보일러의 장점 때문이었다. 보일러 가격 154만원에 연통과 배관에 50만원, 보일러실을 새로 만드는데 60만원이 들었다.

보일러를 설치하고 나니 연료를 구하는 게 급선무였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과수원에는 방풍수로 심어놓은 삼나무를 제거하는 이웃들이 많아졌다. 방풍수가 너무 크면 귤나무에 그늘을 드리워 과일의 당도를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마침 어릴 때 이웃에 살았던 동생이 올해 봄에 삼나무를 베어놓은 것을 과수원에 쌓아놓고 있으니 가져가라고 했다.   

그의 말에 트럭으로 나무토막을 실어 날랐다. 뒤뜰이 통나무가 쌓여갈 때마다 마음은 미리 훈훈해졌다. 겨울을 따뜻하게 날 수 있다는 안도감에서다.

뒷뜰에 통나무를 쌓아놓았다. 통나무가 쌓여갈 때마다 마음이 훈훈해진다.
▲ 통나무 뒷뜰에 통나무를 쌓아놓았다. 통나무가 쌓여갈 때마다 마음이 훈훈해진다.
ⓒ 장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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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화목보일러는 기대하지도 않았던 효용이 있었다. 보일러에서 장작이 타다 남은 숯을 요리에 사용하는 일이다. 애초 화목보일러를 구입할 때는 난방과 온수 사용만을 목적으로 했지, 요리는 염두에 두지도 않았었다.

보일러를 요리에 사용하겠다는 마음을 먹은 것은 생선을 구울 때 풍기는 냄새 때문이었다. 생선을 구울 때는 통풍이 잘 되는 집이라고 해도 집안에 냄새가 배게 마련이다. 우리 집처럼 오래된 집인 경우는 그 부작용이 심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고등어를 보일러 화구에서 구워보기로 했다. 고등어를 석쇠에 넣고 장작이 타다가 남은 빨간 숯불 위에서 구워봤는데, 결과는 정말 대성공이었다. 구울 때 기름기가 지글지글 소리를 내면서 숯불 위로 떨어지더니, 고등어는 구수한 냄새를 풍기면서 갈색으로 변했다. 후각과 시각만으로도 고등어의 감칠맛을 느낄 수 있었다.

화구에서 삼겹살을 굽는 모습이다. 요리를 하는데 보일러를 이용하면서부터 고기를 굽는 횟수가 늘었다.
▲ 삼겹살 화구에서 삼겹살을 굽는 모습이다. 요리를 하는데 보일러를 이용하면서부터 고기를 굽는 횟수가 늘었다.
ⓒ 장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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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구이에 성공한 다음 삼겹살, 치킨도 차례로 구워봤다. 대체로 만족스러웠다. 다만 치킨의 경우는 너무 두꺼워서 속살이 익어가는 동안 바깥부위가 타버리는 문제가 있었다. 고기 장사를 하는 친구가 "석쇠에 은박지를 깔고 치킨을 올려놓으라"고 조언했다. 그의 말대로 했더니 역시 성공적이었다.

큰맘 먹고 구입한 화목보일러는 귀촌생활을 더욱 풍요롭게 했다. 겨울이 다가와도 연료비 걱정을 덜어줬고, 구이를 할 때 집안에 연기와 함께 냄새가 배는 일이 없어서 좋다. 그리고 사서 먹는 음식인줄만 알았던 바베큐 요리를 자주 직접 해 먹을 수 있는 것이 무엇보다도 즐거운 일이다.

언제나 도시인들에게는 아파트가 주요 관심사라고 한다. 빚을 내서 아파트를 샀다가 떼돈을 벌었다는 이들도 있고, 쪽박을 찼다는 이들도 있다. 모든 걸 걸고 비싼 아파트에 입성한 이들은 과연 난방은 제대로 하며 겨울을 나는지 의문이다. 우린 시골에서 겨울을 따뜻하고 재미있게 날 모든 준비가 되어있는데.


태그:#망장포, #화목보일러, #바베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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