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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윤정은 작가 윤정은(한국도서문화연구소 소장)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었던 철학이란 뿌리와 삶이란 살결을 더듬는 <내 철학의 뿌리는 내게 있다>를 펴냈다
작가 윤정은작가 윤정은(한국도서문화연구소 소장)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었던 철학이란 뿌리와 삶이란 살결을 더듬는 <내 철학의 뿌리는 내게 있다>를 펴냈다 ⓒ 이종찬

 

수많은 책을 들고 읽다, 어느 날 문득 철학에게 마구 덤벼들며 반란 혹은 새로운 세상으로 가는 물꼬를 찾는 젊고 예쁜 여자가 있다. 그는 책을 읽으며 새로운 세상으로 여행을 하며 내 삶은 누군가가 정해준 대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살아가는 것이 참 '자유'라는 것을 깨친다. 마치 책이 없으면 스스로도 없다고 여기는 것처럼.

 

그가 작가 윤정은이다. 그는 철학이란 뿌리는 책읽기라고 못 박는다. 왜? 책이야말로 삶을 여행하기 위한 둘도 없는 벗이자 스승이기 때문이다. 그는 철학이란 거창한 무엇이 아니라고 여긴다. 그는 요즈음 종합베스트셀러 1위를 오랫동안 꿰차고 있는, 하버드대 교수 마이클 센델이 쓴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코웃음을 픽 날린다.

 

정의도 철학처럼 무슨 거창한 것도 아닌데 갑자기 사람들이 '정의'에 대해 포옥 빠져 사는 모습이 '꼴(?) 사나워' 보이기 때문이다. 그는 "개똥철학" 혹은 "개똥정의"일지라도 스스로 가진 믿음만 있다면 곧 철학이 되고, 정의가 될 수 있다고 굳게 믿는다. 그가 사실 그렇게 믿는 뿌리는 결국 책읽기 때문이다.     

 

그는 말한다. 철학이든 정의이든 "굳이 책이 아니어도 잡을 수 있다"고. 그는 철학이나 정의는 "요리일 수도 있고, 운동일 수도 있고, 컴퓨터일 수도 있고, 기타를 튕기거나 피아노일 수도 있고, 그림일 수도 있"다 생각한다. 하지만 그 자신에게 있어서는 철학이나 정의가 책읽기에 있었다는 것이다.    

 

얼굴만 이쁘면 뭐해? 마음이 지지리도 못났는데...

 

"나는 참 못났다. 지지리도 못났었다. 못났었기 때문에 책을 읽고, 글을 썼다. 어려서 조부모님 손에서 크며 '천자문 외기'를 배우며 시작된 '독서'가 없었다면 지금까지 버텨올 수 없었다. 학교에 들어서면서 부족한 사회성과 호감형이 아니었던 성격 탓에 친구들이 없어 늘 외로웠고 -집에 돌아오면 아무도 없는 텅-빈 집에서 중학교에 다니는 큰언니가 읽던 '책'을 벗 삼아 시간을 태워버렸다."

- '책을 벗 삼아 시간을 태우다' 몇 토막

 

책과 벗 삼아 살고 있는 작가 윤정은(한국도서문화연구소 소장)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었던 철학이란 뿌리와 삶이란 살결을 더듬는 <내 철학의 뿌리는 내게 있다>를 펴냈다. 이 책은 "책은 유희이자 살고 싶게 하는 육감적인 유혹이며 삶이자 여행"이라는 글쓴이 생각이 오래 삭인 된장과 간장처럼 짭쪼롬하면서도 달착지근하게 녹아 있다.

 

'나는 책을 통해 여행을 한다'는 덧글이 붙은 이 책은 모두 4부로 나뉘어져 있다. 제1부 '철학적 사유로 가는 도피와 방황' 7꼭지, 제2부 '인풋이 아웃풋을 살찌운다' 7꼭지, 제3부 '나는 은따가 싫어 글에 빠졌다' 7꼭지, 제4부 '철학적 사유로 보헤미안 가는 길' 7꼭지에 담긴, 책을 통한 '윤정은 생각으로 말하는 철학' 이야기 24꼭지가 그것.

 

18일(월) 낮에 만난 윤정은은 "'책'속에는 비루하고 남루한 지금의 나와는 다른, 온갖 세상들이 펼쳐졌고, 새로운 경험과 이야기들이 있었다"고 말한다. 그는 "책속에 있는 그들만은 나처럼 보잘 것 없는 아이도, '노력'과 '열정'으로 꿈을 포기하지 않고 견딘다면, 그들처럼 될 수 있다고 말해주었다"며 "애인 없이는 살아도 책 없이는 살 수 없다"고 픽 웃는다. 

 

그는 "하도 외로워서 책을 읽었고, 하도 외로워서 시를 썼으며, 하도 외로워서 철학에 포옥 빠졌다"며 "스무 살, 성인이 되었을 때 어차피 취미에도 없던 공부였기에 사회생활을 먼저 시작하며 경제적인 독립을 했다. 문제는 사회에서도 제대로 된 조건이나 스펙이 갖추어져 있지 않았기에 부족함의 핸디캡을 극복하고자 애 끓이며 책을 읽었다"고 못 박았다.

 

바일을 읽으며 마침내 바일을 캐고 나를 캔다

 

작가 윤정은 <내 철학의 뿌리는 내게 있다> 이 책은 “책은 유희이자 살고 싶게 하는 육감적인 유혹이며 삶이자 여행”이라는 글쓴이 생각이 오래 삭인 된장과 간장처럼 짭쪼롬하면서도 달착지근하게 녹아 있다.
작가 윤정은 <내 철학의 뿌리는 내게 있다>이 책은 “책은 유희이자 살고 싶게 하는 육감적인 유혹이며 삶이자 여행”이라는 글쓴이 생각이 오래 삭인 된장과 간장처럼 짭쪼롬하면서도 달착지근하게 녹아 있다. ⓒ 이종찬

"내 독서의 시작은 천자문과 역사서와 백과사전과 고전문학이었다. 하지만 철학, 종교, 음악, 미술, 여행, 과학, 경제, 경영, 시, 소설, 만화, 잡지, 실용 등 다방면으로 독서분야를 넓히며 내공을 쌓아온 덕분에 글을 쓸 수 있는 접점을 만났다. 이처럼 유리형함수와 해석곡선과의 관계를 규명한 독일 태생의 헤르만 바일(Herman Weyl1881~1955)은 철학과 음악을 통해 내공을 쌓았다." -"책이라는 '인풋' 통해 책이라는 '아웃풋'으로" 몇 토막 

 

28세란 젊은 나이에 취리히 공과대학 교수가 되었던 바일은 천재 수학자로 불리는 아인슈타인과 벗이자 라이벌이었다. 1915년에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원리를 발표하자 바일은 상대성이론와 미분기학학을 통합하여 통일장이론을 세워 강의했다. 그는 이를 바탕으로 1918년에 <공간, 시간, 물질>이라는 책을 펴냈고, 이 책은 곧 과학분야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로부터 10년 뒤, 하이젠베르크가 <양자역학>을 창시하자 바일은 3년 뒤에 <군론과 양자역학>을 펴내 양자역학에 따른 수학적 기초를 다진다. 바일은 '내게 있어 표현과 형식이란 지식과 똑같은 중요성을 갖는 것'이라며, 수학자가 지닌 무미건조함과 단조로움에서 빠져 나와 수학적 이론 속내를 언어로 끌어내는 데 땀을 쏟았다.

 

바일은 수학자였지만 철학과 문학, 예술을 즐기며 많은 책을 즐겨 읽었다. 그는 괴테나 릴케가 쓴 감성적인 시, 니체가 쓴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등과 같은 책들을 자식들에게 읽어주는 것을 참 좋아했다. 수학과 시가 하나라고 생각하며 형식주의보다는 직관주의에 기댔던 바일.

 

윤정은은 '바일'이란 호미를 들고 스스로 삶을 캐며 철학이란 뿌리까지 캔다. 우리는 사실 아인슈타인은 잘 알아도 바일은 언뜻 떠올리지 못한다. 윤정은도 첨엔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바일을 읽으며 마침내 바일을 캐고 나를 캔다. 그가 '내 철학의 뿌리는 내게 있다'고 말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책은 사고(철학)를 도와주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

 

"식사시간을 훌쩍 넘긴 터라 사람이 붐비지는 않았다. 식당 하나를 골라 '1인분도 되나요?' 물었더니 친절히 들어오라신다. 한상을 차지하고 앉았는데, 닭갈비를 볶아주시는 분이 황송하게도 할머니다. '왜 혼자 왔어~ 누구 하나 달고 오지' 하며 간도 맞춰 주고, 익을 때까지 보살펴 주시는데 여럿이 식당에 왔을 때와는 다른 감동이 밀려온다."

- '나는 나만의 사고로 사유한다' 몇 토막

 

윤정은은 할머니 말씀에 마음이 팍팍해서 울컥 눈물이 나오려 해서 메인 목으로 닭갈비를 먹고 나와 걷다가 '춘천낭만시장' 앞에 선다. 시장 안으로 들어가 상인들과 시민들이 어우러진 삶의 풍경들을 바라보니 홍상수 감독이 쓰는 영화컷 안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다. 거리에 앉아 나물을 파는 할머니, 과일 리어카 위에서 꾸벅꾸벅 조는 아주머니, 참외를 파는 할아버지와 참외를 사려 흥정하는 할아버지... 

 

윤정은은 그 시장에서 사진을 찍으며 한참 돌아다닌다. 그 뒤 소양댐까지 보러 가려다 피로가 밀려와 다시 서울로 돌아가기 위해 시외버스터미널로 간다. 근데, 가만히 보니 버스터미널에서 청소하시는 분도 할머니였고, 안내소에서 관광 안내를 하시는 분도 할아버지다. 윤정은은 그때 '저 분들은 얼마나 많은 일들을 겪으며 살아내셨을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문득 책 한 권이 또 떠오른다.

 

춘천에서 만났던 청년 같은 그 어르신들처럼 LG CNS의 최고경영자였던 한국소프트웨어세계화위원회 위원장과 (주)프리씨이오 명예회장인 김영태는 고희를 훌쩍 넘은 나이에 6권짜리 <환단의 후예>라는 역사소설을 펴냈다. 이 역사소설은 김영태 회장이 선사시대부터 신라통일시대까지에 걸친 신화와 사료를 토대로 10여 년에 걸쳐 동북아지역을 답사하고 한, 중, 일 3개국을 돌며 자료수집과 구상과 집필을 한 노력과 땀이 배어 있는 책이다.

 

윤정은은 "그가 평생을 두고 치료를 위해 몸부림치다 2006년 드디어 칠순이 넘은 나이에 허리를 펴는 수술에 성공했다는 기사를 읽다, 내 눈에도 눈물이 맺혔다"고 적는다. 그리고 "공공연하게 조롱을 받았으면서도 버티며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뛰어난 업무역량을 발휘했던 김영태 회장의 강직함에 '과연 나라면?'이라는 의문이 들었다"고 쓴다.

 

"과연 나라면 그처럼 이유 모를 신체장애에도 굴하지 않고 사람들 앞에서 떳떳할 수 있을까?"라고 스스로 되짚어보는 독서광 윤정은. 그가 말하는 '내 철학의 뿌리'는 결국 책에 있다. 그는 "글에는 힘이 있고 책에도 힘이 있다"며 "글은 생각이 되어 행동으로 나타나고 책은 사고(철학)를 도와주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고 매듭짓는다.

 

작가 윤정은 ‘나는 책을 통해 여행을 한다’는 덧글이 붙은 이 책은 모두 4부로 나뉘어져 있다.
작가 윤정은‘나는 책을 통해 여행을 한다’는 덧글이 붙은 이 책은 모두 4부로 나뉘어져 있다. ⓒ 이종찬

 

"억울하다고 가슴만 치는 바보가 되지 말자"

 

"어느 날 고민으로 새벽 3시까지 밤을 지새우다 결국 그 고민을 잊기 위해 잠들었다가 새벽 6시에 눈이 절로 번쩍 떠졌다. 그때 웹서핑을 하다 발견한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아포리즘 한 문장이 온몸을 휘감았다. '삶에는 어떤 결정적 순간이 있는 것이 아니고, 인생의 모든 순간이 결정적 순간이다-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결정적 순간'이라는 사진 개념으로 이름을 날린 20세기 프랑스 사진작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은 아흔이 넘는 나이까지 그 어떤 '결정적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라이카 카메라'와 하나가 되어 사진을 찍어온 사람이다. 윤정은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을 떠올리며 이렇게 외친다. "그는 내게도 그가 들고 다녔다는 빨간 똑딱이 'Leica'라는 로고가 선명한 카메라를 동경하게 만든 인물"이라고.

 

작가 윤정은이 펴낸 <내 철학의 뿌리는 내게 있다>는 책은 곧 역사요, 책은 곧 우리들 삶이자 책은 곧 이 세상 모든 것이며, 책은 곧 철학을 낳는 어머니라는 사실을 스스로 책읽기란 체험을 통해 깨닫게 해준다. "내게는 생명보존을 위한 구급약이 책이었다. 꿈을 포기하고만 싶은 그런 날에는 책을 펼치자"라는 그 말처럼 그렇게.

 

누리꾼 partyjjung은 '보헤미안으로 살고 싶은 1인, 말할 자유를 위해 책을 읽는다'라는 덧글에서 "배고픈 자가 땅 파랬다고, 아쉬우면 내가 말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챙겨야 하는 것"이라며 "이 책을 읽으며 억울하다고 가슴만 치는 바보보다 지식을 쌓고, 철학적 사유를 통해 할 말을 자유롭게 하면서 살 수 있는 표현력과 언어력을 길러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썼다.

 

누리꾼 creepm은 '날자, 날자, 날개를 달고 날자꾸나!'란 제목을 단 덧글에서 "서점으로 가서 이 책, 저 책을 잔뜩 쌓아놓고 뒤적거리다 신간코너에서 이 책을 발견했다"며 "하늘을 훨훨 날고 싶은 지금의 나처럼 양팔을 가볍게 뻗어올린 손끝에 눈길이 갔다. 무심코 책장을 펼쳤고 서문에서부터 눈을 뗄 수 없었다. 젊은날에 인생에 대한 환멸과 환희를 동시에 느꼈고, 자신의 철학을 찾아가기 위해 세상에서 발 붙이기 위해 책을 읽으며 살고 싶게 만들어주는 육감적인 유희이자 유혹이 책"이라고 적었다.

 

작가 윤정은은 <한국독서문화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으며, 동서식품 맥스웰 향기에 문화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mbn <라디오 책을 만나다>와 한국경제TV 등에 출연했으며, 펴낸 책으로는 <20대 여자를 위한 자기발전노트>, <하이힐 신고 독서하기>, <그림에서 만난 나의 멘토>, <20대에 꼭 만나야 할 50인> <20대의 만남이 인생을 결정한다> 등이 있다.


내 철학의 뿌리는 내게 있다 - 나는 책을 통해 여행을 한다

윤정은 지음, 북포스(2010)


#윤정은#내 철학의 뿌리는 내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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