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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유독 비오는 날이 많더니 급기야 충남 태안 신두리 사구가 작은 호수로 변했다.
▲ 작은 호수가 된 사구 올해 유독 비오는 날이 많더니 급기야 충남 태안 신두리 사구가 작은 호수로 변했다.
ⓒ 정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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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구'의 사전적 의미는 해안이나 사막에서 바람의 의하여 운반·퇴적 되어 이루어진 모래 언덕이다. 지난 2001년 천연기념물 431호로 지정 충남 태안군 원북면 신두3리에 있는 신두리 사구는 대표적인 해안사구이다.

약 1만5000년 전부터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태안 신두리 사구는 강한 바람에 의해 모래가 해안가로 운반돼 쌓이면서 오랜 세월에 걸쳐 모래언덕으로 변했다는 학설이 지배적이다. 

그렇지만 흡사 사막과 같은 모래언덕을 머릿속에 그리며 태안 신두리 사구를 찾는다면 수풀이 우거진 현재의 모습에 실망할 수도 있다. 더욱이 올해처럼 연중 비오는 날이 많은 경우에는 곳곳에 물웅덩이가 만들어져 거의 출입조차 불가능하다. 지난달 30일 태안 신두리 사구의 현재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보호지역으로 지정된 태안 신두리 사구 입구에 도착하자 넓은 초원을 방불케 할 정도로 수풀이 우거진 광경이 눈에 들어온다. 곧게 뻗은 비포장 길 좌우로 초록빛과 갈색빛의 수풀이 얽힌 모습이 시야에 가득 찬다.

비포장 길을 따라 몇 발자국 옮기지 못하고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다. 올해는 비오는 날이 많아서 그런지 아직 곳곳에 물웅덩이가 발길을 잡는다. 그래도 길 옆 수풀지역은 좀 낫다. 무릎까지 자란 수풀을 헤치고 걷기를 잠시. 웅덩이 수준을 넘어 작은 호수 정도 크기의 물  웅덩이와 마주쳤다.

수풀이 잠길 정도로 고인 물은 깊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물속이 까맣다. 방금 걸어온 수풀로 짐작컨대 적어도 무릎 높이는 넘는 깊이다. 작은 호수에는 군데군데 나무들이 마치 넓은 바다 위에 섬처럼 유유히 떠있다. 물가로 가까이 다가가니 곳곳에서 폴짝하고 뛰어오르는 개구리들이 줄지어 물속으로 다이빙을 한다.

개구리 말고도 꽤나 많은 동물들이 호수 근처에서 모임을 가졌나 보다. 검은 콩 모양의 동물 분뇨들이 즐비하다. 바로 옆에는 그나마 모래언덕의 모습을 일부 간직한 작은 언덕에 올라 작은 호숫가를 바라본다. 참 보기 드믄 절경이다.

문득 떠오른 궁금증. 모래층은 물 빠짐이 좋아 물이 고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태안군의 용역기관을 통해 작성한 '신두리 사구의 보전과 활용방안' 자료에 따르면 신두리 사구의 총 강우량은 1125.5mm로 증발산량은 강우량의 약 58%인 653.7mm이며, 지하 대수층으로 함양될 수 있는 물은 연간 2066,95㎥가 된단다.

사구의 모습을 일부 간직한 작은 모래언덕
▲ 모래언덕 사구의 모습을 일부 간직한 작은 모래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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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는 사구 지역을 통틀어 유일하게 모래언덕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작은 호수가 근처의 언덕은 아직 갯그령에 의해 점령되지 않은 상태. 그래서 모래에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누군가의 신발자국, 동물들의 발자국, 바람자국 등^.

작은 호수를 피해 어렵게 수풀을 헤치고 사구 안쪽으로 들어가자 하늘을 향해 쭉 뻗은 갈대들이 가을이 다가왔음을 알리듯 바람에 휘날리며 나부끼는 모습이 스산하다.

갈대들 사이에는 붉은 해당화가 꽃봉오리를 활짝 피었다. 한참을 걸어 다시 사구의 안쪽으로 더 걸어 들어가자 곳곳에 물웅덩이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걸음을 옮기기 힘들 정도의 수풀을 헤치고 사구탐방에 정신이 홀렸을 그때, 갑자기 '후다닥'소리와 함께 덩치 큰 고라니 한 마리가 내 발소리에 놀란 듯 황급히 수풀을 헤집고 도망간다. "고라니야, 놀랐니? 근데 나도 놀랬다."

첫 만남이 불쑥 이뤄진 탓일까? 이후에도 서너 차례 고라니와 더 마주쳤지만 만날 때마다 서로 상대방에게 놀라기 일쑤였다.

하지만 사구탐방의 가장 큰 장애인 역시 수풀이다. 수풀에 숨어 모습을 감추고 있던 가시가 무성한 식물은 내 종아리와 옷자락을 괴롭히며, 할퀴고 찢어 놓았다.

또, 길게 자란 풀들은 지면 상태를 확인할 수 없게 만들어 간혹 물에 빠지는 경험을 겪어야만 했다. 더욱이 혹시 뱀이라도 출연해 물릴지 모른다는 두려움은 한 발짝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몸을 움츠리게 했다.

다시 걸어왔던 탐방로를 거슬러 되돌아오는 길. 해가 수평선 넘어 지면서 신두리 사구에 붉은 노을빛을 비친 모습이 황홀하다.

모래언덕을 상상하면서 태안 신두리 사구를 찾았다면 수풀이 무성한
모습에 실망할 수도 있다.
▲ 수풀 가득한 사구 모래언덕을 상상하면서 태안 신두리 사구를 찾았다면 수풀이 무성한 모습에 실망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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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푸른태안21협의회에 따르면 태안 신두리 사구의 해안사구의 식물은 갯그령, 갯쇠소리, 김의털 등 29종류의 사구식물과 초종용, 갯방풍 등의 희귀 식물 등 총 71과 286종류가 서식하며, 조류의 경우 황조롱이, 직박구리 등 텃새 19종과 해오라기 및 중대백로, 쇠백로, 청둥오리, 쇠오리 등 계절철새 11종 등 총 49종이 관찰했다.

또한, 양서류와 파충류로 청개구리, 금개구리, 맹꽁이, 표범도마뱀, 쇠살모사 등이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고라니와 멧토끼, 너구리, 삵 등의 포유류도 관찰됐다.

아울러, 딱정벌레목과 소똥구리과 등 사구곤충 39종과 육상곤충 236종 등 총 275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덧붙이는 글 | 태안신문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신두리 사구, #충남 태안, #모래 언덕, #수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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