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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병원 자동 혈압기 혈압기 마다 다른 수치가 나왔습니다. 혈압기는 정상인데 제 몸이 비정상 일까요?
▲ 대학병원 자동 혈압기 혈압기 마다 다른 수치가 나왔습니다. 혈압기는 정상인데 제 몸이 비정상 일까요?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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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엔 대기업이 많습니다. 언제부턴가 정규직은 안뽑고 비정규직만 뽑습니다. 10년 다니던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에서 정리해고 당하고 나니 먹고 살길이 막막했습니다. 인터넷 직장 알선 사이트에 등록을 해두었습니다. 그 정보를 보고 대기업 하청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면접 좀 보자"고 해서 가보았습니다. 울산 동구지역에 있는 대기업 중공업체 하청업자를 만났습니다. 이것저것 물어 보더니 "우리 회사는 건강진단서가 있어야 한다" 면서 서류를 준비해오면 채용하겠다고 했습니다.

이력서 2통, 사진 2매, 등·초본 2통, 건강진단서. 서류는 그랬습니다. 중공업이라 무거운 것 드는 일이 많고 해서 허리가 건강해야 하고 혈압이나 당뇨도 있으면 안된다고 했습니다. 저는 다른건 다 괜찮은데 혈압이 문제였습니다. 혈압이 몇 년전부터 140 이상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생활하는 데는 별다른 지장이 없습니다.

11일 오전 9시에 면접보고 10시경 바로 앞 병원으로 갔습니다. 동구지역에서 유일한 대학병원이었습니다. 건강진단서는 "보건소나 일반 병원에서 뗀 건 인정하지 않았고 꼭 지정해 주는 병원에서 떼어와야 한다"고 했습니다. 대학병원 건강진단서 발급 받는 곳으로 가보니 사람들이 많아 북적거렸습니다. 거기 온 대부분 사람들이 중공업 하청에 취직하기 위해 건강진단서를 발급 받으려고 검진을 받고 있었습니다.

저도 접수를 했습니다. 10만 5000원을 달라고 했습니다. 만일 건강진단서가 잘못 나와서 하청업자가 저를 채용해 주지 않으면 저는 10만 5000원만 날리게 되는 것입니다. 혈압이 좀 떨어진 채 건강진단서가 발급되기를 바라면서 차례를 기다렸습니다. 키 재고 몸무게 달고 시력, 청력, 근력 보고 심장은 좋은지, 폐활량은 괜찮은지 검사를 했습니다. 피도 뽑고 소변 검사도 했습니다.

혈압을 재러 갔습니다. 혈압은 자동 기계식으로 쟀습니다. 오른쪽 팔을 혈압 재는 기구에 넣고 작동 단추를 누르니 잠시 후 삑 하는 소리와 함께 혈압 수치가 나왔습니다. 155였습니다. "너무 높으니 잠시후 다시 재봅시다"고 간호사가 말했습니다. 잠시 쉬다 가서 다시 재보니 141의 수치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간호사는 다른 분과 이야기를 나눈다고 그 수치를 못 보았습니다. 혈압을 재고 나서 앉아 있으니까 간호사가 "변창기씨 혈압 다시 재 봅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쟀습니다. 혈압 수치가 148이 나왔습니다. 간호사는 바로 기록지에 148이라고 적어 버렸습니다.

"간호사님 좀 전에 141이 나왔는데 왜 이번에 나온 148을 적습니까?"

간호사는 "그건 제가 못봤어요"라고 말했습니다. 황당한 일 다 보겠네요. 재보라 해서 혈압 잴 때는 안보고 그리 말하는 건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허리 엑스레이를 찍고 건강검진 순서는 끝났습니다. 그리고 내일(12일) 오후 4시 30분에 다시 오라고 했습니다. 그때 건강진단서가 발급 된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 자동 기계 혈압계를 신뢰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동네 보건소에 가 보았습니다. "혈압이 높아 약 받아 먹으러 왔다"고 하니 혈압을 잽니다. 141 수치가 나왔습니다. 그 혈압 재는 장치는 수동이었습니다. 팔뚝에 혈압 보자기를 두르고 손으로 꾹꾹 눌러 바람을 넣어 혈압을 재는 방식이었습니다. 동네 보건소는 진료비로 500원을 받았습니다. 약은 보름치를 타먹게 처방전을 끊어 주었습니다. 처방전을 가지고 약국에 가서 보름치 약을 받고 약값으로 3500원을 주었습니다.

저는 다시 동네 작은 의원을 찾아 갔습니다. "혈압 약 처방 받으러 왔다"고 말하니 그 의사 분도 수동으로 된 혈압계로 혈압을 쟀습니다. 140 이 나왔다고 했습니다. 그 의사 분도 보름치 혈압 약을 처방해 주었습니다. 병원비 3000원이 들었고 약 값으로 3500원이 들었습니다. 자동 혈압 기계가 정확하게 진단하는 것인지 의문스럽습니다. '채용전 건강진단서'에 나온 혈압 수치 하나로 채용 될수도 있고 안 될수도 있는 중요한 사안인데 대학병원 간호사가 너무도 단순하게 처리해 버리는 게 속상합니다.

12일 오후에 건강진단서를 찾으러 갔습니다. 혈압 측정하는 담당 분에게 어제 일을 이야기 하고 궁금해서 물었습니다.

"저는 기계 혈압 장치를 신뢰할 수 없습니다. 이 혈압 재는 기계는 몇 년 되었습니까?"

간호사인지 의사인지 모르겠지만 혈압 장치를 살펴 보더니 5년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는 이어 말했습니다.

"이 기계 장치는 5년 되었지만 중요 부품을 혈압 측정 회수에 따라 교환 해주고 있습니다. 기계는 문제 없습니다. 그리고 140이나 148이나 고혈압은 같은 것입니다. 고혈압에 해당 되면 중공업 하청에 취업할 수 없습니다"

혈압이 높으면 취직도 못하는 것일까요? 중공업은 왜 그런 규약을 설정해 두었을까요? 혈압이 높아도 일할 수 있는데 왜 혈압 높은 사람에겐 일할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일까요? 이제 또 어디 가서 가족 생계를 위한 일자리를 알아 볼 수 있을까요?

고혈압 의심 R2가 무슨 뜻인지 모르겠습니다. '고혈압 의심'이라고 쓰인 옆 칸엔
'2차 검사 필요'라고 쓰여 있습니다. 
R2라고 쓰인 진단서가 발급 된 사람은 취업이 안된다고 합니다.
▲ 고혈압 의심 R2가 무슨 뜻인지 모르겠습니다. '고혈압 의심'이라고 쓰인 옆 칸엔 '2차 검사 필요'라고 쓰여 있습니다. R2라고 쓰인 진단서가 발급 된 사람은 취업이 안된다고 합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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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공업#하청업체#대학병원#건강진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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