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한가위 선물세트! 신용카드 결제시 10% 할인! 3+1부터 10+1까지!"

며칠 전, 집으로 배달된 광고전단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H대형할인점에서 추석을 앞두고 특정 선물세트 할인행사와 신용카드 할인율 등을 표시한 광고전단이었다.

가공, 생활, 양말 등의 세트품목을 신용카드로 10만 원 이상 결제시 10%의 금액을 상품권으로 돌려줄 뿐 아니라 제품에 따라 3+1, 5+1, 10+1 등 일정세트 구매시 덤으로 한 세트를 추가로 증정한다는 파격적인(?) 내용이었다.

"여보! 어차피 시골집에 드릴 선물도 준비하고 집에 필요한 것도 이것저것 사야 되는데…. 이럴 때 한번 갔다 오자!" (아내)

"에이…. 저런 거 다 우리가 낚이는 거야. 증정용 상품권 받으려고 일정금액 채우려면 필요 없이 구매할 수도 있고, 10% 할인도 모든 상품이 해당되는 것도 아니고 특정 선물세트만 해당되는 거잖아? 저 사람들이 얼마나 똑똑한 사람들인데 손해 보는 장사하겠어? 그냥 동네마트에서 필요한 선물세트 몇 개만 장만하면 되잖아." (나)

"내가 당신이 생각하는 만큼 어리석을까봐? 여보, 다 나에게 방법이 있어! 나만 따라와!" (아내)

전남OO시 H할인점 바로 앞에 위치한 상품권판매점.
 전남OO시 H할인점 바로 앞에 위치한 상품권판매점.
ⓒ 김학용

관련사진보기

지난 20일 전남OO시 H할인점 앞. 아내는 주차후 곧바로 매장에 들어가지 않고 매장 입구의 건너편에 있는 'TOOO' 상품권판매점을 찾는다.

아내는 'TOOO'에서 곧바로 H할인점에서 사용이 가능한 10만원권 상품권을 2매 구입한다. 구입금액은 장당 9만5000원씩 19만원. 아직까지도 이유를 모르고 있던 나는 아내의 한마디에 놀라고 말았다.

"신용카드로 특정 선물세트를 사게 되면 10%까지 할인되지만, 할인 안 되는 품목은 어떻게 할 거야? 바로 이것으로 해결하면 되는 거야!"

결국, 아내는 할인대상인 2만 원짜리 선물세트 5개에 덤(5+1)으로 하나까지 더 챙기고 10만 원을 딱 맞춰 신용카드로 계산하고 10%에 해당되는 1만원권 상품권을 손에 쥘 수 있었다.

그렇다면 할인점 앞에서 산 상품권은? 아내는 10%할인(상품권증정) 대상에서 제외된 식료품과 생활용품을 카트에 넣고 계산대에서 따로 상품권으로 지불했다. 계산금액은 16만 원, 나머지 금액 4만 원은 당연하다는 듯 돌려받는다.

"잔액을 상품권으로 돌려받으면 다음에 'CG*'나 '프리머*'에서 영화를 보거나 '아웃O'이나 '빕O'에서 외식하는데 쓸 수도 있지만 그때는 무비 포인트나 신용카드 할인 혜택을 포기해야만 하니까 현금으로 돌려받은 거야."

역시 주부 고수는 달랐다. 상품권 액면 금액의 60% 이상을 사용할 경우 잔액을 현금으로 돌려주도록 되어있는 규정까지 꿰고 있었던 것이다.

전남OO시 H할인점 바로 앞에 위치한 상품권판매점.
 전남OO시 H할인점 바로 앞에 위치한 상품권판매점.
ⓒ 김학용

관련사진보기


상품권판매점에서 취급하고 있는 상품권. '최저가 판매, 최고가 메입'이라는 문구가 손님을 유혹한다.
 상품권판매점에서 취급하고 있는 상품권. '최저가 판매, 최고가 메입'이라는 문구가 손님을 유혹한다.
ⓒ 김학용

관련사진보기


아내가 이용한 'TOOO' 상품권판매점에는 상품권을 사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대부분 추석 선물용으로 액면가보다 싼 가격으로 유류, 제화상품권 등을 구입하려고 온 사람들이다. 이곳은 인근의 할인점 상품권뿐만 아니라 국내 유명 정유사, 제화, 백화점, 문화상품권 등을 취급한다는 광고 문구를 내걸고 있었다.

 ‘TOOO’ 상품권판매점 인터넷홈페이지에 게시된 각종 상품권 판매가격
 ‘TOOO’ 상품권판매점 인터넷홈페이지에 게시된 각종 상품권 판매가격
ⓒ http://www.ticketnara.net

관련사진보기



 ‘우리OOO’ 상품권판매점 인터넷홈페이지에 게시된 각종 상품권 판매가격
 ‘우리OOO’ 상품권판매점 인터넷홈페이지에 게시된 각종 상품권 판매가격
ⓒ http://www.woorist.co.kr

관련사진보기


이 판매점에서 제공하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살펴보니, 이곳에서 판매되는 제화상품권은 액면가 10만원 권을 기준으로 A사의 상품권은 5만4000원 B사는 6만5000원 C사는 7만8000원 등 22%에서 최고 46%까지 할인된 금액에 거래되고 있었다.

이 업소에 따르면, 상품권은 액면가와는 달리 시기에 따라 할인율이 형성돼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A정유사 상품권은 3%, B할인점 상품권은 5%, C제화 상품권은 35%의 할인율로, 보통 주유 상품권의 할인율이 가장 낮고, 구두 상품권의 할인율이 가장 높다고 전한다. 구매 수요가 가장 많은 백화점 상품권은 5%대의 비교적 낮은 할인율을 적용받고 있다.

시중의 상품권거래소는 시기별 할인율을 적용, 상품권을 매입하고 액면가의 약 2~3%의 이익을 붙여 되팔고 있다는 것이다. 단, 개인 구매시 현금으로만 구매할 수 있다(개인 신용카드로 상품권을 구매할 수 있게 되면 카드로 상품권을 대량 구매한 후 다시 되팔아 현금화하는 '카드 깡'을 방지하기 위한 규정이라고 함). 

돈으로 보답하는 '껄끄러운' 상황을 피하면서 받는 사람이 원하는 물건을 살 수 있고 명절 선물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상품권. 이쯤 되면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선물로 받은 상품권을 액면가대로 믿는 사람들이 있을까? 하기야 아내는 상품권 시장의 또 다른 틈새시장까지 공략하고 있으니….

신용카드를 이용하지 않고 순진하게 현금만 고집하지는 않는가? 현금을 고집하더라도 한 푼이라도 싸게 사고 싶으면 상품권을 이용하시라.

'아마도, 아내는 앞으로도 계속 상품권을 애용(?)할 것 같다.'


태그:#상품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살아가는 이야기를 기존 언론들이 다루지 않는 독자적인 시각에서 누구나 공감하고 웃을수 있게 재미있게 써보려고 합니다. 오마이뉴스에서 가장 재미있는(?) 기사, 저에게 맡겨주세요~^^ '10만인클럽'으로 오마이뉴스를 응원해주세요.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