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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이 '김정은 후계' 구도를 특종보도한 탈북자 출신 기자에 대해 '대공용의점'을 두고 내사한 뒤  인사발령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신동아> 11월호 목차. <심층취재 하나원 근무자 줄줄이 실직, '김정은 후계' 특종기자는 석연찮은 휴직>이란 기사 제목이 보인다.
<신동아> 11월호 목차. <심층취재 하나원 근무자 줄줄이 실직, '김정은 후계' 특종기자는 석연찮은 휴직>이란 기사 제목이 보인다. ⓒ
<신동아> 11월호는 '새터민은 잠재적 간첩?…분노하는 탈북자 사회' 기사에서 '김정은 후계 특종기자의 석연찮은 휴직' 상황을 전했다. 이 기사는 '1996년 고위관료였던 남편과 함께 한국으로 망명한 최 기자는 평양에서 기자로 일했던 경험을 인정받아 탈북 직후부터 서울의 중앙언론사 북한관련 부서에서 언론인 생활을 이어왔다'고 전하면서, 이름 전체와 소속언론사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 기사에서 밝힌 '최 기자'는 <연합뉴스>의 최선영 기자로 그는 지난해 1월 15일 '정보 소식통'을 인용해 "北 김정일, 3남 정은 후계자 지명" 사실을 특종보도했고, 이 기사로 관훈언론상 등을  받았다. 최 기자는 1996년 아프리카 잠비아 주재 북한대사관 3등서기관으로 근무하던 남편 현성일씨와 함께 한국으로 망명했다.

최 기자는 망명 뒤 <연합뉴스>에 자리를 잡았고, 현성일씨는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소에 들어갔다(국가안보전략연구소는 사단법인이지만 최근 사망한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가 이 연구소 상임고문을 지낸 것에서 알 수 있듯, 여전히 국정원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최 기자는 이후 북한전문기자로 확실하게 인정받았지만, 지난 5월 북한 관련 데이터베이스 담당부서 배치 발령을 받았다. 형식은 부장으로 승진하는 것이었지만 비취재 부서였기 때문에 북한 관련 기사를 계속 쓰기 원했던 최 기자는 이를 거부했다. 그러나 회사는 인사방침을 유지했고, 그는 휴직원을 내고 휴직에 들어갔다.

"정보당국에서 주변인사들에게 '대공용의점' 거론하며 묻고 다녀"

<신동아>는  "최 기자가 인사발령에 석연치 않은 배경이 있음을 확신하게 된 것은 이후 확인한 일련의 정황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면서 "정보당국에서 주변인사들에게 '대공용의점'을 거론하며 북한 내부소식통과의 접촉 현황 등을 묻고 다녔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기사는 이와 함께 국정원이 최 기자를 조사했고, 인사에 개입한 '정황' 두 가지를 더 소개했다.

"남편이 몸 담고 있는 국정원 산하연구기관의 책임자가 부부동반 여행을 위해 출국을 보고하러 간 남편에게 '어차피 최 기자가 국정원 내사를 받고 있어서 출국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이 첫 번째다. 기사는 이와 관련해 "최 기자측에서는 국정원 관계자에게 '이는 언론인 사찰이며 묵과할 수 없는 심각한 사안'이라며 엄중히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밝혔다.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남성욱 소장이 현성일씨에게 부인인 최 기자가 국정원 내사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2010년 1월 11일 관훈언론상 수상 소식을 보도한 <연합뉴스> 인터넷판. "'北 김정일, 3남 정은 후계자 지명' 최초 보도로 27회 관훈언론상을 수상한 연합뉴스 북한부 최선영 부장대우"라고 소개하고 있다.
2010년 1월 11일 관훈언론상 수상 소식을 보도한 <연합뉴스> 인터넷판. "'北 김정일, 3남 정은 후계자 지명' 최초 보도로 27회 관훈언론상을 수상한 연합뉴스 북한부 최선영 부장대우"라고 소개하고 있다. ⓒ

이와 관련해 현씨가 '내사'에 대해 극력 항의하면서 이 내용을 외부로 알린 것에 대해 남 소장이 경위서를 요구했고, 이에 따라 현씨가 남 소장의 '내사'관련 발언 등을 포함한 경위서를 작성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또 남 소장이 내부 실장단 회의에서 '내사' 관련 발언을 했다는 말도 있다.

이에 대해 남 소장은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국정원의 내사여부는 나로서는 알 수 없는 사안이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한 자체가 없다"면서 "현 연구원의 부부동반 여행은 최 기자가 일본의 정경조사회라는 단체의 초청을 받아가는 것이었는데, 일본이 납치문제와 관련해 북한이탈 인사들에게 정보확보 욕구가 크다는 점에서 보안문제가 우려됐고, 해외출국 보고시점보다 늦게 알려왔기 때문에 불허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위서'에 대해서는 "현 연구원이  반발하고, 최 기자쪽에서 국정원쪽에 항의를 해온 상황에 대해 사유서를 받은 것"이라면서 "이후 실장회의에서 이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최 기자가) 기사작성 부서로의 복직을 요구할 때 면담한 회사간부가 '조만간 국정원 최고위측의 인사변동이 있을 듯한데 이것만 마무리되면 복직이 가능할 것이므로 잠시만 기다리면 된다'고 이야기했다는 것"이 두 번째 정황이다.

'물 먹은' 국정원, 최 기자 주저앉히려 했다?

국정원의 내사가 사실이라면, 적지않은 북한 전문매체들이 중국 핸드폰으로 북한 내부 소식통과 연결해 각종 내부뉴스를 전하는 상황에서 왜 하필 최 기자가 타깃이 된 것일까.

"지난해 이후 북한의 굵직한 변동이 정보기관보다 언론보도를 통해 먼저 확인되는 일들이 이어지자 청와대와 국회 정보위원회를 중심으로 '국정원의 무능'을 강하게 질타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이어져 왔다"는 것이 이 기사의 분석이다.

즉, 언론에 '물 먹은' 국정원이 최 기자를 주저앉히려 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탈북자들 사이에서는 (최 기자 사건과 하나원에서 일하던 탈북자들이 한꺼번에 실직당한 일련의 사건 등이) 원정화 간첩사건을 계기로 확산된 '탈북자는 잠재적 간첩'이라는 인식과 관계가 깊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국정원은 최 기자에 대한 내사와 인사발령 개입여부에 대한 질의에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으며, 박노황 <연합뉴스> 편집국장도 최 기자의 휴직에 대해 "김정은 보도와 관련된 것이 아니며, 회사 내부의 일이기 때문에 외부에 언급할 사안이 아니다"고 밝혔다.

당사자인 최 기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노 코멘트"라면서 "다만 한국에 와서 내가 할 줄 아는 것은 북한 기사 쓰는 것밖에 없는데 그걸 할 수 없으니 휴직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탈북자#김정은 후계 특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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