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저는 이번에 대통령으로서 이 금단을 선을 넘어갑니다. 제가 다녀오면 더 많은 사람들이 다녀오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마침내 이 금단의 선도 점차 지워질 것이고, 장벽은 무너질 것입니다. 저의 이 걸음이 분단의 벽을 허물고, 민족의 고통을 넘어 평화와 번영의 길로 가는 계기가 되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성공적으로 일을 마치고 돌아올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해 주십시오. 잘 다녀오겠습니다." 

 

2007년 10월 2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분단 이후  남북한 통틀어 국가원수로는 처음으로 군사분계선을 넘어가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틀 뒤 김정일 북한국방위원장과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핵심으로 한 10.4선언(남북관계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을 발표했다.

 

퇴임 첫 해인 2008년 노 전 대통령은 이 선언을 '버림받은 선언'이라며 '말라비틀어졌다'고 비애감을 나타냈다.

 

이명박 정부가 6.15선언과 함께 10.4선언을  사실상 인정하지 않는 것에 대한 비판이었다.

 

"10.4선언이라는 나무는 결코 그냥 말라죽지 않을 것이다."

 

문재인 노무현 재단 이사장은 4일 오후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10·4 남북정상선언 3주년 기념식과 학술대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말라 비틀어졌다'는 노 전 대통령의 비탄을 상기한 것이다.

 

문 이사장은 10.4선언을 "추상적, 원론적 합의에 그치지 않고 남북경제 모두에게 새로운 미래를 열어줄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용적 내용을 담고 있다"고 평가한 뒤 "이명박 정부는 이 소중한 합의를 헌신짝처럼 버렸고, 남북관계는 유례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깊은 골짜기가 봉우리의 높음을 돋보이게 하듯이 지금 이명박 정부가 직면하고 있는 남북관계의 파탄이야말로 6.15선언과 10.4선언의 소중한 가치를 더욱 분명하게 보여준다"며 "지금부터라도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두 선언을 존중하고 실천하는 자세로부터 새롭게 시작돼야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과 공동으로 연 이날 행사에서 손학규 신임 민주당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이 10.4선언을 통해 만들어놓은 서해는 평화의 바다였는데, 지금은 전쟁의 바다가 되어버렸다"고 안타까워했다.

 

"평화의 바다였던 서해, 전쟁의 바다가 돼 버렸다"

 

손 대표는 이어 "10.4선언은 올해로 10주년 맞은 56.15 선언의 구체적인 실천이었다"면서 군사적인 대결을 덮고 경제협력으로 평화를 이룩하는, 탁월한 지혜로운 남북관계의 길이었다"고 평가했다. 또한 그는 "이명박 정부가 10.4선언을 정면부정하고 남북대결의 길로 나갈 때 여기는 남북공멸의 길밖에 없다는 걸 잘알텐데 왜 이러는지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이명박 정부에 대해 "쌀 창고에 쌀을 더 넣을 데가 없어 동물사료로 쓰겠다는 발상이 나올 정도인데도, 북한 동포가 굶어 가는데 쌀 지원을 거부하고 있다"며 " 북한을 저렇게 옥죄고 코너로 몰아 북한이 백기를 들고 항복하기를 바라는 것이 과연 현실적이기는 한 것이냐"고 비판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10.4선언 정신의 존중과 계승 의지 표명 ▲6자회담 조속재개 및 한반도 비핵화 실현 ▲대북특사 파견 등 고위급대화 등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어 같은 장소에서 '서해 평화정착과 북방한계선'(1세션)과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의 건설모색'(2세션) 주제로 한국미래발전연구원, 한반도평화포럼, 인천국제교류센터가 공동주관한 학술회의를 열었다.

 

김만복 전 원장 "노 전 대통령 적극 설득으로 서해평화지대 합의 도출"

 

1세션토론자로 나선 김만복 전 국정원장은,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에 대한 합의가 나온 과정을 자세히 설명했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개최 합의와 선언문 작성 등을 주도했던 그는 "10월 3일 오전 회의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NLL과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에 대한 논의를 깊게 허용하지 않았다"면서 "노 대통령이 계속 설득하자 난처한 듯 이를 피하려 하면서 총리급 회담에서 논의하자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다가 노 전 대통령이 안보지도 위에 평화지도를 그리는 큰 구상이라고 설득하자, 김 위원장은  참모들과 논의해서 오후에 긍정적으로 대답하겠다고 답했다.

 

결국 오후 회의에서 김 위원장이 이를 수용했는데, 이는 북측이 경제적 실리와 군병력과 장비를 후방으로 배치해야 하는 고민 중에서 전자를 택하는 대승적 결정을 내린 것이라는 게 김 전 원장의 평가다. 김 전 원장은 그러나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에 대한 남북한 논의가 2007년 11월 평양에서 열린 2차 남북국방장관회담에서 '군사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앞으로 협의한다'는 원론에서 더 나아가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 함께 10.4선언 직후 노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한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던 것에 대해 "노 대통령은 NLL 문제를 한 치도 양보한 적이 없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NLL문제를 건드리지 않고 그 위에 평화협력특별지대를 만들자는 방식으로 접근했다는 것이다.


태그:#10.4선언, #노무현, #문재인,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