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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인전철 부개역에 설치된 방음벽. 부개 푸르지오 아파트가 위치한 우측 방음벽은 9m로 설치된 반면, 일반 주택가에는 4.5m로 방음벽이 설치됐다. 일반 주택가 주민들은 9m 방음벽의 반사 소음으로 인해 고통을 받아왔다면서, KT 측에 방음벽 추가 설치를 요구해왔다.
경인전철 부개역에 설치된 방음벽. 부개 푸르지오 아파트가 위치한 우측 방음벽은 9m로 설치된 반면, 일반 주택가에는 4.5m로 방음벽이 설치됐다. 일반 주택가 주민들은 9m 방음벽의 반사 소음으로 인해 고통을 받아왔다면서, KT 측에 방음벽 추가 설치를 요구해왔다. ⓒ 한만송

대단지 아파트를 신축하는 과정에서 방음벽을 차별적으로 설치한 대기업의 행태에 주민들이 뿔이 났다.

KT는 인천 부평구 경인전철역인 부개역 인근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부개 푸르지오)를 조성해 분양했다. 이 과정에서 KT는 경인전철 소음 차단을 위해 아파트 방향으로 9m 높이의 소음 차단 방음벽을 작년 11월에 설치했다. 하지만 맞은편 일반 주택가에는 방음벽을 4.5m로만 설치했다.

자신들이 신축해 분양한 아파트 주민들의 소음 피해를 줄이기 위해 9m로 높이로 방음벽을 설치한 반면, 맞은편 일반 주택은 절반에 그치는 4.5m에 불과한 방음벽만을 설치했다. 방음벽을 편파적으로 설치해, 저층 주택가 주민들의 '반사 소음' 피해만 키운 셈이다. 일반 주택가 주민들은 전철 통과 시 발생하는 소음이 9m 방음벽에 튕겨 1년 이상 고통을 받아 왔다고 고통을 호소해왔다.

인천시 보건환경연구원이 부개1동 주택가 1층에서 소음을 측정한 결가 최고 기준치보다 높은 97dB까지 측정되는 등 주민들의 피해가 상당했다. 하지만 부개 도시개발 사업을 주도한 KT 측은 평균 소음측정치가 소음기준치에 못 미친다는 이유로 방음벽 설치가 어렵다는 부정적인 입장을 되풀이 해왔다. 

해당 지역에 사는 정아무개씨는 "이해가 안 간다. 전화도 못 건다. 식당에서 밥 먹으면서 대화가 안 될 정도로 소음이 심했고, 여름에는 더워도 전철 소음으로 인해 창문도 제대로 열지 못하는 등 소음 피해를 야기한 대기업들이 '모르쇠'로 일관해왔다"고 하소연했다.

부개1동 이교완(71)씨도 "동인천~용산행 급행열차와 일반 전철이 한꺼번에 해당 지역을 지나면 소음이 엄청나다. 방음벽이 설치되기 이전까지는 소음 피해가 크지 않았는데, (푸르지오)아파트 방음벽이 9m로 생기고 나면서부터 주민 피해가 더 커졌다"고 말했다.

이어 이씨는 "대기업이 자기들 수익성만 따져서, 저층 서민들을 차별한 행위는 상식에 벗어난 일"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부개도시개발사업 부지는 KT의 전신인 한국전기통신공사(이하 한통) 송신소가 1998년 경기도 화성으로 이전함에 따라 나대지로 방치됐다가 2002년 한통이 민영화되는 과정에서 KT로 넘어갔다. 2004년부터 갑작스럽게 공동주택 개발이 추진돼 일사천리로 개발 승인이 나 특혜 시비가 일기도 했다. 부지 전체 면적의 89%가 KT 소유이고, 국공유지는 5%에 불과하다. 나대지가 아파트 단지로 개발된 셈이다.

특히 KT는 당시 분양가격을 3.3㎡당 1100만~1500만 원으로 관할 구청인 부평구에 제출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KT는 결국 1085만~1442만6000원으로 조정했다.

KT측은 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조진형 의원(부평갑)이 마련한 주민 설명회에 참석, 방음벽 추가 설치를 약속했다. KT 관계자는 이 자리에서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 오늘로써 민원에 종지부를 찍게 됐다"면서 방음벽 추가 설치를 약속했다.

 인천시 부평구 부개 도시개발 구역 지정도.
인천시 부평구 부개 도시개발 구역 지정도. ⓒ 한만송

하지만 KT 측이 부개도시개발 사업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보았음에도, 1년 넘게 반사 소음으로 고통 받아온 저지대 주민들의 피해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해오다가 국회 국정감사 증인 출석을 피하기 위해 방음벽 추가 설치를 약속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이교완(71)씨 등 해당지역 1천여 명은 작년 11월 지역주민 서명을 받아 해당 지역 국회의원인 조 의원 측에 전달했다. 민원 해결을 요청한 셈이다. 조 의원 실은 1년 가까이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철도청 시설관리공단, KT 측과 협상을 진행했지만, 해결책을 찾지 못 했다.

조진형 의원 측은 KT가 부개역 남측 선로변 방음벽을 추가 설치해 소음으로 고통 받는 지역주민들의 민원을 해소하고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할 것을 계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조 의원은 "부개역 소음 문제 해결을 위해 철도청장, KT 사장 등을 여러 차례 만나기도 했다"고 5일 털어 놓았다.

그럼에도 KT 측은 부개역 소음 문제에 대해 확답을 피해오다가 최근 조 의원 측이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시키겠다는 으름장을 전달받고 나서야 방음벽 추가 설치를 약속했다. KT는 방음벽 추가 설치 비용 20억 원과 방음벽 관리 유지비용으로 약 8억 원을 지출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진다.

KT가 오랜 동안 주민 민원을 방치해 오다가 국회 증인 채택을 피하기 위해 방음벽을 설치하기로 한 거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KT 관계자는 <부평신문>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는 거 같다. 민원을 해결하기 위한 협의 등으로 인한 것이지 주민들을 무시한 것은 아니다"면서 "수탁계약은 아직 체결하지 않아 공사 착공 시점은 아직 모르겠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부개역 방음벽#방음벽#푸르지오#KT#조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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