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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식이 끝나고, 군산 문화예술단원들이 민요를 열창하고 있습니다.
 개막식이 끝나고, 군산 문화예술단원들이 민요를 열창하고 있습니다.
ⓒ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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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를 지키고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백제 오성인(五聖人)의 애국 충절을 기리는 '제19회 오성문화제전'이 9월 30일 목요일 오전 11시 군산시 성산면 소재 오성산 산정에서 600여 명의 시민과 학생, 관계기관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행사 시작을 알리는 땅울림(성산 고살메농악단)에 이어 제1부는 봉제선언, 신위 봉안, 헌공다례, 초헌례·아헌례·종헌례, 오성인 혼풀이, 헌화, 종제 선언 순으로 진행됐고, 2부 개막식, 3부에는 다채로운 문화공연이 열렸다.

오성산(227m) 정상의 오성인 묘. 군산지역 주민들은 오성인의 전설을 역사적 사실로 믿고 매년 오성대제를 지내오고 있습니다.
 오성산(227m) 정상의 오성인 묘. 군산지역 주민들은 오성인의 전설을 역사적 사실로 믿고 매년 오성대제를 지내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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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속굿 보존회 회원들이 오성인의 혼을 제단으로 모셔오는 신위 봉안식을 거행하고 있습니다.
 민속굿 보존회 회원들이 오성인의 혼을 제단으로 모셔오는 신위 봉안식을 거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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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년 세월을 건너 자손들이 평안함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준 오성인의 혼을 기리는 애절한 시나위 소리와 함께 치러진 신위봉안은 민속 굿 보존회 회원들이 오성묘에서 신위를 제단으로 모셔오는 의식으로 진행되었다. 

헌공다례, (사)한국차문화 회원 다섯이 오성인 제단에 우리의 전통 차를 올리고 있습니다.
 헌공다례, (사)한국차문화 회원 다섯이 오성인 제단에 우리의 전통 차를 올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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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패가 제단에 모셔지고, 자손들에게 숭고한 호국 정신을 심어준 오성인에게 정성껏 끓인 우리의 전통차를 올리는 헌공다례가 치러졌다. 헌공다례에는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군산 차 문화재단 회원 다섯 명이 참여했다.

초헌례를 올리는 문동신 군산 시장. 진행자가 축문을 낭독하는 동안 향을 들고 오성인의 혼을 기리고 있습니다.
 초헌례를 올리는 문동신 군산 시장. 진행자가 축문을 낭독하는 동안 향을 들고 오성인의 혼을 기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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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국악관현악단의 종묘제례악 연주가 은은하게 흐르는 가운데 문동신 군산 시장이 초헌관으로 나서 첫 술잔을 올렸다. 절차에 따라 아헌례는 이복웅 제전위원장(군산문화원장), 종헌례는 고석강 군산시의회 의장이 맡았다.

문동신 군산 시장은 개막식 격려사에서 "오성문화제전이 아름다운 문화행사로 자리매김하여 시민의 화합과 단결을 촉진함으로써 군산 발전을 앞당길 수 있는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한다"면서 "희망과 미래가 보장된 축복받은 군산 발전을 위해 한마음으로 애향심을 발휘해 달라"고 당부했다.

아헌례를 올리는 이복웅 군산문화원장. 아헌례는 두 번째 잔을 올리는 예식으로 축문을 낭독하지 않습니다.
 아헌례를 올리는 이복웅 군산문화원장. 아헌례는 두 번째 잔을 올리는 예식으로 축문을 낭독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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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헌례 두 번째 잔을 올린 이복웅 제전위원장(군산문화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오성인의 숭고한 정신은 군산 시민의 자랑이요. 전 국민의 귀감이 되는 참다운 교훈이기도 하다"며 "오성인 제전을 통해 숭고한 호국 정신을 다지고 올바른 국가관과 애국심을 고양하여 군산발전 도약에 이바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종헌례 세 번째 잔을 올린 고석강 군산시 의장은 축사에서 "군산은 당나라, 왜구들의 침입을 받았고, 일인들이 수탈의 전진기지로 활용했던 수난의 도시였지만, 선인들은 적들과 대항하며 슬기롭게 극복해 나라 사랑에 대한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면서 "우국 충절과 충혼이 서려 있는 지역축제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삼헌례가 끝나고 다섯 성인의 혼을 보내드리는 의식으로, 독축한 축문을 불태워 하늘로 날리고 재는 땅에 묻는 분축식을 경건하게 거행했다.

오성문화제전 행사를 지켜보는 참석자들. 오성산 산정으로 울려 퍼지는 군산국악관현악단의 연주가 분위기를 한껏 돋워주었습니다.
 오성문화제전 행사를 지켜보는 참석자들. 오성산 산정으로 울려 퍼지는 군산국악관현악단의 연주가 분위기를 한껏 돋워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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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빈들의 헌화에 이어 임귀성 예도원 원장(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이수자, 제97호 살풀이춤 전수자)의 오성인 혼 풀이 춤, 군산민속 용왕굿 보존회의 씻김굿, 군산문화예술단의 민요, 군산상고 소리샘 단원들의 풍물패 한마당 등 다채로운 문화공연으로 행사를 마쳤다. 

전설이지만 근거에 의해 1992년부터 매년 열려 

단체로 참석한 중앙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에게 오성인과 백제의 멸망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다. 급우들과 함께 얘기를 나누던 한인성 군은 중학생 때 선생님에게 오성인에 대해 설명을 들었는데 잊어버렸다며 쑥스러워했다.

그러나 백제의 멸망에 대해서는 양비론을 들어 비판했다. 백제 의자왕이 정치를 잘 못해서 망했지만, 신라도 잘한 게 없다며 양쪽 모두 비판했다. 신라가 자력으로 삼국 통일을 이루지 못하고 당나라를 끌어들였기 때문에 후손들이 영토문제로 고생하고 있다는 것.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의 비판이 날카롭게 느껴졌다.   

행사를 마치고 남정근(81세) 전 군산 문화원장을 만나보았다. 그가 옥구 문화원장으로 재직하던 90년대 초 '오성문화제전'을 처음 개최하게 된 계기와 배경에 대해 얘기를 들어보기 위해서였다.

충청도와 금강이 한눈에 보이는 오성산에서 ‘오성문화제전’에 대해 설명하는 남정근 전 군산문화원장.
 충청도와 금강이 한눈에 보이는 오성산에서 ‘오성문화제전’에 대해 설명하는 남정근 전 군산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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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무척 바쁘신 것 같은데 만나주셔서 감사합니다. 
"네 반갑습니다. 지금 부여에서 백제 대전을 크게 하잖아요. 그곳에서 손님이 다섯 분이나 오셔서요. 오성문화제와 자매결연 맺은 사이거든요." 

-옥구문화원장을 하시고, 군산문화원장도 지내셨다고 들었습니다. 
"1985년부터 옥구 문화원장으로 일했습니다. 그러다 1995년 시군통폐합이 되면서 군산문화원이 되었지요. 군산 문화원장은 1997년에 취임했습니다. 옥구문화원은 60년대, 군산문화원은 80년대 중반에 설립됐거든요." 

-오성인을 추모하는 행사가 20년이 되어갑니다. 개최하게 된 특별한 계기라도 있었는지요?
"애초엔 오성인이 묻혀 있다는 얘기만 내려왔지, 오성문화제는 없었어. 백제 의자왕 20년(서기 660년)에 당나라 소정방이 13만 군대를 끌고 군산으로 들어오다 풍랑을 만나 산에 오르다 노인 다섯이 장기를 두고 있으니까 사비성(부여) 가는 길을 물었어. 노인들은 말없이 장기만 두었고, 재차 물어도 적장에게 길을 일러줄 수 있겠느냐고 항의하니까 고약한 놈들이라며 목을 쳐버렸어. 그래도 소정방이 회군하면서 노인들 묘를 세워주었지. 이건 어디까지나 전설여. 전설!"

남정근 전 문화원장은 고령임에도 발음이 또렷했고, 오성인 얘기가 나오니까, 가까운 후배 대하듯 했다. 오성인의 묘에 얽힌 얘기도 전설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오성대제전을 올리게 된 데에는 그만한 사유와 근거가 있다며 말을 이었다.

"그때는 합장을 했는지 묘가 하나밖에 없었어. 명산(오성산)에 유구한 역사가 담긴 묘를 지나칠 수 없어서 90년대 초 중국에 갔지. 당나라를 연구하는 교수가 200명이 넘더라고. 큰 싸움이었으니까 당나라 역사를 찾으면 기록이 남아 있지 않겠어? 우리도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가 있으니까.

중국에 다녀와 당시 연세대 사범대학 조광 교수에게 군산대학에서 세미나를 열어달라고 부탁해서 2년에 걸쳐 두 번 개최했지. 그때 조 교수가 '자치통감'이라는 걸 가져와 백강(백마강)에서 백제인 수천 명이 죽었다는 기록을 찾아냈어.

백제인 수천 명 속에는 오성산에서 죽은 다섯 사람도 포함됐을 것이니, 그걸 근거로 하나밖에 없던 묘를 다섯으로 정리하고 제를 지내기 시작했어. 처음에는 돌아가신 고판남 '세풍' 회장을 제전위원장으로 추대하고, 당시 옥구군수가 제주(祭主)가 돼서 개최하게 됐지."

바쁘신데 자세히 설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내내 건강하세요.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오성인, #오성산, #당나라 소정방, #백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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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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