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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의 모든 낯익은 것들이 옷을 바꿔 입는 계절입니다. 모티프원에서 발코니에서 바라본 단풍잎은 이미 모두 색을 바꾸었습니다.

 

갈대 늪의 풍경이 낮에서 밤으로 바뀌는 시간, 저는 갈대늪 자락의 터치아트갤러리로 느리게 발걸음 했습니다. 주변의 그 바뀌는 미묘한 느낌을 음미하면서……. 이미 어둠을 머금은 갈대늪이 아직 잔양의 기운을 품고 있는 노을동산의 하늘을 담고 있는 모습도 새로운 변화였습니다.

 

 

갈대늪에는 흰뺨검둥오리가 저녁식사 거리를 찾기 위한 노동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터치아트에서는 오늘(10월 8일), 테라의 이은미 작가 개인전이 오픈되는 날입니다. 이미 작품을 음미한 관람객들은 갈대늪 변 정원에서 삼삼오오 대화를 즐기고 있습니다. 수빈뜰의 이명희 여사님은 정원 일로 흙투성이었던 가드너의 복장이었는데, 어느새 우아한 맵시로 바뀌어 있습니다.

 

 

권희진씨를 비롯한 터치아트의 식구들도 무채색의 격조를 택했습니다.

 

 

이 작가의 작품들은 갤러리내의 세 공간 모두와 중정의 바깥 공간에 각기 다른 형태로 존재했습니다. 저는 도예전을 관람할 때마다 상상을 하곤 합니다.

 

"내가 도예가였다면?"

 

그 상상은 늘 몸서리로 마감되곤 합니다.

 

"내 손으로 조형된 흙들이 1200도가 넘는 열로 구워지고, 가마에서 나온 것들이 가치를 상실한다면?"

 

가이아Gaea의 일부인 흙을 저는 유기체로 여기고 있습니다. 구워진 흙은 사망이지요. 저의 그 몸서리는 '사망에 이르게 한 죄'에 대한 주체할 수 없는 두려움 때문일 것입니다.

 

모티프원에는 이은미 작가의 두어 가지 조형작품이 있고, 저는 매일 이 작가의 실용기들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작가의 작품에 눈길이 닿을 때 혹은 몇 개의 실용기들에 내용물을 담아낼 때마다 이 작가야말로 몸서리를 경험할 필요가 없는 도예가다, 싶습니다.

 

 

이 작가의 고민과 상상과 재능과 품을 거친 흙이라면 유약에 몸을 담가 1200도가 넘는 불길을 거쳐 몸을 바꾸어도 가치 있을 것이므로……. 그것이 조형이든 실용이든……. 전시장 안에는 조형과 실용이 한 몸인 작품들이 관람객의 상식을 허물고, 중정에서는 성형된 백토가 '나는 생명 있는 유기체야'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한 작가의 고뇌를 통해 흙은 죽었지만 새로운 삶을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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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안수

이은미 개인전

Transposed Moment

-기    간 | 2010-10-08 ~ 2010-11-14

-장    소 | Gallery Touchart

-전시문의 | 031_949_9435

            www.gallerytouchart.com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홈페이지 www.motif.kr 과 www.travelog.co.kr 에도 포스팅됩니다.


#이은미#TRANSPOSED MO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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