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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퍼스타 K2의 한장면
슈퍼스타 K2의 한장면 ⓒ Mnet

요즘 장안의 화제는 <슈퍼스타K2>(Mnet, 금 오후 11시)다. 인터넷은 말할 것도 없고 추석 가족모임에서도 <슈퍼스타K2>는 화제였다.


지난 24일 방송분은 14.39%의 시청률(TNmS미디어리서치 집계)로 케이블방송 최고의 시청률 행진을 이어갔다. 시청률도 놀랍지만 이 프로그램에 134만 명이나 지원했다는 사실은 더욱 놀랍다.


<슈퍼스타K2>에 대한 열광의 의미는?

 

텔레비전에 나오는 슈퍼스타를 꿈꾸는 세상이고 연예고시가 될 만큼 연예인이 선망의 대상이 된 사회다. 그렇다 해도 1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구경꾼도 아닌 지원자로 몰려 들었고 케이블채널 시청률이 공중파를 제치는 인기는 <슈퍼스타K2>를 과거에도 있었던 단순한 노래경연 프로그램만으로 보기 어렵다. <슈퍼스타K2>엔 분명 지금 우리사회에서 보통사람들이 갖는 꿈이 담겨 있다. 그 꿈이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데, 그 꿈을 떠받치는 바탕엔 공정함에 대한 열망이 있다.


한국사회의 선망의 영역 즉 상층 기득권의 영역은 각종 연체제로 닫혀 있다. 한국의 정·관·재계는 학연체계 위에 서 있다. 명문대가 강남 출신으로 채워지는 현실에서 공부는 이미 집안 배경과 재력의 문제가 됐다. 설사 어렵게 공부를 했다 해도 사회에 나와 보면 좋은 자리는 '똥돼지'들이 버티고 있다. '똥돼지'는 대기업에서 직원들이 사주의 아들을 '똥돼지'라고 부른다는 글이 트위터에 올라오면서 화제가 된 단어다.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의 딸 특채 파문에서 보듯이 모두가 선망하는 자리엔 똥돼지들이 꿀꿀 거린다. 공정함과는 거리가 먼 사회다.


서울대 출신 검사라든가 공직자라는 사실은 별로 특별할 게 없다. 반면 연예계는 서울대 출신이라는 사실이 예외적이어서 화제가 되는 곳이다. 사람들은 연예계에 대해서는 다른 기대를 갖는다.

 

 <슈퍼스타K 2>에서 기타를 들고 노래하던 싱어송라이터 '장재인'.
<슈퍼스타K 2>에서 기타를 들고 노래하던 싱어송라이터 '장재인'. ⓒ 장재인블로그

이런 현실에서 <슈퍼스타K2>는 출신 배경에 상관 없이 오로지 실력으로 겨루는 공정한 경쟁의 장으로 여겨졌다. 또 실제로도 그랬다. 가정 환경으로 고1때 자퇴한 뒤 독학으로 대학에 입학한 장재인, 중졸 학력에 천장에 환풍기 다는 일을 했던 허각, 막노동을 해야 했던 김지수, TOP 11엔 탈락했지만 노래로 힘든 집안환경을 견뎌 냈던 김보경, 우리 주변에서  접할 수 있는 어려운 형편의 이웃들이다. 외모 또한 보통이다. 다르다면 노래실력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슈퍼스타K2>는 내 처지가 지금 어렵고 배경으로 내세울 게 없어도 하나만 열심히 하면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갑남을녀의 열망을 한껏 고조시켰다.

 

요새 우리를 놀라게 하는 또 하나의 기록이 있다.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출간 넉 달 만에 40만부가 넘게 팔렸다는 사실이다.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법철학 교수의 수업 내용을 담은 전혀 재미있어 보이지 않는 책이 말이다. 1000~2000부 팔기도 힘든 것이 사회과학 책의 현실이다.


위 두 가지 사건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공정성 또는 정당성이다. 이제 한국인은 공정성이라는 진보적인 가치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부자의 욕망에서 진보가치에 대한 관심으로

 

진보적인 개혁을 내세웠던 노무현 정부에서 사람들은 오히려 물질적 욕망을 향해 질주했다. 그땐 온통 부자 이야기뿐이었고, '부자 되세요'를 인사로 나누었다. 그 욕망에 올라타 당선된 것이 이명박 정부였다. 이명박 정권은 '대한민국 747' 성공시대를 유혹했고, 한나라당은 뉴타운 대박을 약속했다. 그 이명박 정부 아래에서 보통 사람들은 부자의 세계가 기득권의 드높은 성벽 안에 있음을, 이명박 747은 '고소영'이나 탈 수 있음을 절감했다. 이제 사람들은 공정과 정의라는 가치에 다시 눈을 뜨기 시작했다.


이명박 정부가 마냥 무모한 정권은 아니다. 공정사회를 내세운 것을 보면 나름 흐름을 보는 눈이 있다. 현 정부는 다음 대선의 프레임은 '공정이냐 아니냐'가 될 것으로 보며 이 의제를 선점해 정국을 주도하는 동력으로 삼으려 한다.


이명박 정부의 '공정 사회' 주장은 전두환 정권의 '정의사회 구현'을 떠올리게 한다. 워낙에 공정하지 않은 일들이 많았고 그렇게 고르고 고른 김황식 총리 내정자도 병역면제 의혹에 누나 재직 대학교 거액 국고지원 의혹을 보면 그렇다.


그러나 그렇다 해도 불공정한 정부로의 비판에만 머물러선 안 된다. 모처럼 우리 사회에 피어오르고 있는 진보 가치에 대한 열망을 진보적인 변화로 이끌어 내기 위해선 공정한 사회, 정의로운 사회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그 비전은 추상적인 담론이 아니라 우리네 살림살이와 연관되는 생생함이 있어야 한다. <슈퍼스타K2>와 같이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장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못한다면 '공정 사회'는 여권의 바람대로 한나라당의 '가진 자 정당' 이미지만 희석 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다. 이제 공은 진보진영으로 넘어왔다. 


#슈퍼스타K2#공정 사회#정의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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