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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좌클릭'을 공식 선언했다. 당의 이념적 정체성을 보수에서 중도로 한 발짝 옮기겠다는 것이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26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통해 "한나라당은 더불어 잘 사는 사회를 활짝 열기 위해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자 한다"며 "개혁적 중도 보수 정당으로 거듭나겠다"고 선언했다.

 

안 대표는 "현재 한나라당은 개혁적 중도 보수 노선을 바탕으로 하는 '새로운 한나라당'의 미래 청사진을 만들고 있다"며 "당의 강령을 중도 개혁의 가치를 표용하는 방향으로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늦어도 내년 3월까지 중도 보수의 가치를 담은 가칭 '한나라당 개혁 플랜'을 제시하겠다"고 못 박았다.

 

대표적인 개혁적 중도 보수 정책으로는 '70% 복지'를 제시했다. 안 대표는 "고소득층까지 아우르는 보편적 복지보다 서민과 중산층을 포함한 '70% 복지'를 목표로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며 "70% 복지 시대를 여는 개혁적 중도 보수 정당으로 국민 앞에 다시 서겠다"고 밝혔다. 복지 사각지대를 줄여나가겠다고 강조하면서도 민주당의 보편적 복지 노선에는 선을 그은 것이다.

 

안 대표는 대·중소기업 상생도 강조했다. 그는 "1997년부터 2007년까지 중소기업에서 독립적 대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이 불과 3곳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반증하고 있다"며 "중소기업이 동반성장해야 서민들이 더 많은 기회를 누리고 기업이 선진화돼야 경제의 선순화 구조가 확립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북 정책에 대한 유연한 접근 의지도 밝혔다. 안 대표는 "이제 냉철하게 북한 정권과 동포를 분리 대응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며 "북한 정권에 대한 불신과 분노에도 불구하고 북한 동포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민족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더 포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전반적인 대북정책 기조에 대한 정부 차원의 신중한 검토를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안 대표가 '개혁적 중도 보수' 노선을 천명한 것은 2012년 총선과 대선에 대비한 외연 확대 전략으로 풀이된다. 전통적 지지층인 보수층은 물론 선거의 승패를 가를 중도까지 껴안겠다는 것이다.

 

특히 6·2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등 야당들이 무상급식 등 보편적 복지로 서민과 중산층의 표심을 파고든 것에 대한 맞대응 성격도 있다. 민주당은 10·3 전당대회에서 당 강령에서 '중도' 노선을 폐기하고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을 명시했다. 민주당이 진보 노선 강화를 통해 진보적 유권자까지 겨냥하면서 한나라당으로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 됐다.

 

이미 한나라당 내에서는 홍준표 최고위원이 야당 못지 않은 서민 정책들을 쏟아내면서 친서민 드라이브를 강화하고 있다.

 

안 대표는 "성장과 분배를 조화롭게 추진할 것"이라며 "국가 정체성을 지키고 시장경제와 대한민국 선진화를 지향하는 합리적 중도 보수 세력을 규합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보수 노선 폐기에 대한 반발도 존재해 이날 한나라당의 '중도 선언'이 현실화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물음표가 달린다는 평가다.

 

야당들도 일제히 안 대표가 들고 나온 '개혁적 중도정당론'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논평을 냈다.

 

전현희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안상수 대표가 말한 더불어 잘 사는 사회는 구호만 요란하고 실체는 없는 무늬만 더불어 잘 사는 사회"라며 "한나라당이 진정으로 중산층과 서민을 위하고 더불어 잘 사는 사회를 원한다면 지금이라도 4대강 예산을 삭감하고 서민 복지 예산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안 대표의 연설은 4대강 예산은 단 한 푼도 서민복지 예산으로 돌릴 수 없다는 오만과 독선으로 점철된 연설"이라며 "18대 국회 첫해부터 부자감세를 날치기 처리한 한나라당은 서민복지를 말할 자격이 원천적으로 박탈된 정당"이라고 비판했다.

 

심재옥 진보신당 대변인은 "서민들의 삶을 나락으로 떨어지게 만든 국정실패에 대해 일말의 반성을 찾아볼 수 없는 아전인수식 연설"이라며 "부자감세 철회와 4대강 사업 중단을 통해 그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용경 창조한국당 의원은 "복지 사각지대를 줄이겠다면서도 취약계층을 위한 예산비중은 2008년 15.6%에서 계속 줄어 내년에는 11.5%이고, 경제적 공정의 확립에 주력하겠다며 기업형 슈퍼마켓(SSM)을 규제하자는 유통산업발전법과 대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법의 동시처리는 반대하고 있다"며 "안상수 대표의 연설은 온갖 미사여구를 집대성했지만 감동이 없다"고 지적했다.


태그:#한나라당, #안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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