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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14일 "대통령을 해보니 권력이 너무 대통령에게 집중돼 있더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 보도를 전면 부인했다.

 

<동아일보>는 이 대통령이 최근 여권 핵심 인사들에게 ▲ 대통령은 외교 등 국제 문제를 주로 맡고 복지·행정 등의 국내 문제는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게 바람직하고 ▲ 현행 헌법 하에서 책임총리제는 한계가 있다 ▲ 대통령에게 너무 권력이 집중돼 있으면 권력이 바뀔 경우 이전 정부의 성과가 평가절하되기도 쉽다는 취지의 말과 함께 개헌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오후 브리핑에서 "대통령은 그런 발언을 어떠한 자리에서도 한 적이 없다"고 전면 부인했다. 김 대변인은 "청와대나 대통령이 언급되는 기사가 나올 때는 공식적인 확인 절차를 거쳐달라"고 덧붙였다.

 

청와대의 다른 관계자들도 "기사에 청와대 측의 설명은 전혀 없고 여당이나 정부 부처에서 나온 얘기만으로 쓴 기사 같더라", "대통령의 의중을 제대로 담은 기사인지 모르겠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청와대의 핵심관계자는 개헌의 3대 요건으로 ▲ 여당 내 합의 ▲ 야당의 협조 ▲ 국민의 관심과 지지를 꼽았다. 3가지 조건 중 한두 가지만 갖춰도 개헌 논의를 어느 선까지 추진할 수는 있지만, 하나라도 빠지면 개헌 완료는 불가능하다는 논리다.

 

여당에서도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기본적으로 국민이 개헌에 관심이 없고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정두언 한나라당 최고위원)는 의견이 나왔고, 박근혜계의 서병수 최고위원도 여야의 '개헌 빅딜론'에 견제구를 날린 상태다.

 

핵심관계자는 "대통령이 개헌 방향에 대한 생각을 밝히고 그걸 실행하는 순간 개헌은 물거품이 된다"는 말도 했다. 대통령에 대한 호불호로 정파 간 대립이 첨예화되는 지형에서 대통령이 개입하는 순간 모든 현안이 '정치 게임'으로 변질된다는 얘기였다.

 

개헌에 대한 대통령의 공식 입장은 "필요하다면 개헌도 국회에서 논의할 수 있다"(8월 15일 광복 60주년 경축사)는 것이다. 국회에서 개헌을 합의하면 하고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국회의 선택을 존중한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왜 청와대와 여당이 개헌에 강한 의지를 가진 것처럼 비칠까?

 

청와대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재오 특임장관의 개헌 드라이브가 너무 심한 것 같다"고 이 장관을 논란의 진원지로 지목했다. 이 장관이 정치 전면에 복귀한 뒤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넓히고 개헌을 자신의 성과로 삼을 요량으로 '개헌 전도사'로 나섰다는 얘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연내에 개헌을 발의하면 내년 3월에 국민투표가 가능하다"는 이 장관의 발언에 대해서도 "걸음마도 떼지 않은 아기에게 '몇 살 되면 마라톤에도 나갈 수 있다'고 얘기하는 것과 뭐가 다르냐"고 반문했다.

 

다만 "개헌 논의가 진전된다면 대통령이 분권형 개헌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얘기들이 청와대 내에서 계속 흘러나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의중이 공론화될 경우 '차기 대통령'으로 유력한 박근혜 전 대표 측이 '박근혜 힘 빼기'라고 반발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청와대로서도 이 문제를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청와대의 의중과 상관없이 개헌 얘기는 계속 나오겠지만, 청와대가 논의의 축으로 나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태그:#이명박, #이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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