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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곤파스가 휩쓸고 지나간 마을의 지붕이 마치 전쟁터에서 포탄을 맞은 것처럼 변한 걸 보니 마음이 아픕니다. 우리의 작은 봉사가 피해민들에게 자그마한 희망이 되었으면 합니다."

 

정작 봉사단원 자신들도 이번 태풍으로 인해 피해를 입었지만 봉사단원들은 자신들보다 더 큰 피해를 입고 어찌할 바를 몰라 가슴에 상처만 깊어가고 있는 실의에 빠진 주민들을 위한 따뜻한 마음이 먼저였다.

 

13일 오전 8시경. 이른 아침이지만 '사랑의 집수리 봉사단'의 망치 소리가 조용한 마을의 정적을 깬다. '사랑의 집수리 봉사단'은 건축에 전문 지식을 갖춘 군민들의 자원봉사단체다.

 

"땅 땅 땅" 쉴새없이 두드리는 망치 소리에 어느새 폐허가 되었던 재래식 양철지붕은 제모습을 갖추고 가고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할머니의 얼굴에는 그동안의 마음고생으로 드리워졌던 그늘이 서서히 걷히고 안도와 고마움의 표정이 가득하다.

 

"나무가 마당안으로 쓰러지고 지붕이 다 날아가서 혼자사는 노인네가 어떻게 할 수 없어 막막했는디 고맙게도 이렇게 집을 고쳐주니께 이제야 안심이 돼. 너무 고맙네 그려."

 

연신 고마움을 표시하던 할머니는 미안한 듯 집안 냉장고에서 시원한 물이라도 대접한다며 불편한 몸을 이끌고 지팡이를 내딛는다.

 

한 대접 물을 따른 할머니는 아직은 무더운 날씨로 연신 구슬땀을 훔쳐대는 봉사단원들에게 다가가 대접을 건넨다.

 

"마시고 혀. 늙은이 혼자 살아서 딱히 대접할 것도 없어 미안하네."

"아닙니다. 시원한 물이면 충분해요"

 

꿀꺽꿀꺽 시원한 목넘김으로 대접을 비운 봉사단원들은 다시 사다리를 타고 지붕위로 올라가 망치를 두드리며 지붕의 모습을 갖추어간다.

 

절망 속 희망과 감동 선사해주는 '사랑의 집수리 봉사단'

 

이렇듯 10명으로 구성된 태안군의 '사랑의 집수리 봉사단'은 자신들도 이번 태풍으로 인해 크고 작은 피해를 입었음에도 어려운 집을 방문해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어 보는 이들에게 작은 감동을 심어주고 있다.

 

지난 10일에도 봉사단은 이웃의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 긴급히 출동했다. 봉사단이 긴급히 출동한 지역은 남면 진산리. 이곳은 이번 태풍 '곤파스'로 인해 주택파손이 심한 지역으로 봉사단은 혼자서 자녀 2명을 키우며 어렵게 살고 있는 김은정씨 집을 방문해 태풍으로 파손된 주택 15평과 보일러실 등을 수리했다.

 

집수리 봉사단 정중훈(52세) 대표는 "작은 힘을 모아서 도와드린 것 뿐 인데 당사자가 매우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내 마음도 따뜻해진다"라며 겸손해 했다.

 

봉사단의 도움을 받아 집수리를 마친 집주인 김은정씨는 "여자 혼자 집과 보일러실을 고치려니 눈앞이 캄캄했으나 봉사단 10분이 와주셔서 고쳐주시니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감사하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기름피해의 악몽이 완전히 걷히기 전에 또 다시 태풍이라는 자연재해를 만나 실의에 빠져 있는 태안주민들에게 '사랑의 집수리 봉사단'은 한 줄기 희망의 빛을 보내주고 있다.

덧붙이는 글 | 태안신문에도 송고합니다.


태그:#사랑의 집수리봉사단, #태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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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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