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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도예술관에서 문화아카데미를 10월에 개최한단 이야기를 들었을 때 놀랍고 의아했다. 예술관에서 국도아카데미란 이름을 걸고 문화행사를 준비한다는 것 자체가 낯설었기 때문이다. 극장은 단지 관객들이 영화를 보는 장소란 인식이 강해서일까? 과연 국도예술관에서 준비하고 있는 문화아카데미는 어떤 것인지 국도예술관 정진아 프로그래머를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그녀가 준비하고 기획한 국도아카데미가 어떤 모습으로 부산시민들과 만날 준비를 하고 있는지 알아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국도예술관에서 다큐멘터리제작 과정이 포함된 문화아카데미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국도아카데미에 대해서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다큐멘터리제작과정이 포함되어 있지만 국도에서 준비하는 아카데미는 영화제작수업만 진행되는 영화관련 아카데미와 조금 개념이 다릅니다. 쉽게 말해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재능기부'에 중점을 두고 국도를 찾고 즐기는 관객들이 직접 참여해 재능과 능력을 함께 나누는 일종의 문화 나눔 활동에 더 가깝습니다.

 

물론 그 중에 영화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다큐멘터리 제작과정은 저희가 참가자에게 제공해 줄 수 있는 한 과정이 되겠죠. 그런데 그 외적인 다른 큰 부분들이 있습니다. 국도예술관이 어려운 시기를 겪고 2008년에 재개관이 되면서 관객의 힘으로 움직이는 극장이 되었을 때 단순히 관객들에게 영화를 보여주는 장소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재개관 후 2년이 지난 지금 영화를 보여준다는 개념의 극장으로써 국도는 멀티플렉스나 일반극장과 다르지 않습니다. 예술관으로써 가지는 의미를 벗어나 국도는 조금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현재 예술영화는 예술영화전용관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형태로 접할 수 있기에 예술관을 찾는 관객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다보면 영화 외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많은 기대를 하고 계십니다. 이전까지 국도예술관을 찾아주시는 관객들이 단순히 영화를 보는 관객이었다면, 이젠 국도예술관을 스스로 만들어 즐길 수 있는 능동적인 주체로써의 움직임이 필요한 때 입니다. 그 시작이 국도아카데미입니다.

 

그래서 국도에서 하는 아카데미 주체는 관객이 되어야한단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국도예술관을 찾아주시는 관객들이 가지고 있는 재능과 능력들을 함께 공유하고 키워갈 수 있는 그런 아카데미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아카데미에 참여하시는 분들에게 최대한의 자율권을 주겠단 것인지 궁금합니다. 프로그램 자체도 아카데미에 참여하시는 분들이 직접 참여하게 할 생각입니까?

"아카데미 프로그램이 100% 참여한 분들의 의견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최종 목표이기도하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계속 제시해 주시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시작부터 100%로 진행은 아무래도 무리가 있고 처음으로 시도되는 것들이라 그 개념을 이해하는 기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시작은 국도예술관에서 프로그램 준비에 80% 정도 참여하게 됩니다. 10월 달에 시작하는 프로그램들은 2개의 장기프로그램과 2개의 단기프로그램으로 준비를 하고 있어요. 앞으로 수업들은 국도예술관을 찾아주시는 관객들의 제안서로 준비할 생각입니다."

 

국도아카데미 장기프로그램은 다큐멘터리 수업과정과 책 만들기

 

-국도예술관에서 준비한 프로그램 2가지가 무엇인지 이야기해주시겠습니까?

"하나는 김지곤 감독이 다큐멘터리 수업을 할 예정입니다. 3개월 동안 다큐멘터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이고요. 다른 하나는 연말에 책을 만들어내는 글쓰기 프로젝트입니다. 이 외에 수업들은 비즈공예라든지 해서 한번 혹은 두 번에 끝나는 것들로 준비돼 있습니다. 물론 국도예술관에서 준비한 프로그램을 제외하면 실제 수업을 준비하고 프로젝트 계획서를 내신 관객 혹은 시민 분들에 따라서 완전히 다르게 될 것 같습니다.

 

우선 국도예술관에서 준비하고 있는 아카데미가 다른 곳에서 거의 하지 않는 방식이기 때문에 조금 이해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선 이런 것들을 이해시키기 위해서 많은 홍보가 필요합니다. 분명 요리와 같은 프로그램은 극장에서는 진행하기 힘든 수업입니다.

 

따라서 국도 아카데미의 수업내용은 관객 분들이 직접 제안서를 내시면 자체검토 후에 (국도와) 가장 잘 어울리는 수업내용들로 진행될 것입니다."

 

-질문한 저도 조금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 있습니다. 보통 어떤 문화아카데미에 참여한다고 하면 주최한 측에서 프로그램을 짜주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수업에 참여하는 분들이 프로그램까지 짜야 한다면 부담을 느끼지 않을까요?

"처음에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당연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시 설명하자면 수업 프로그램을 국도예술관에서 정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국도예술관에서 문화프로젝트를 진행시키고자 하는 분이 제안서를 내는 방식입니다. 쉽게 예를 들어서 나에게 핸드메이드 책을 만드는 취미나 재능이 있다면 국도미술관에서 어떤 문화프로젝트를 함께 진행시키고 그 성과를 함께 참여한 분들과 나누는 것이죠.

 

더 자세히 설명하면 국도예술관 제안서 양식에 따라 핸드메이드 책 만드는 과정은 비용이 얼마 정도 들 것이고, 수업 기간은 2주 정도면 되며, 인원은 몇 명까지 등의 내용을 적어 제안서를 국도예술관에 제출합니다. 국도는 좋은 수업이라 판단되면 진행을 시키는 것입니다.

 

강사 분들이 결국 국도예술관 관객이나 부산시민들이 되는 것이죠. 자신이 알고 있는 재능을 다른 분들에게 기부하는 방식입니다. 여기서 국도예술관이 하는 일은 어떤 문화행사 진행이 결정되면 장소를 빌려주고, 국도예술관 카페 회원 분들에게 알려주는 것입니다. 결국 장소와 홍보를 해주는 것이죠.

 

이런 문화프로젝트가 국도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국도아카데미가 되는 것입니다. 처음엔 이런 개념을 이해시키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 좀 더 진행되면 국도에서 만들어주는 프로그램이 아닌 관객 혹은 부산시민들의 프로그램으로 100% 진행 할 수 있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아카데미로 제 역할을 할 것입니다. 그것이 목표입니다."

 

-무비조이는 영화 사이트라서 다큐멘터리과정에 대해 질문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국도에서 우선 다큐멘터리를 찍을 수 있는 장비를 갖추고 있는지 이야기해 주시겠습니까?

"국도예술관에서 장비를 갖추고 있으면 좋겠지만 이 부분은 대여를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습니다. 수업 진행하는데 전혀 무리가 없게 프로그램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안심하셔도 됩니다."

 

"수업료는 최대한 재능기부에 맞춰 최저비용으로"

 

-민감한 질문입니다. 관객과 부산시민이 주최가 되는 '재능기부' 문화아카데미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하셨는데요. 수업료 부분은 어떻게 하실 예정입니까?

"수업료 부분은 강사하시는 분들이 제시를 하시겠지만 여기에는 국도를 이용하는 요금이 들어가 있습니다. 처음엔 이 부분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비용을 어떻게 산출해야할지 하는 것인데요. 우선 국도에서 아카데미를 하게 되면 기본적으로 수업료 5천 원은 극장 이용료로 들어가게 됩니다. 그 외적인 비용은 수업을 제시하는 분에게 달려 있습니다.

 

예를 들어 수업료 5천 원에 다른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 경우는 그것으로 끝입니다. 만약 재료비가 들게 된다면 그 부분을 더 내시면 됩니다.

 

이외에 국도예술관에서 강사를 모셔 와서 진행하는 다큐멘터리제작과정과 책을 만드는 글쓰기 과정과 같은 장기프로그램들은 수업료와 다르게 책정될 예정이며 국도 정회원 할인을 적용할 생각입니다. 물론 최소한의 비용으로 책정해서 진행시킬 예정입니다.

 

국도아카데미는 '재능기부'가 기본이기 때문에 수업료와 비용은 최소화시키는 것이 목표이자 프로그래머로서의 생각입니다."

 

-국도예술관에서 이런 준비를 한다는 것 자체가 극장뿐만 아니라 문화 쪽으로 방향을 전환시키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사실 예술관이란 것 자체가 예전과 비해서 메리트가 많이 약해진 상태입니다. 예전에는 예술영화를 볼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국도예술관도 메리트가 있었습니다. 고정된 관객들도 있었고요. 하지만 최근에는 예술영화나 독립영화를 볼 수 있는 곳이 많습니다. 멀티플렉스뿐만 아니라 인터넷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영화를 보여주는 곳에서 멈추게 되면 예술관이 큰 문제에 봉착할 수밖에 없단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예술관은 관객들의 감성을 충족시켜주는 곳이란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영화뿐만 아니라 책, 그림, 음악, 사진 등 다양한 문화를 즐기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열려 있어야 한단 생각입니다. 관객들과 함께 하고 관객들이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함께 움직일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길을 만드는 법을 함께하고 싶습니다. 그러한 것이 진정한 예술관으로서 새로운 방향으로 나가는 것 입니다."

 

-국도예술관 프로그래머로서 예술관 운영에 대해서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은데요. 현재 가장 바라는 희망사항은 무엇입니까?

"가장 바라는 것은 관객의 능동성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수동적인 것이 아니라 조금 능동적으로 변화면서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요즘은 관심이 있다고 해도 움직이지는 않습니다. 쉽게 인터넷을 통해서나 가만히 앉아서 즐기는 문화의 형태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관객들 스스로 움직이면서 문화를 찾는 경우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물론 그런 것 또 한 또 다른 형태의 문화입니다. 하지만 문화는 스스로 참여하지 않으면 성장하지를 않습니다.

 

단순히 인터넷에서 다운을 받아보고 한 순간 재미있게 즐길 수는 있겠지만 그것으로 끝이라면 더 이상 문화의 발전은 없습니다. 만나서 이야기 하고 스스로 자신이 즐기는 문화에 대해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즉 문화란 것 자체가 관객들 혹은 문화소비자가 능동적으로 부딪치면서 문화를 즐겨야만 더 잘 느낄 수 있습니다. 예술이든 문화든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의 몫이 클지도 모르지만, 완성하는 것은 즐기는 자들의 몫이기 때문에, 문화 주체가 사라지면 결국 문화도 사라지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미 지금 우리 현실이 그런 상태에 와 있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마지막 질문으로 국도아카데미의 최종적 모습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즐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머뭇거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하고 싶단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 그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길 바랍니다. 국도아카데미가 자리를 잘 잡아서 부산에서 하나의 문화브랜드로 제 약할을 했으면 합니다. 국도에서 하는 공연이나 전시회, 영화 등이 문화 나눔 활동의 중심이 되었으면 좋겠단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소극적인 사람이라 할지라도 문화를 즐기는 것에는 적극적인 사람으로 변해야 합니다. 문화를 함께 공유하고 즐기는 아카데미 참여자가 돼야 합니다. 그들이 중심이 되는 그런 모습이 국도아카데미의 최종적인 모습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고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영화리뷰전문사이트 무비조이(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국도예술관, #무비조이, #MOVIEJ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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