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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런 남편의 사업 실패로 집안이 몰락한 김 여사. 그로 인해 소위 '변두리 아파트'로 이사를 간 후, 극심한 우울증과 인생에 대한 회한에 사로잡힌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항상 집안에만 갇혀서 지내던 그녀는 아파트 게시판에 붙은 한 장의 벽보를 보고, 복지관을 찾게 되고, 그 곳에서 또 다른 자아를 만나 제 2의 인생을 맞게 된다.

남편 사업실패로 우울증...엄마가 찾은 곳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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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연습 .
ⓒ 조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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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영화의 줄거리가 아니다. 지금 대구 성서종합 복지관에서 펼쳐지는 실제 이야기들이다. 낙엽이 조금씩 물들고 가을의 햇살이 깊어지는 9월 말, 대구 성서복지관 3층 사랑방에선 흥겨운 음악, 복고풍 음악과 함께 교복차림의 남녀가 신나는 댄스를 추고 있다.

"좋아요! 껌 씹으며 등장 하세요! 순옥이 할머니는 몸을 관객석으로 향하시고, 신나게 흔드세요!"
열정적인 연출가의 지도를 받으며 오는 10월 2일 토요일 '우리사이' 성인반 공연을 앞두고 연극 연습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지역 갈등의 치유와 소통을 위해 실시 중인 '우리사이' 성인반 수업의 경우, 3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모여서 수업을 하고 있다. 오늘은 그 막바지 연습을 위해 무대 의상을 갖춰 입고 연극의 세심한 부분을 지도받는 중이다.

그간의 수업 방식은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을 담은 사진을 놓고 살아온 과정을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진행해 왔다. 그 가운데 나 아닌 남의 인생을 들여다보며 서로의 삶을 추억하고 그런 인간적인 모습을 통해 이웃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던 것. 그리고 수업 시간에 나눴던 내용들을 바탕으로 연극 대본을 구성하여 8월부터는 본격적인 연극 연습을 통해 자신을 내보이고 있다.

살맛나는 세상, 서로 만들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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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지도 .
ⓒ 조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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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제가 대본을 좀 더 맛깔나게 고쳐봤어요. 이거 좀 보세요."
성서 주공아파트 1단지 주민이 주축이 된 이 수업의 특징으로 열성적인 여성 참가자들의 활발한 움직임을 들 수 있다. 자진해서 연극 대본을 수정해 오기도 하고, 무대 뒤풀이 간식이나 의상을 자비로 마련해서 이웃에게 전달하기도 한다. 자신의 생업을 하는 중에 잠깐 시간을 내어 일주일에 한 번씩 모이는 수업이지만 그 열정은 대단하다.

게다가 이 수업으로 인한 긍정적 성과도 미미하게 드러나고 있다. 현재 이 팀에는 10명 안쪽의 비교적 적은 인원이 모여서 수업을 하고 있는데, 이 수업을 통해서 일상에 활력과 성격의 변화를 맛보았다고 말한다. 연극 비전문가임에도 상황 분석을 통해 독특한 아이디어를 내고, 소품에 관한 회의를 하며, 이웃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많아졌고, 더불어서 남과 교류하는 즐거움을 얻게 된 것이다.

현재 이 수업에 2년째 활동중인 분들이 대다수이므로 주최측에서는 분위기 형성에만 치중하고,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이 수업을 엮어가는 방향으로 진행중이다. 또한 수업의 목표가 주민 간의 단합이고 연극을 통해 삶을 다시 생각하는 것이므로, 자발적인 활동을 통해서 자신과 이웃을 되돌아보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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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성서종합사회복지관 .
ⓒ 조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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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종합복지관에서 실시하는 모든 수업의 경우 학생 수가 대체로 10명 선이고 수업 날짜도 많지 않다. 그래서 예전에는 학생 유치와 관련해 적극적으로 방향을 모색했으나 지금은 소규모 인원의 장점을 더욱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부족하지만 열성적으로 활동하는 주민들의 모습을 통해서 또 다른 희망이 샘솟는 아파트를 꿈꾸어본다. 또한 이 아파트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살아가는 공간이라는 특성상 이 두 집단의 융화에도 기여할 수 있는 수업 방향이 모색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 더 많은 연구와 추진이 있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대구성서복지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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