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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 하셨나요?"
겨우 간판을 찾아 어렵게 들어섰다. 그런데 반갑게 맞이해주기는커녕 예약을 했느냐고 묻는다. 종업원의 달갑지 않은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손님이 왕이라는 말도 있는데, 너무 한다는 생각이 앞선다. 여느 때와 똑같은 반응을 보일 수 없었다. 우선 날씨가 너무 덥고 지쳐 있었다. 이곳도 아주 어렵게 찾았다. 그런데 또 다시 음식점을 찾아야 하는 일은 끔찍한 일이었다. 참는 자에게 복이 온다고 하지 않았던가?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서는 이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군다나 굴비 정식이라고 하지 않는가? 굴비의 본 고장에서 맛보게 된다는 기대감이 컸다.

설렘 기다리는 마음
▲ 설렘 기다리는 마음
ⓒ 정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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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비 정식.
영광에서 맛보게 되는 굴비 정식은 다를 것이다. 다른 곳에서 먹는 굴비 정식하고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맛일 것이라는 것은 얼마든지 기대할 수 있었다. 그러니 종업원의 작은 불친절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굴비의 본 고장인 영광에서 맛보게 될 굴비 정식에 대한 기대감은 매우 컸다.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였다. 설렘의 시간은 행복하다. 정작 맛을 보았을 때보다 기다리는 시간이 훨씬 더 좋다. 행복이란 만들어가는 것이지, 만들어져 있는 것을 취하는 것이 아니다.

불갑사의 꽃무릇을 보기 위하여 영광을 찾았다. 불갑사는 백제시대의 산사로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백제의 불교가 처음 상륙한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사랑의 꽃 꽃무릇이 언제부터 심어졌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상사화라고도 부르는 꽃의 군락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 감동은 크다.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꽃의 장관을 보기 위하여 찾았는데, 마침 상사화 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몰려드는 사람들로 인해 힘들고 어려웠다. 축제의 여파로 인해 구경을 더 하지 못하고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에게 시달리니, 허기가 졌다. 그래서 찾아 들어온 곳이 굴비 정식집이다.

굴비 정식.
상이 차려졌다. 우선 눈에 들어오는 것은 커다란 굴비 한 마리와 사람 수대로 들어온 조기 3마리였다. 굴비와 조기가 어떻게 다른 것일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선 굴비는 크기부터 달랐다. 사람이 셋인데도, 상 위에 올라온 것은 단 한 마리뿐이었다. 그만큼 귀하다는 것을 의미하였다. 대신 조기 세 마리가 사람 수를 맞춰주고 있었다. 밑반찬은 전주의 그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빈약하였다. 그러나 그 것에는 별로 관심이 가지 않았다. 한 마리의 굴비와 조기 세 마리에 관심이 집중되었다.

조기와 굴비 맛
▲ 조기와 굴비 맛
ⓒ 정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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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비.
굴비를 참조기를 재료로 하여 염건풍의 가공법으로 만든 조기이다. 그러니 어찌 보면 조기와 굴비는 같은 말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눈에는 같은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확연이 다른데, 같은 것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조기는 원래 고온다습한 때에 대량으로 어획을 한다. 조기를 굴비로 만드는 법은 우리 조상들의 지혜이다. 세계에 자랑할 만한 기술이다. 조기를 그대로 방치하게 되면 오래 보관할 수 없다. 두고두고 맛있게 먹기 위하여 찾아낸 비법이다. 그런 비법을 가장 잔 간직하고 지켜오고 있는 곳이 바로 이곳 영광이다.

조기에는 두 종류가 있다. 참조기과 수조기가 그 것이다. 수조기는 부세라고도 한데, 맛이 참조기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부세는 조기 축에 끼지 못한다. 참조기는 일명 황석어라고도 한다. 몸 색깔이 회색을 띈 황금색이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황석어만을 골라서 천일염으로 정성을 들여 가공하여 만든 것이 바로 굴비이다. 굴비는 지극한 정성으로 만들어졌으니, 그 맛이 뛰어난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민어과에 속하는 조기는 단위도 다양하다. 2마리는 손이라고 10마리는 뭇이라 한다. 스무 마리는 두름이라 하고 천 마리는 동이라고 부른다. 그만큼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고기이다.

설레는 마음 채워지는 행복
▲ 설레는 마음 채워지는 행복
ⓒ 정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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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비 정식을 먹으면서 이야기꽃을 피웠다. 굴비의 맛이 뛰어나 그 맛에 취하니, 자연 어린 시절이 그리워졌다. 어머니가 구어 주시던 굴비의 맛도 생각나고, 친구들과 뛰놀던 어린 시절이 주마등처럼 떠올랐다. 고향의 즐거웠던 시절을 소재로 삼아 담소를 하면서 즐기는 맛은 아주 색달랐다. 굴비의 고향인 영광에서 굴비 정식을 맛볼 수 있어서 아주 좋았다. 여행하는 사람에게 있어서 음식의 맛을 즐길 수 있는 것은 특권이다. 사랑의 꽃도 보고 영광 굴비의 맛도 즐길 수 있어서 참으로 행복하였다.<春城>

덧붙이는 글 | 단독



#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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