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전에 전시되는 유물은 일본 소재 고려불화 27점, 미국·유럽 소재 고려불화 15점, 국내 소재 고려불화 19점 등 고려불화 61점과 함께 비교 감상을 위한 중국 및 일본 불화 20점, 고려불화의 전통을 계승한 조선 전기 불화 5점, 고려시대 불상과 공예품이 22점 등 총 108점이다.

고려불화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불교예술품으로 손꼽힌다. 고려인의 높은 미적 수준을 드러내는 섬세하고 단아한 형태, 원색을 주조로 한 화려한 색채와 호화로운 금니, 흐르는 듯 유려하면서도 힘 있는 선묘 등 당시 동아시아에서 독보적인 미의 세계를 창조하였으며 승화된 고려불교의 정신성과 고려인들의 숨결까지 함축하고 있어 고려시대의 문화 수준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이토록 아름다운 고려불화가 그동안 중국 작품으로 잘못 알려져 고려인의 예술혼이 묻혀 있었으나 국내외 학자들의 꾸준한 노력으로 160점이 고려불화로 판명되었다. 그 중 10점이 한국에 있고 130점이 일본에 있으며 나머지는 미국과 유럽 등 전 세계에 흩어져 있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국내에 소장된 고려불화 외에 일본·미국·유럽 등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고려불화를 한 자리에 모음으로써 평소 한두 점 관람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고려불화 수십 점을 한눈에 비교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센소지(淺草寺) 소장 <수월관음도>를 비롯해 네즈미술관(根津美術館) 소장 <지장보살도>, 오타카지(大高寺) 소장 <관경16관변상도> 등 출품작 상당수가 우리나라에서 처음 공개되는 작품이다. 특히 '물방울 관음'이라는 별칭을 가진 센소지 소장 <수월관음도>는 일본 현지에서도 공개하지 않아 일본 학자들조차 보기 어려운 것으로 유명하다.

주요 출품 기관은 국내의 삼성미술관 Leeum, 일본의 동경국립박물관, 나라국립박물관, 규슈국립박물관을 비롯하여 미국의 메트로폴리탄박물관, 보스턴미술관, 프랑스의 기메박물관, 독일의 베를린 동아시아박물관과 쾰른 동아시아박물관, 러시아의 에르미타주박물관 등이다.

고려불화는 작품이 워낙 귀하기 때문에 한 곳에서 여러 점을 소장한 경우가 드물다. 총 44개 처에 달하는 국·내외 소장처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국립중앙박물관은 밝혔다.

특히 많은 고려불화가 소장되어있는 일본 소장기관과 소장자는 '한국에 빌려주면 다시 돌려받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난색을 표명하는가 하면, 어렵게 임대를 허락한 소장자도 작품 운송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출품 의사를 철회해 버리는 바람에 관계자들의 애를 태웠다는 후문이다. 한편 출품을 흔쾌히 허락한 기관들은 '불화도 자기 고향에 한 번은 가보고 싶을 것이다'라고 애정을 표했다고 박물관 관계자는 전했다.

'700년 만의 해후'라는 특별전의 부제가 함축하고 있는 의미처럼 고려시대에 제작된 뒤 한민족의 수난사와 함께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던 고려불화들이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특별전에서 함께 선보이게 된 것이다. 이번 전시는 고려불화들의 특별한 고향 나들이인 동시에 우리 국민으로서도 평생 다시 만나기 어려운 반갑고 애틋한 만남의 시간이 될 것이다.

대부분의 작품은 전시기간 내내 전시되나 일부 작품은 소정의 임대기간만 전시되고 소장처로 돌아가는 작품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