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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예총 전북연합회(사)는 가을이 무르익기 시작하는 9월 28일(화) 오후 3시 군산시 옥서면 옥봉리 면사무소 앞마당에서 '하늘도 바다도 예술로 열자!'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예술 한마당 잔치를 개최했다. 이름 하여 '문화투어'.

행사 관계자는 "문화 혜택을 적게 받는 농어촌 마을을 찾아가 지역 주민과 예술문화를 함께 소통하고 공유함으로써 농어민들이 더 윤택하고 행복한 삶을 찾을 수 있게 하고자 하는 의미에서 행사를 개최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군산시 옥서면은 전북에서 유일하게 공항(군산공항)이 있고, 아스팔트 포장이 가장 먼저 된 지역이며, 새만금 사업이 펼쳐지고 있는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주민 대부분 농사와 어업에 종사하는 전형적인 농어촌 마을이다.

다양한 전통 예술 및 문화공연 펼쳐

다섯 명으로 구성된 ‘흑소리’의 사물놀이 공연. 시골이어서 그런지 호응도 좋았고, 박수를 가장 많이 받았습니다.
 다섯 명으로 구성된 ‘흑소리’의 사물놀이 공연. 시골이어서 그런지 호응도 좋았고, 박수를 가장 많이 받았습니다.
ⓒ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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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북도, 군산시, 군산 예총이 후원한 이날 한마당 잔치는 옥서면 주민 3백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축시 낭송, 사물놀이, 무용, 관현악 연주, 판소리, 초대 가수 공연이 펼쳐졌고 주민들의 노래자랑도 열렸다.

이날 사회는 전주 MBC-TV '얼쑤 우리가락', 라디오 '여성시대' 이덕형 진행자가 맡았다. 그는 마이크를 넘겨받자 사투리 경연대회 대상 수상자답게 능란한 재치와 다양한 객담으로 굳어 있던 객석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공연 시작에 앞서 최영 시인의 축시 낭송이 있었다. 최 시인은 옥서의 기름진 들녘과 새만금을 통해 세계로 뻗어 나가는 깃발에는 옥서면 사람들의 슬픔과 눈물, 한이 서려 있다며 상처 난 가슴에 예술의 단기를 내리는 한나절을 축하했다. 

축시 낭송이 끝나고 무대에 오른 박문기, 고수영, 김연숙 등 다섯 명으로 이루어진 '흑소리'의 사물공연은 큰 박수를 받았다. 한 사람씩 교대로 무대를 누비는 북춤과 장구춤은 여름내 땀 흘린 주민들의 피곤함을 풀어주기에 충분했다. 

상모돌리기와 설장구로 박자가 빨라지면서 서서히 열기가 오르자 객석 여기저기에서 "얼씨구 잘헌다!" 소리가 터져 나왔다. 흥이 오른 몇몇 주민은 손뼉 치는 것으로는 부족했던지 자리에서 일어나 어깨를 들썩이기도.

아주머니들이 따가운 가을 햇살을 피해 그늘에서 손바닥 장단을 맞추고 있기에 다가갔다. 마을 이름이 '천안삼거리'를 떠오르게 하는 '삼거리'여서 전통 가락을 좋아하고 흥도 쉽게 나는 모양이라고 했더니 "그람유, 그람유. 허기도 잘 허네유!"라며 즐거워했다.

춘향가를 열창하는 강영란 명창. 춘향가 중에서 이몽룡과 춘향이가 만다는 대목이었는데요. 풍물공연만큼이나 인기가 좋았습니다.
 춘향가를 열창하는 강영란 명창. 춘향가 중에서 이몽룡과 춘향이가 만다는 대목이었는데요. 풍물공연만큼이나 인기가 좋았습니다.
ⓒ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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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무용협회 단원들이 펼치는 무용과 김영란 명창의 국악 공연이 있었다. 배경음악이 무겁게 흐르는 무용을 주민들이 조용히 지켜보는 가운데 김영란 명창이 춘향가 중에서 이몽룡과 춘향이가 상봉하는 대목을 열창하자 객석의 흥은 최고로 달아올랐다.

국악 공연이 끝나고 무대에 오른 초대가수 이진관, 배소현이 무대에 섰다. 배소현이 <사랑받고 싶어요>을 부르고 군산출신 이진관이 <인생은 미완성>을 열창하자, 박자를 맞추며 따라 부르기도 하고 무대 앞으로 나가 춤을 추기도 했다.

서로 공감하고 감동해야 진정한 예술

 따가운 가을 햇살을 모자로 가리고 공연을 감상하는 군산 옥서면 주민들. 시골인데도 공연을 감상하는 수준은 대도시와 다를 게 없었습니다.
 따가운 가을 햇살을 모자로 가리고 공연을 감상하는 군산 옥서면 주민들. 시골인데도 공연을 감상하는 수준은 대도시와 다를 게 없었습니다.
ⓒ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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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시간, 장소, 금전에 구애받지 말아야 한다. 어디서든 출연자와 관객이 함께 호흡하면서 웃음과 행복을 나눠야 한다는 얘기다. 장소가 협소한 곳에서도 서로 공감하고 감동할 때 예술의 가치가 살아나기 때문이다.

한국 대중예술은 도시에 치우쳐 있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도시에서는 언제나 마음만 먹으면 예술문화를 접할 수 있는데, 도시를 조금만 벗어나도 '바보상자'로 불리는 TV가 그 지역 문화를 거의 차지한다. 시내에서 20분 거리에 위치한 옥서면도 예외가 아니다.

선기현 한국 예총 전북연합회장은 기다리는 예술이 아니라 찾아가서 함께 나누고 공유하려고 행사를 계획했다며 도시와 농촌을 문화로 잇게 하고 하늘도 바다도 문화로 열게 하는 희망의 횃불을 당기는 시발점이 되기를 희망했다. 

선 회장은 이렇게 많은 주민이 참석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었다며 행사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협조해준 문동신 군산시장과 고석강 시의회 의장, 문화투어에 함께해 준 협회장과 출연 예술인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미군철수' 구호가 그치지 않았던 마을

옥서면 부근 미군부대 철조망. 필자가 어렸을 때는 철조망 근처에서 물놀이하다 미군의 총을 맞고 죽는 사고도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누가 감히 나서서 말을 못했지요. 옛날에는 그렇게 살았습니다.
 옥서면 부근 미군부대 철조망. 필자가 어렸을 때는 철조망 근처에서 물놀이하다 미군의 총을 맞고 죽는 사고도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누가 감히 나서서 말을 못했지요. 옛날에는 그렇게 살았습니다.
ⓒ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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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투어 한마당 잔치가 열린 군산시 옥서면은 미 공군기지와 이웃하고 있어서 '비행장 삼거리'로 불렸다. 미군기지 피해 해결 촉구와 미군철수를 요구하는 시위가 매주 금요일마다 열렸던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깡패신부'로 불리는 문정현 신부와도 인연이 깊은 마을이다.

옥서면에서 시내 쪽으로 5분 거리에 옥구저수지가 있는데, 대한민국 땅에 고인 물임에도 국민이 마음대로 사용할 수가 없었다. 사용권을 군산 미군비행장 사령관이 쥐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승만 대통령이 우리를 지켜달라고 넘겨줬다는 얘기는 60년 전부터 군산에 내려오는 통설이다. 한·미조약이 그렇게 치욕적으로 맺어졌으니 미군 물러가라는 구호가 나올 수밖에.

옛날에는 군산에서 미군기지 사령관에게 공문을 보내면 수취인 불명으로 반송되어 왔다. 미군기지 주소가 군산시 옥서면이 아닌 미국 캘리포니아주로 되어 있기 때문이란다. 부끄러울 따름인데, 이러한 사실을 피부로 느끼는 국민이 몇 %나 될지도 궁금하다.

이날의 다양한 공연이 밤낮없는 미군전투기 비행소음과 미군기지 확장에 따른 강압적인 토지수용, 기름유출과 오·폐수로 인한 환경오염 피해로 고통을 받으면서도 어디에 하소연 한마디 못하고 지내온 마을 사람들에게 청량제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군산시 옥서면, #문화투어, #미군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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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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